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대립 아닌 건강한 견제감시 기능 기대

충북도의회가 지난 20일 전체 의원 31명 중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사상 처음으로 '인사행정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정해 충북도와 도의회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또 이날 제1회 추경예산안 심의에서 기업유치 관련 사업비 등 경제투자본부의 예산이 한꺼번에 17억원 삭감돼 집행부에서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는 불만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도와 도의회는 지난해 12월 제천 출신인 민경환 의원이 제천 교육연수타운 연구용역비 2억원 삭감과 관련해 도를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내걸어 놓고 실제로는 개고기를 판다)에 비유해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다.

그 당시 민 의원은 도의회 정례회 폐회에 앞서 자유발언을 통해 "국회에서 공공기관 개별이전 법안이 무산되자 도는 정리추경에서 제천 교육연수타운 연구용역비 2억원을 삭감하는 양두구육의 행태를 드러냈다"며 "더 이상 도의 교언영색(巧言令色)에 속지 않겠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지사가 곧바로 본회의장에서 거친 말을 섞어가며 "어디다 대고 함부로 양두구육이라는 표현을 하냐"고 항의해 도의회 경시 논란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이재충 행정부지사도 올 1월 최미애 의원이 임시회 발언을 통해 복지여성국장 인사를 비판한 것에 불만을 품고 최 의원을 찾아가 폭언을 했으나 정 지사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지난 16일 이필용 의원이 또다시 임시회 발언을 통해 "최근 도 인사가 정실.코드.낙하산 인사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난하자 이 부지사가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도와 도의회의 갈등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특히 도는 선출직 지사가 직업 공무원을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인사권까지 도의회가 특위를 구성해 검증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도의 한 공무원은 "인사 때마다 청탁을 했던 도의원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도의회가 특위를 구성해 도지사의 인사를 검증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반발했다.

실제로 민선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후 일부 도의원들이 도청 인사에서 자신의 지역구 출신 공무원들을 챙기기 위해 청탁하는 것은 공공연한 관행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도의회가 인사행정에 관한 특위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 공직사회의 반응은 싸늘한 상황이다.

반면에 충북참여자치연대 등 시민단체는 도의회의 특위 구성에 대해 기대를 표명했다.

충북참여자치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도의회는 특위를 구성하기로 한만큼 이번 기회에 도의 인사행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진행해 지사의 인사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분명한 대책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 도의원은 "집행부의 의회 경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민선 4기들어 더 심해진 것 같다"며 "특위 구성에 대해 의회 본연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찾아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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