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고, 고위층 장악하고도 ‘역차별’ 논란
전통의 강호 실업계 지고 새 강자 급부상
질·양적 열세인 고교 출신은 영원한 멍에

청주시 공무원 인사에 있어서 보이지 않게 작용하는 가장 큰 힘은 누가뭐래도 학연과 지연이다. 그 영향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지만 누구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공무원 사회에서 학연이 통하는 것은 ‘밀어주고 끌어주는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승진대상끼리 박빙의 대결을 벌일 때 ‘깃털의 무게’로도 명암이 엇갈릴 수 있고, 여기에 학연은 늘 변수로 작용해 왔다. 이와 함께 인사고과, 부서배치 등 인사와 관련한 크고작은 결정에 학연의 힘이 미쳐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청주시청 내에는 각 학교 별로 동문회가 조직돼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청 내 고교동문회는 대개 2~3개월이나 분기별로 모임을 갖는데, 대개 사무관 이상이 회장을 맡지만 사무관이 없는 경우에는 6급 주사가 그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

동문회 활동의 중심은 애경사를 챙기는 것이다. 1년에 한차례 정도 체육대회를 열고 6급 이상 승진자가 있을 경우에는 화환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동문회 활동이 크게 위축돼 사실상 모임을 갖지 못하는 곳도 있고,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몸집을 불린 경우도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실업계 고등학교의 추락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청주시의 요직을 장악하고 수적으로도 일정한 세를 형성했던 청주상고(대성고) 동문회는 3년 전부터 아예 모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실업계 출신의 공무원 입문이 크게 줄어들면서 인원이 50명 이내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직을 장악하고 있는 청주기계공고와 청주시 공무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청주농고도 모임이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운호고 출신이 110명을 차지하며 중원을 장악했고, 청주고, 세광고 70명선, 충북고 60명, 청석고, 신흥고는 60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실업계고 ‘아, 옛날이여’
청주시에서 전통적으로 시장, 부시장은 물론 서기관급 이상 고위직을 배출해온 학교는 청주고를 제외하고 모두 실업계 고등학교다. 청주고와 함께 60년 이상 역사를 지닌 학교가 청주상고, 청주농고, 청주기계공고 등 모두 실업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역사가 50년 남짓한 세광고등학교를 비롯해 개교 30~40년 주년을 맞는 충북고, 청석고, 신흥고 등은 아직 서기관을 배출하지 못했다. 청석고와 신흥고는 아직까지 6급 주사가 최고위직이다.

청주상고(대성고)의 경우 민선 1기 김현수 시장 시절 전성기를 누렸다. 김숙영, 이덕호, 박상기, 오익균씨 등 서기관을 줄지어 배출했으나 충북도로 전출된 주준길, 정로환씨 등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청주농고는 신왕섭 문화예술체육회관장, 김태연 상수도관리사업소장 등 2명의 서기관과 이동주 도시과장, 박재일 건설과장, 이풍희 재난안전관리과장 등 사무관 10여명이 일정한 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40살 이하의 공무원이 전무해 대가 끊긴 상태다.

청주기계공고도 현재 열린우리당 사무청장을 맡고 있는 김광수 전 상당구청장을 정점으로, 지금은 주영설 총무과장, 김원석 상수도사업 시설운영과장, 김재선 환경과장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나 1년에 한번 모임을 갖기도 어려운 상태다.

청주고, 역차별 논란 속 부활하나
청주시 인사에서 늘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던 것은 청주고 인맥의 부침이었다. 김현수 시장 시절 혹독한 시련기를 겪었던 청주고 인맥은 청주고 출신 나기정 시장이 취임하면서 ‘청고시대’를 맞았으나 서기관급에서는 도에서 전입 온 류인기 상당구청장 외에 눈에 띄는 배려는 없었다.

특히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한대수 시장이 취임하면서 ‘청주고를 일부러 배제시킨다’는 말이 나왔고, 청주고 출신인 현 남상우 시장이 ‘학맥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터져나왔다.

그러나 2007년 1월1일 인사를 거치면서 청주고 출신들이 요직을 장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화규 흥덕구청장의 임명으로 청주시 양 구청장을 모두 청주고 출신이 차지했으며, 상당, 흥덕보건소장, 청주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등 직속기관 및 출연기관도 청주고 출신에게 돌아갔다.

청주고 출신이 아닌 청주시 사무관 A씨는 “아직까지 모교에서 서기관 이상을 배출하지 못하다보니 지금까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학연이 마이너스 요인이 된 적은 있어도 한 번도 도움이 된 적이 없다”며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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