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촌놈밥상 장장기·신희순씨 부부 귀감
하지만 6년 전 처형이 운영하던 식당을 인수해 시골의 넉넉한 인심이 담긴 밥상을 차려 내면서 하나둘 단골이 늘어갔고 이제 밥술 깨나 뜨는 정도가 됐다. 장씨는 “청년시절 안해 본일이 없습니다. 술집 종업원에서 일용 노동자까지 전국을 떠돌며 고생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제 삶이 조금씩 나아지니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난다는 장씨 부부. 3년 전부터 매년 어버이날(5월8일)이 되면 지역의 홀로사는 노인을 초대해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충북일보>와 함께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생활형편이 어려운 지역 노인 1300명을 초대해 대접하기도 했다.
“남는 음식도 버릴 것이 없었다”는 장씨 부부. 결손 아동이 머무는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대우 꿈동산을 찾아 아이들까지 챙겼다고 한다. 장씨 부부의 선행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부터는 결손 가정 아이들에게 식당을 찾아 무료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몇달이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발길이 끊겼다.
장씨는 “조부모 슬하에 크는 아이들이 집에서 자꾸 혼나니까, 찾지 않는 것 같다. 안타깝지만 결손 가정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지난해부터 형편이 어려운 지역 노인들을 위해 집고쳐 주기 사업을 하고 있다.
(사)징검다리와 함께 하는 사업은 청원, 증평, 보은에 3호점이 탄생했다. 장씨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손녀딸 들이 허름한 집 한채에서 목욕도 제대로 못하고 사는 것 같아 샤워실과 입식 부엌으로 고쳐 줬다. 그리고 70대 맹인 할아버지가 마루에 뜨락까지 굴곡이 심한 집에서 사는 듯 해 문턱을 낮춰 주는 사업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받는 즐거움보다 베푸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는 부인 신씨. “형편이 되면 넉넉한 복지사업을 하고 싶다는 남편의 뜻에 따라 앞으로도 그늘진 이웃을 위해 사랑을 베풀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장 씨는 “단골 손님이 찾아 주지 않으면 힘든 장사다. 이웃들에게 받은 사랑을 조금씩 되돌려 주고 있을 뿐이다. 3남매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소원이고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충주와 괴산이 고향인 이들 부부. 시골의 넉넉한 인심이 담긴 밥상을 차려 낸다는 의미에서 상호를 ‘촌놈밥상’이라 지었다 한다. “힘이 닿는 데까지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는 취중진담에서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경철수기자
경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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