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8개 지방법원 중 민·가사 조정실적 ‘으뜸’
인간관계 회복·미래분쟁 예방·양질의사법서비스

   
▲ 도움말=청주지법 윤성묵 판사
청주 지방법원(이하 청주지법·법원장 김이수)의 조정제도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매월 전국 18개 지방법원이 실시하는 실적 비교평가에서 청주지법은 1∼2위의 순위권을 다투고 있다. 조정제도는 수소법원이 위촉한 민간 전문 조정위원이 제 3자의 입장에서 분쟁 당사자 간의 대화를 유도해 원만한 문제 해결과 인간관계를 회복해 준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분쟁 해결 수단으로 손꼽히고 있다.

실제 청주지법의 지난 1월 민사 조정사건 처리현황을 보면 1심 단독·합의 사건에서 각 1·2위를 기록했으며 항소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2월에도 1심 단독·합의 사건과 항소심에서 각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청주지법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수소법원이 민사 조정위원회에 회부한 총 1085건의 사건 중 874건(80.9%)을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일찌감치 조정제도를 도입한 미국 등 선진국 분쟁 조정률 80%를 넘어서는 수치로 사법집행 과정의 혁신을 꾀한 긍정적인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소법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신청한 민사 조정사건의 경우는 91건으로 이중 겨우 39건(42.9%)만이 조정에 성공했다. 이는 청주지법이 여전히 시간·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바로 조정 신청 사건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개선될 점으로 지적됐다. 이는 아직도 조정보다 재판에 의지하려는 시민들이 많아 수소법원을 거쳐 판사의 직권 회부로 조정위원회에 회부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 됐다.

조정 문제점과 활성화 방안
청주지법을 비롯한 우리나라 조정절차는 신청에 의한 개시보다 대부분 수소법원의 직권회부사건이다. 이는 상당한 시일이 걸려 사건을 심리하고 조정에 회부한 뒤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강제조정이 이뤄진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 청주지법의 성공한 조정 사건 절반은 강제조정에 의한 것이다. 이는 현행 민사법(제 1조)이 모든 분쟁을 조정 가능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제도·관행적으로 개선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 사회·경제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사건, 인권이나 시민권에 연루된 사건의 경우는 조정보다 엄격한 재판 절차를 거쳐 차후 논란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중론이다. 또한 조정전담재판부의 필요성에 대해 ‘법적인 판단을 내리는 역할‘과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혼동할 수 있는 조정담당재판부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는 조정 신청자들이 판결보다 화해·중재를 권고하는 재판부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청주지법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지방법원이 현재 조정전담재판부를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조정담당재판부를 두고 매주 목요일 조정신청 사건을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조정 전담판사가 없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조정제도의 전문화나 활성화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청주지법의 경우 5개 조정실을 확보하고 비공개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가족들의 (복도)대기석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각계(건축사, 법무사, 회계사, 의사, 공무원, 세무사, 금융인, 언론이 등) 전문가로 구성된 111명의 조정위원이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생업 때문에 단순 명예직처럼 이름만 올려놓고 수시 조정에 참석하지 못하는 조정위원들이 절반가량 된다는 점은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조정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50% 이상을 법률 전문가로 위촉하고 수시로 해임·위촉을 통해 제대로 봉사할 수 있는 각계 전문 조정위원을 선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연령대의 적절한 분배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조정제 이래서 필요하다
청주지법 윤성묵 판사(사진)는 “법률심의에 따른 판결은 강제력을 동원해 인간관계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다. 반면 조정을 통한 분쟁해결은 상호 타협과 양보를 통해 원만한 인간관계를 회복할 수 있어 바람직한 분쟁해결 방법 중에 하나다. 따라서 조정회부 사건은 대체로 가족 등 지인 간의 금전적(부동산 포함)인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윤 판사는 “수소법원이 장시간을 들여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를 들어 줄 수 없을 때에 시간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기일을 잡아 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며 “조정은 민사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에 5분의 1만큼 저렴하다. 청구 목적물 가액으로 비교하면 1000분의 1에 불과하다. 즉 1000만원을 청구하기 위해 1만원의 수수료만 지급하며 조정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윤 판사는 특히 “조정제도가 활성화 되면 양질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법관의 임무 중에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조정위원들이 이 시간을 줄여 주면 다른 재판 기록을 꼼꼼히 살펴 볼 수 있어 보다 충실하고 신뢰성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법원 조정위원은 수소법원의 재판관을 대신해 조정 결정문을 작성하고 담당 판사에게 결재를 받고 있다.
윤 판사는 “이 같은 조정위원들의 활동이 원만한 분쟁해결을 이끌어 내고 항소 사건의 감소로 이어져 항소심 재판부의 부담도 줄이고 있다”며 “업무 부담을 줄여 주다 보니 다른 재판에 보다 충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경철수기자

※수소법원이란?
사건을 처음 넘겨받은 재판부. 어떤 사건에 관한 판결절차가 과거에 계속 되었었거나, 현재 계속하고 있거나, 장차 계속할 법원.

※민사 신청사건?
수소법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조정담당 재판부에 신청. 조정전담재판부가 없는 우리의 경우 대체로 수소법원은 수임한 사건을 조정위원회에 직권으로 회부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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