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후보군 황학수PD·이상호기자 등 거명돼

12일 단재언론상운영위원회 박정규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날로 예정된 제1회 단재언론상 수상식이 리영희씨(77·전 한양대 교수)의 수상거부로 취소됨에 따라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리씨는 "(단재 관련) 단체들간의 법정소송까지 벌이는 추악한 이면의 실상을 알게 됐고, 애당초 그런 상의 수상을 고사했던 입장에서, 그 소송의 향방과 귀결의 여하를 불문하고 그 상의 수상을 거절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밝혔다. 리씨가 문제삼은 '단체들간의 법정소송'은 단재문화재단 신모 대표가 '단재' 상표권을 내세워 법원에 단재문화예술제전추진위의 명칭사용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사건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서울 단재기념사업회 관계자가 최근 리씨를 직접 찾아가 단재문화예술제전 운영에 따른 제반 문제점을 설명한 것이 수상거부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 단재기념사업회(회장 김원웅)와 청주 단재를 기리는 모임(상임대표 김정기)은 올해 단재서거 70주기 기념행사를 단재문화예술제전추진위와 공동추진하려 했으나 무산되면서 내부불신이 깊어진 상태다.

결국 독립지사 단재 선생을 추모하고 업적을 기리겠다는 단체간의 반목 때문에 '단재'의 이름에 큰 오점을 남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울러 단재언론상의 제정과 수상자 선정과정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사전에 지역의 공론화 과정이 없다보니 일부 시민사회단체 임원들은 박 위원장의 심사위원직 제의를 완곡하게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위원을 고사했다는 Q씨는 "박정규 위원장이 대단한 열정을 갖고 오랜 기간 단재기념사업을 만들고 집행해온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또 언론학자로써 단재에 대한 전문성을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심사위원직을 거절한 이유는 단재언론상에 대한 사전논의나 고민없이 무작정 맡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토론과 합의라는 민주적 절차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재언론상심사위원들은 리영희씨 이외에 황우석 교수 연구비리를 추적보도한 'PD수첩' 황학수PD와 삼성그룹 로비의혹을 제기한 이상호 기자를 수상 대상자로 심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리씨가 수상거부한 상황에서 다른 대상자들이 수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않아 올해 단재언론상은 시상 자체가 어려울 전망이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W씨는 "리영희 선생께서 수상식 전날에서야 통보를 하신 것이 못내 안타깝다. 앞으로 상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이번 상처를 거울삼아 상호간 불신을 털고 새로운 틀을 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역의 젊은 활동가들이 나서서 사태해결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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