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고교 송덕화 교사 등 타계… 2명 중상
송교사 장모, 부상당한 김문식씨 부친 사고후 잇따라 타계 주위 더욱 안타깝게 해
지난 16일. 전날인 토요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일요일인 이날에도 하늘을 잔뜩 지푸려 놓은 채 온종일 검뿌연 우무(雨霧)를 피우고 있었다. 오후 1시 청원군 남일면 쌍수리 남일초등학교 앞 도로. 청주에서 청원군 가덕 쪽으로 달리던 스타렉스 승합차가 마주오던 시내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스타렉스 승합차에 타고 있던 송덕화(세례명 갈리스도·오창고교 영어과 교사·48) 조문희(〃 갈리스도·47), 신호식씨(〃 사도요한·44)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스타렉스 운전자인 김문식씨(〃 베드로·53)와 동승했던 김명호씨(〃 사도요한·35)는 중상을 입었다. 송 교사 등 5명은 이날 김씨가 운전하는 스타렉스 승합차를 타고 청원군 가덕면 내암리 203번지 마리아의 딸 수도회 소속 마리아니스트 수련원(원장 김수선나 수산나 수녀)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이들은 청주시 모충동 성당의 신도들로 레지오 봉사단원이었다.
수녀원에 봉사활동가다 참변
김 수산나 원장은 “사고가 있기 며칠전 친분이 있는 김문식 베드로께서 ‘뭐 도와드릴 것이 없느냐’는 전화가 와 당장 큰 일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수련원내 버섯재배 밭의 차양막 시설을 고쳐달라는 부탁을 했었다”고 말했다. 여성들만 있는 수련원 처지에서 완력을 필요로 하는 버섯재배 시설 수리를 부탁한 것이다.
김 원장 수녀는 “하지만 이날 비가 계속 뿌린데다 김문식 베드로의 부친께서 노환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음 기회에 찾아오시는게 좋겠다고 간곡히 만류했다”며 “그러나 레지오 단원간에 이미 약속이 돼 있었던 듯 이날 궂은 날씨에도 수련원을 찾아 오다가 그만 끔찍한 변을 당하시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조사중인 청주동부서는 “빗길에 미끄러졌는지 아니면 타차량이 원인이 돼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그랬는 지 모르지만 일단 스타렉스 승합차가 중앙선을 넘는 바람에 마주오던 시내버스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사고원인은 더 조사를 해야 판명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늦게 송덕화 교사의 예상못한 사고 소식을 들은 오창고교의 동료 교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박종길 교감은 “성품이 온화했던 송 선생은 교육 및 학생 훈육 등에 있어 성실하고 모범적인 교육자였다”며 “독실한 신앙심으로 봉사활동에도 열심이었다”고 회고했다. 송 교사의 고교 1년 후배이자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동혁 교사(47·국어과)는 “평소 절친했던 데다 교무실에서도 바로 옆자리에서 근무, 송 선배와 가까이 할 시간이 많았다”며 “여러 선생님들과 인화를 잘 하셨고 늘 부지런하게 당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다닌 분이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학교측은 “담임 선생님을 잃은 오창고교 2학년 8반 학생들이 자상하고 아버지 같았던 스승의 급작스런 사고사에 큰 충격을 받고 이 사실을 한동안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2학년 8반 교실과 교무실의 송 교사 책상에는 한동안 학생들이 갖다 놓은 조화만이 말없이 그날의 비극을 말해주고 있었다.
“부활때까지 위령미사 올려”
모충동 성당 양덕선 사무장은 “송 선생뿐 아니라 조문희 신호식 형제도 그렇고 이번 사고로 중상을 당한 김문식 김명호 형제 모두 주일마다 불우이웃과 복지시설을 찾아 열심히 봉사활동을 해 온 분들”이라고 추모했다. 이 성당 신성근 주임신부는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부활’ 전까지 넋을 기리는 ‘위령미사’를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를 크게 다쳐 한국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김명호씨는 지난 20일 수원의 성 빈센트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리가 골절된 김문식씨는 한국병원에 남았다.
그러나 ‘화불단행’이라고 했나. 이번 사고로 한창 일할 40대 나이의 가장을 잃은 유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큰 부상을 당한 사고 당사자들의 슬픔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혀 예상못한 사고로 이미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이들에게 또다시 감당못할 불행이 닥친 것이다.
송 교사가 숨진 다음날인 지난 17일 송 교사의 장모가 사위의 뒤를 따라 타계했다. 노환으로 병석에 누워있던 장모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아 사위의 죽음을 알지 못했지만 공교롭게도 다음날 세상을 함께 등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고가 나기 며칠 전부터 위독했던 김문식씨 부친역시 사고발생 나흘 후인 지난 20일 사망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장기간 요양이 필요한 김문식씨는 깁스를 한 다리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부친의 시신이 모셔진 흥덕성당 영안실을 사흘 꼬박 지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장남으로서 아버님께서 떠나시는 마지막 길을 지켜 드려야 한다”는 그의 고집을 의료진조차 꺾지 못한 것이다.
유족돕기 모금운동 나서
이번 사고로 타계한 분들을 두고두고 기억하며 진혼의 기도를 올릴 계획이라는 김 수산나 원장 수녀는 “문제는 평범한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충격적 사건들을 잇따라 당한 유족들”이라며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잃고 충격을 가누지 못하는 유족들과 친가족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며 늘 위로의 말씀을 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사망한 3명의 신도에 대한 합동 영결식을 집전한 신성근 모충동 성당 신부는 “송덕화 갈리스도 형제분의 경우 아들 둘이 서울대 3년과 아주대 1년에 재학중인 등 이번에 돌아가신 3분의 형제분들이 이승에 남긴 자녀들이 많다”며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물질적으로 돕기 위한 성당차원의 모금운동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 임철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