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가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
-식품안전문제와 공공서비스를 중심으로

                                         이지영(충북여성민우회 사무국장)

1) 밥상의 안전을 위협하는 한미 FTA

① 광우병 쇠고기, 다이옥신 돼지고기 마구 먹으라고요? - 위생검역기준 완화
이번 한미 FTA협상에서 미국이 가장 많이 수출할 상품 중의 하나로 꼽는 것이 축산가공품입니다. 
축산 가공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미국은 SPS(위생 및 검역조치)을 하향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식물 검역은 안전기준을 통과한 식품, 농산물, 축산물만 수입할 수 있게 하여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병원성 대장균 O157, 벨기에산 돼지고기의 다이옥신, 미국산 소시지의 리스테리아 등은 허술한 동식물 검역의 피해 사례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한국의 위생검역 관련 법률과 행정관행 등과 관련해 검역기준 및 검역행정의 대폭적인 간소화 및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현재도 결코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는 우리나라 식품안전체계가 앞으로 더 허술해질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과거 1999년 벨기에산 다이옥신 돼지고기를 수입했을 때도 정부에서는 이를 그대로 유통시킨 일이 있을 정도로 검역시스템이 허술한 우리나라에서 이제 그마저도 더 낮추면 우리의 밥상은 그야말로 위험지대가 되어버립니다. 더군다나 이미 정부에서는 한미 FTA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인 4월에 미국산 광우병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상태입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자유무역의 희생양이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② 소비자가 까다롭게 선택하면 된다? - 식품안전체계 불안
이대로 한미 FTA협상이 타결되면 우리 식탁에는 정체 모를 식품들로 넘쳐나게 됩니다. 소비자가 까다롭게 선택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식품안전체계는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품안전체계는 식품의 개념을 한정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원재료의 생산과 가공,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신문에 늘상 오르내리는 기사가 ‘불법유통’과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둔갑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자가 까다롭게 고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한미 FTA로 식자재가 자유롭게 수입되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 식품안전체계부터 구축해야 합니다. 그래야 온전한 소비자의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③ GMO식품 표시도 안한다고요? - GMO의무표시화 폐지
재판에서는 유죄가 확정되지 않는 한 모든 피의자나 피고인을 무죄로 봐야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에 있어서는 반대로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봐야합니다. 농약이 처음 개발됐을 때 전세계는 농업기술의 혁명이라고 떠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건강하게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이 아토피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것은 위험성이 전혀 없다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으로 봐야합니다. 몇십년이 흐르고 나서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우리에게 오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GMO(유전자조작식품)의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서 전세계 GMO재배면적의 6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GMO를 수출하고자 우리나라의 GMO의무표시화 규정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GMO는 아직 그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오히려 면역체계를 혼란시키는 등 위험성이 높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GMO에 대한 표시조차 하지 않고 GMO농산물, 특히 콩, 옥수수, 토마토 등과 가공식품이 수입된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먹을 게 없어집니다. 


2)공공서비스는 기본입니다. 그래서 인권입니다.

①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서비스는 삶의 필수조건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서비스는 그야말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공공’사업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가장 필수적이기 때문에 사기업에서 영리를 위해 가격을 엄청나게 올려도 사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산업을 보호하고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한다는 소위 “에너지 산업 보호무역주의”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개발도상국에게는 개발원조의 명목이나 혹은 우리도 경험한 바 있는 IMF와 같은 외환위기를 빌어 알짜배기 국가기간산업을 내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남미와 아시아의 대다수 개발도상국은 개발원조와 외환위기 시기에 공공서비스 국가산업을 초국적 자본에게 내주어야만 했고, 이로 인해 엄청난 요금인상과 공급중단 사태에 직면했습니다. 예를 들어, 볼리비아에서는 수도요금이 30배나 상승했으며, 호주 빅토리아 주에서는 이윤을 남기기에 급급했던 사기업에 의해 전력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자국에너지는 보호하되, 남의 나라 에너지는 민영화해서 돈을 엄청나게 벌겠다는 몰지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졸속적으로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게”라고 선언합니다. 이미 팔아버린 나라에서도 다시 국유화하는 이 시점에, 거꾸로 한국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매각의 일순위로 내어놓고도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겠다니, 말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공공서비스산업은 ‘공공’으로 남겨놓아야 합니다.

②공공서비스, 사회공공성은 너무나도 당연한 우리의 권리입니다
98년 프랑스에서는 실업자들의 목소리가 쩌렁 쩌렁 울렸습니다. “개인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본적 경비에 상당하는 금액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조건 없이 매달 지급하라!” 이것은 결코 황당한 요구가 아닙니다. 우리 정부가 목매어 외치는 신자유주의가 가장 먼저 관철된 영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거의 모든 병원은 국유화되어 있고 의료진들은 모두 국가로부터 봉급을 받는 공무원들이자 공공기관입니다. 많은 국가의 극장, 레스토랑, 빈민구호소, 여름 캠프, 수영장과 레저시설 등은 시의회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이기도 합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대학 무상 교육이 실제로 실시된 시기는 현재의 한국 경제력보다 훨씬 못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보다 열악한 경제력으로 알려져 있는 남부유럽과 제 3세계 국가에서도 대학 무상 교육은 이미 일반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등록금이 거의 없고 학생 본인이 부담하는 것은 1년 동안 사용하는 공공비용 즉 도서관 사용료 및 기타 보험 경비 등에 불과하지만, 국가는 학생들에게 주거비도 지원합니다. 그런데 2003년 신자유주의 망령이 또 공공서비스를 박탈하고자 시도하여 프랑스 정부는 수업료를 인상(우리나라 돈으로 10만원 가량인데도!)하고자 했지만, 결국 학생들의 거센 저항으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렇듯 공공서비스, 사회공공성은 우리의 사고를 조금만 넓혀나가면 충분히 확장해나갈 수 있는 우리의 권리입니다.

③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말고, 다시 굳건히 세웁시다
다행히도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발전소 노동자들과 가스를 직도입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역시 철도라는 공공산업을 국민의 것으로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이 미국과 초국적 자본, 그리고 국내 정부와 자본이 결탁한 공공서비스 산업의 민영화 정책을 막아내었습니다. 발전소가 한국전력에서 매각을 위해 분할되었고, 철도 역시 공사로 전환되었으며, 천연가스의 직도입권이 포스코, GS, SK 등(이들 자본의 50% 이상은 이미 국내 자본이 아니랍니다.)에 열렸지만, 여전히 공공의 기업과 국민의 기업으로 남아 있는 것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고, 사회공공성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전히 교육과 의료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공공서비스를 향유하는 서민들의 공공서비스 확장에 대한 요구는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베올리와와 온데오 등 초국적 물 산업이 속속들이 한국의 하수도 산업을 노리고 있고 상수도 산업의 민간위탁 확장과 경쟁체제 확대를 통해 진입하려 하고 있으나, 한국의 노동자와 민중들은 마산과 전주, 그리고 서울의 암사정수장 위탁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이 힘, 이렇게 공들여 쌓아왔던 공공서비스 쟁취를 위한 노동자 서민의 열망을 다시 세워 나갑시다. 국민의 삶을 유린하는 한미 FTA에 맞서 노동자 서민의 삶, 그 기본이 되는 공공서비스 시장화와 개방화에 맞서 나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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