도의원 18명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
정치바람 거세지자 “의회운영이 먼저”여론 비등

박근혜-이명박 두 대권주자가 한나라당 경선 후보로 등록하자 지역에서도 뜨거운 정치바람이 불고 있다. 충북도의회 한나라당 의원 18명은 지난 12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동안 물밑으로만 박근혜-이명박 지지가 오고 가던 것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이들은 8월 19일 한나라당 후보 경선과 관련해서 지지의사를 밝히고, 박 전 대표가 후보 등록을 한 만큼 공개적으로 선언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 도의원 18명은 12일 박근혜 후보 지지를 공개선언했다. 충북지역에도 뜨거운 정치 바람이 불고 있다. / 사진=육성준기자
14명에서 18명으로 증가

도의원들은 선언문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시대가 박 전 대표의 원칙주의 리더십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온 국가경영 시스템은 포퓰리즘으로 민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박 전 대표는 2004년 탄핵 역풍을 맞은 한나라당을 구한 사람이고,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이끌어 낸 사람이다. 한나라당이 정권창출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주인공은 다름아닌 박 전 대표”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호남고속철오송분기역 등 충북과 관련된 국가적 현안이 있을 때마다 충북도를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고,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국토 균형발전에 매진했다고 강조했다. 정권교체를 철저히 이룰 수 있고 순간적인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후보 또한 박 대표라는 것이다.

이 날 선언에 참여한 의원은 이기동 교육사회위원장·정윤숙 산업경제위원장·송은섭 관광건설위원장 등(도표 참조). 전체 도의원 31명 중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인 27명을 차지하는 도의회는 벌써부터 박근혜-이명박 계열로 갈라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까지 14명이었던 박 대표 지지 의원은 18명으로 늘어났다. 박 대표 지지 공개선언이 있기 전날인 11일, 박 대표 쪽이 18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해지자 이명박 계열에서는 누가 ‘노선’을 바꾸었나 분주하게 알아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계열로 ‘확실하게’ 분류되던 모 의원은 이 날 박 대표 쪽에 이름을 올려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이기동 위원장은 “우리는 앞으로 박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도록 각자 지역구에서 열심히 활동할 것이다. 그러나 경선에서 떨어지면 한나라당 당원으로 돌아가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힘을 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일을 누가 주동했느냐는 질문에는 “18명 다수가 이심전심으로 뭉쳤다. 누구 한 명이 주동한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명박을 지지하는 도의원들은 같은 날 임명장을 받으러 상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어느 한 쪽이 나서니까 맞불작전으로 동시에 터뜨리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오갔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도의원은 오장세 의장·이필용 행정자치위원장 등 9명. 이미 충북지역에서는 박근혜 측이 ‘비전 충북포럼’을, 이명박 측이 ‘선진미래 충북포럼’과 ‘청풍비전 21’을 띄워 각축전을 벌이며 세불리기를 해 왔다. 여기에는 전·현직 국회의원, 광역·기초의원, 교수 등 전문직 집단, 사회단체 관계자, 시민 등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정우택 지사는 박 전 대표, 한대수 한나라당 도당위원장은 이명박 측을 지지해 충북지사 선거 제2라운드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들의 성향을 보면 윤경식(청주 흥덕 갑)·김준환(청주 흥덕을)·송광호(제천·단양)씨가 박 후보를, 오성균(청원)·심규철(보은·옥천·영동)씨가 이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 그 밖의 세부적인 조직구성은 며칠 후에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후보지지와 역학관계
도의회가 이렇게 양분되자 항간에는 양측이 갈등을 일으켜 도의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치 않겠느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우선 행정자치위원회가 정우택 지사의 인사를 검증하겠다고 나선 배경과 추후 과정을 이와 연관시켜 보는 시각들이 많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오장세 의장과 이필용 위원장 등이 인사 검증에 의지를 나타낸 반면 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
집행부에서 행정사무조사에 응할 수 없다며 재의요구를 한 뒤인 지난 11일, 전체의원 간담회에서도 박 대표 지지파들은 대체로 인사조사 계획 재의 부결을 찬성했다.

마침 두 후보를 정점으로 갈라진 도의원들이 도지사 인사검증이라는 현안을 놓고 의견을 달리하자 이런 해석들이 분분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도의원들의 성향이 명확하게 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기동 위원장은 이에 대해 “누구를 지지하느냐와 의회 운영은 별개다. 연관시키지 마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지역여론도 곱지만은 않다. 모 인사는 “의회 운영에 차질을 주면서까지 정치적으로 양분되는 것은 문제다. 우리지역에서 볼 때는 대선보다 의회가 먼저다. 특히 도의회는 도지사 인사검증이라는 간단치 않은 현안을 제기한 만큼 마무리를 해야 한다. 꺼내놓기만 하고 자중지란하는 식으로 의원들끼리 치고 받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의회가 집행부의 잘못된 점을 들춰내고 의혹이 가는 부분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놓고 정치적으로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은 도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항간에는 박근혜 지지파들이 집행부와 정지사를 지나치게 비호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정치적 동지보다 의원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정지사 ‘친위대’라는 단어는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라고 쏘아댔다. / 홍강희 기자


박근혜-이명박 후보 지지 한나라당 도의원들(무순)

-박 후보 지지


이기동 김화수 이범윤 이규완 이영복 이종호 심흥섭 오용식  김법기 이언구
한창동 박영웅 정윤숙 민경환 장주식 권광택 박종갑 송은섭

-이 후보 지지

오장세 이필용 강태원 박재국 조영재 임 현 최광옥 최재옥 이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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