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절도수법 경찰 '속수무책'
예방활동 불구…시민의식 문제

치안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신종 절도 수법이 횡행하고 있지만 경찰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더구나 '어차피 못 잡을 것'이라며 피해자는 신고조차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후반의 여성 A씨. 그녀는 일주일 전 황당한 도둑을 맞았다. 단골손님을 가장한 40대 초반의 남성이 10여명 분의 점심 예약을 해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금고 안에 있던 현금 80만원과 신분증, 통장, 각종 카드가 들어있던 손가방까지 훔쳐 달아났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 남성은 검은색 운동복을 갖춰 입고 한 두 차례 가게를 다녀갔다고 한다. 예약 당일 점심 메뉴로 불고기 백반을 주문한 뒤 수차례 아줌마 혼자서 일하냐고 물어 본 뒤 식사 준비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금품을 털어 달아났다는 것.

이 용의자는 사전에 여자 혼자서 일하는 가게를 답사한 뒤 금품을 훔쳐 달아난 꼴이다. 하지만 이 가게 여주인은 신고를 하지 않았다. 식당 주인 A씨는 "강력사건 하느라 바빠서 신고해도 제대로 (도둑을)잡아 주지도 않는데 뭔 신고냐, 신고 해 봤자 피해자 조사 받느라 경찰서 오가고 피곤하기만 하다. 주변에서 이 같은 수법으로 2∼3개의 가게가 털렸다"고 말했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40대 초반의 여성 B씨. 그녀도 지난달 중순 아침 출근길(오전 8시 50분께)에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가게 뒷문으로 출근해 불을 켠 뒤 옷을 갈아입는데 갑자기 전깃불이 나간 것. B씨는 한전에 전화를 했고 "단전이 된 적이 없다. 두꺼비 집을 확인하라"는 말에 자리를 비운 사이 현금 5만원과 신분증, 신용카드, 통장이 들어 있던 손가방을 도둑맞았다.

B씨는 "경찰에 신고해 다녀갔다. 하지만 '잡기 힘들 것이다'는 말에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B씨의 남편은 현직 경찰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남편이 경찰인데 경찰 집안도 도둑맞기는 마찬가지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관할 지구대는 "신고 접수가 된바 없다"며 사건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30대 초반의 여성 C씨. 그녀는 지난달 31일 청주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가졌다. 가족의 축하를 받으며 행복하기 만 했어야 할 결혼식이었지만 C씨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동생이 결혼사진을 찍다가 차안에 잠시 보관해 둔 고가(60만원 상당)의 카메라를 도난당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뒤늦게 신혼여행 길에 확인해 본 결과 신랑의 손지갑에서도 현금 7만원을 가져가고 보안카드를 훼손한 흔적을 발견했다.

이 밖에도 신부의 '선글라스'까지 없어진 것을 확인해야 했다. C씨는 "경황이 없어 신고를 하지 못했다"며 "하객이 분비는 주차장이라 안심하고 물건을 놓아 둔 것이 잘못이다. 아마  벽 쪽으로 세워진 차량 문을 열고 들어가 물건을 훔쳐 간 것 같다. 짧은 시간에 가져간 것이 아니라, 앉아서 이것저것 뒤져서 가져간 흔적이 보인다. 더욱이 현금만 훔쳐간 것으로 보아 전문 털이범의 소행으로 보인다. 범인은 범행시간 동안 현장에서 침착하게 머물다 갔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경찰이 강력 사건에 매달리다 보니 작은 사건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며 "강력 사건 해결에 따라 승진 고가 점수가 매겨지는 현행 승진제도가 보완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민생사범이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절도특별수사(TSI)대 운영키로...
자위의식·자율방범·투철한 신고정신도 당부

경찰은 끊임없이 예방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시민의 자위의식이 부족해 생기는 사건도 많다고 지적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예방활동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경찰은 휴가철을 비롯해 수시로 '빈집 털이' 등의 주의를 당부하는 홍보를 하고 있지만 외출 시 잠금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경찰은 인력난을 손꼽았다. 사행성 게임장 단속 등 각종 기획수사를 위해서 지구대 인력을 1∼2명씩 빼 가다 보니 업무 부담이 자연히 가중되고 있다는 것. 다행인 것은 격일 근무(2교대)에서 주·야·비 2교대로 야간근무 10시간·주간근무 14시간을 서면 하루를 쉬고 비번이 교대를 해 주는 식으로 밀어내기 근무를 하고 있어 근무 여건은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보통 3개 동을 하나의 지구대가 관리하는 현행 체제에서 업무 부담은 예전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순찰차 1대에 4명씩이 타고 2명은 차량 순찰을 2명은 도보 순찰을 하다 시간이 되면 교대를 하고 있다. 야간은 14명의 전·의경이 8시간씩 주택가 순찰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빈발하는 강·절도 사건을 카버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한다.

여기에 하루에도 40∼50건씩 쏟아지는 112지령의 신고사건을 처리하는데도 일선 치안을 책임지는 지구대는 버겁다고 하소연이다. 따라서 시민자율방범대 등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직장인들로 구성된 자율 방범대가 퇴근 후 매일같이 방범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생업을 마치고 밀려오는 피곤함도 있겠지만 무보수 봉사를 하는 마당에 강요할 수 없는 형국이란것. 현행 자율방범대는 1주일에 이틀씩 야간 순찰 업무를 하고 있다.

한편 경찰청은 오는 5월 1일부터 전국 1급서 이상의 경찰서와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TSI(Thief Special Investigation) 1개팀씩을 운영키로 했다. 이는 날로 지능화·조직화 되는 신종(전문)수법의 절도사건을 전담할 특별수사팀이다. 충북경찰청도 광역수사대와 청주 흥덕서(강력 1팀), 상당서(강력 4팀)에 각 5명씩 1개팀으로 구성된 '절도특별수사대'를 운영키로 했다.

봉명동 관할 이상철 송정 지구대장은 "범죄 예방을 위한 자체 홍보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같이 쏟아지는 신고 사건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공무원 사칭사기, 사행성 게임장 단속 지원 업무로 인력이 빠져 나가다 보니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하는 사건들이 생겨난다. 하지만 신고 된 사건에 대해 초동 조치 이후 관할 경찰서로 이첩하고 있는 만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시민들의 투철한 신고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암동 관할김명수 지구대장은 "하루에 평균 1∼2건씩 월 30∼40건의 금융사기 사건이 접수되고 있다. 여기에 사행성 게임장 단속 업무 지원 등 쏟아지는 사건에 지구대가 골머리를 썩고 있다"며 "휴가철을 비롯해 수시로 범죄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 참여가 부족하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주간에는 빈집이 많고 따라서 세대 방문 홍보 대신 공동주택은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자신을 지켜 나가는 예방활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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