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모임서 “충북은 내가, 대전·충남 Q의원”
구 전 의원은 이날 모임을 마치고 ‘구사모’ 핵심 구성원들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는 “대전·충남 쪽의 거물급 의원과도 얘기가 잘 됐다. 충북은 내가 맡을 것이다”라며 자신이 맡게 될 역할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무대에 나올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져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 시점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오는 8월19일 전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구 전 의원의 한 측근은 “구 전 의원이 아직 한나라당에 입당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이나 베이징에 있다고 해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당사자의 말처럼 이미 뭔가 중요한 역할을 시작한 것 같다”며 “지금 단계에서 역할은 상대 진영이나 중립지대에 있는 거물급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장세 충북도 의장, 신규식씨 등 만나
구천서 전 의원이 1월18일과 5월11일 청주를 방문해 참석한 모임은 구 전 의원의 사조직인 충북발전연구소의 정기 이사모임이다. 충북발전연구소는 1992년 민자당 비례대표로 14대 국회에 진출한 구 전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설립한 조직으로, 현재는 유철웅 전 자민련 도당 사무처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구 전 의원은 명예이사장이다.
11일 모임에는 이사 20여명 가운데, 행사 참석차 단양을 방문한 정윤숙 도의원 등을 제외하고 100%에 가까운 참석률을 보였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구 전 의원의 정치활동 재개와 맞물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으로 옮겨온 오장세 충북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유철웅 이사장, 신규식 서원대 총동문회장, 최현태 충북개인택시운송조합 이사장, 국토사랑푸른숲 대표 정음스님, 청주교대 K교수, 약사 A씨, 한의사 B씨, 그 외에는 개인사업을 하는 일부 인사들이다.
구 전 의원은 이날 모임에서 자신의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발언을 자제하면서 중국 현대 미술의 요람으로 각광받고 있는 베이징 따산즈 지역에 문을 연 화랑 쿠아트센터 등을 화제거리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아트센터는 지난 5일 개관식과 함께 ‘의외·실공(意外·失控)’이란 타이틀로 첫 전시회를 갖고 평면, 조각, 영상설치 분야에 걸쳐 중국의 역량 있는 작가 16명의 최신 작품을 선보였다.
한 달만에 당원 1004명 가입시켜
이사회 자리에서 정치적 진로와 관련해 말을 아꼈던 구천서 전 의원은 모임을 끝낸 뒤 최측근들과 가진 후속 모임에서 자신의 복심(腹心)을 그대로 드러냈다. 발언의 요지는 대학 선배이자 형님처럼 지내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당선을 돕겠다는 것.
구 전 의원의 한 측근은 “구 전 의원이 ‘대전·충남 쪽은 Q의원과 얘기가 잘됐다. 충북은 내가 맡겠다’고 말했다”면서 “이는 (구천서 전 의원이) 당내 경선에 대비해 당원들을 만나는 정도가 아니라 뭔가 큰 역할을 맡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Q의원이 대표적인 친 박근혜 계열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측근의 전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경우 적지않은 파문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본격적인 대선정국에서 구 전 의원의 정치적 입지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이 측근은 이에 대해 “구 전 의원과 Q의원은 과거 자민련 시절부터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따라서 둘 사이에 충분히 진지한 얘기가 오갈 수 있고, 발언내용도 진실과 거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 전 의원의 정치 재개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는 무더기 입당이다. 구 전 의원 측은 지난 4월 한나라당 충북도당에 무려 1004장의 입당원서를 한꺼번에 제출했다. 불과 한 달만에 1000장이 넘는 입당원서를 받아온 것은 구 전 의원의 하부조직이 아직도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구 전 의원의 또 다른 측근은 “(구 전 의원이) 아직은 입당 전이지만 학교 선후배 차원에서 이명박 전 시장의 개인적인 부탁을 받고 당원모집에 나섰다. 남들이 경쟁적으로 쓸고 지나간 뒤에 뛰어들었지만 그동안 관리해온 조직이 있기에 한 달만에 1004명을 모았다. 한나라당 도당을 찾아가 한꺼번에 전달하고 인수증까지 받아왔다”고 말했다.
상당구에서 홍재형 의원과 결승전?
구천서 전 의원이 올들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대선도 대선이지만 자신의 정치적 부활을 가늠할 수 있는 내년 총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구 전 의원은 14대 전국구 의원에 이어 15대에는 자민련 후보로 청주 상당구에서 신한국당 홍재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16대 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탄 홍재형 후보에게 패했다. 이후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여당과 연합공천 형식으로 도지사에 출마했으나 역시 낙선했다.
17대 총선 당시에는 ‘흥덕을’에서 출마를 준비하기도 했다. 당시 구 전 의원은 2002년 2월 태권도협회장 선거와 관련해 폭력배를 동원하고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2003년 2월 구속 기소된 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으나 “여야가 사생결단의 대립을 보이는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닌 것같다. 좀더 뜻있는 정치를 배우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기로 했다”며 불출마 선언과 함께 중국행을 택했다.
이런저런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출마지역은 ‘상당’과 ‘흥덕을’ 가운데 한 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구 전 의원이 자신의 텃밭이라고 여기는 곳은 17대 출마를 노렸던 ‘흥덕을’이다. 구 전 의원의 사조직인 충북발전연구소도 창립 당시부터 흥덕을에 속해 있는 봉명동에 자리잡고 있다.
당내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도 ‘흥덕을’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당원협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준환 변호사나 흥덕을에서 출마를 꿈꾸고 있는 박환규 도당 부위원장이 상대적으로 출마경험이 없는 초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상당구 출마가 유력한 한대수 도당위원장은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고 2002년 청주시장 당선, 도당위원장 등 경륜과 당 기여도에서 구 전 의원에게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구 전 의원의 자존심이다. 구 전 의원은 이번 청주방문에서 측근들에게 “1승1패를 주고받은 홍재형 의원과 결승전을 치르고 싶다. 이왕이면 상당구에서 3선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표 기자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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