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신경식의원이 이회창 전총재의 선대본부장에 임명됐다. 도내 지역구 의원중 유일하게 다선(4선)인 신의원이 대선후보 경선의 선거 책임자를 맡은 것은 나름대로 정치적 의미가 크다. 신의원은 2년전 16대 총선에서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낙선 대상자에 오름으로써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당시의 일에 대해 그는 한 사석에서 “시민단체에 밉보이는 바람에 고생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뒤를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회창과 정치적 운명 같이 해

신의원이 이회창 전총재와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게 되기까지는 사실 특별한 배경이 있다. 97년 대선 때 그는 이 전총재의 비서실장을 맡아 최측근에서 보필했다. 그러나 선거에 패한 이 전총재가 당의 공조직에서 2선(명예총재)으로 물러나자 신의원에게 곱지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3선의원이 고작 명예총재의 비서실장이냐는 비아냥이었다. 충북의 대체적인 여론도 이러했고, 본인 역시 이를 인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지만 끝까지 옆을 지켰다. 솔직히 말해 갈등은 좀 있었어도 최선을 다했다.” 결국 이런 신뢰는 그의 주군(?)이 총재로 복귀하면서 사무총장 낙점이라는 화려한 결실을 맺는다. 신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을 시기는 당내에 정체성 논란이 빚어질 정도로 어수선할 때였지만 약 1년여의 임기를 대과없이 마무리, 이 전총재의 신임을 받았다. 이 전총재의 입장에선 신의원이 ‘가장 편하면서도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이 전총재의 재임중엔 줄곧 주류로 분류됐고, 정치적 행보도 그 범주를 맴돌았다. 그 결정체가 이번 선대본부장 임명인 셈이다.

“앞날을 위해 더 큰 일 맡아달라”

결론부터 말하면 4선의원에 장관(정무)까지 지낸 신의원에겐 이번 선대본부장 자리가 미래를 보장하는 특별한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오히려 정치적 탄력을 떨어뜨리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이 전총재가 대권을 거머쥔다면 신의원의 앞날엔 탄탄대로가 보장된다. 본인은 이에 대해 “앞으로 충북을 위해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당초 최고위원 경선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회창 전 총재가 앞날을 위해 더 큰 일을 맡아달라고 권유해 생각을 바꿨다”고 밝혔다. 결국 충북을 위한 4선의 역할은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는 5월 초나 대선이 치러지는 오는 연말이면 그 정체를 드러낼 것이다.
신의원은 지금 자신의 선거 때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4월 13일부터 시작되는 경선 때문이다. 하루를 회의로 시작하고 회의로 끝내는 신의원에게 몇가지 관심 사항을 물었다.

-이회창 전총재가 왜 본인을 선대본부장에 임명했다고 여기는가.

“인간적 신뢰다. 몇차례 최측근에서 보필한 것도 그렇지만 공백없이 내리 4선을 기록한데 대한 정치적 인정도 감안됐을 것이다. 또한 충청권 인사에게 선거책임을 맡김으로써 타 지역의 비토성향을 막는데도 유리할 것이다.”

-이원종지사의 한나라당 영입과정이 좀 어설펐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도지사 후보에 대해선 공조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물을 마시려면 그 물의 근원을 알아야 하고, 나무를 보면 그 뿌리를 알아야 한다. 그동안 JP와 자민련이 여러번 변신을 했지만 이젠 한계에 왔다.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이지사의 한나라당행은 대세였고 우리가 그 명분을 만들어 준 것 뿐이다. 충북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이 공조한다는 것은 말장난이자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위에서는 생각지도 않는 얘기를 밑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 지금 JP가 DJ를 공격하고 있는데 공조가 가능한 얘기인지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민주당의 노풍(盧風)같은 이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여론이 많다. 경선 연기 문제로 처음부터 파열음이 나는데 원만하게 치러질지 의문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다르다. 이미 이회창후보에 대해선 모든 것이 검증됐다. 언론이나 여론으로부터도 맞을만큼 맞았기 때문에 별다른 변수는 없다. 말많은 정계개편도 국민들의 성숙한 정치의식 때문에 통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일에 갈등은 항상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후보가 총재직을 내놓으면서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초심으로 나섰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도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스스로 공정을 기하기 위해 경선캠프도 중진의원을 가급적 배제하면서 실무팀으로 구성했다.”<이회창 캠프에는 신경식의원을 본부장으로 김무성(부산 남. 상황실장) 정병국(가평 양평. 상황부실장) 이병석의원(포항 북. 대변인) 등이 참모로 있다>

-특별한 경선전략이 있다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후보에 대해선 모든 것이 이미 드러났다. 지금부터는 후보의 실체, 즉 국정 관리능력을 알리는 일만 남았다. 분명히 타후보와 차별화시킬 것이다. 요즘 각종 여론조사에서 누구(노무현)에 비해 약간 뒤지는 결과도 나타나지만 어차피 바람인 이상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바람은 때가 되면 가라 앉는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민주당 노무현후보가 중앙일간지를 국유화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데 한 때 언론사 기자를 했던 입장에서 이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신문사를 국유화한다고 어디 될 일이냐. 우리 언론이 그렇게 취약하다면 지금 이렇게 시끄럽지도 않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럼 왜 한나라당이 이를 문제삼는가. 이회창후보가 덩달아 이념논쟁, 이른바 색깔론을 부추기는 것도 모양이 안 좋다.

“터무니없는 얘기지만 사석에서 이를 발설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의문시된다. 때문에 당연히 자질검증이 필요하고 지금의 공방은 이런 맥락에서 전개되는 것이다. 이후보가 문제삼는 것은 상대 당(민주)의 정체성이다. 이런 것을 색깔논쟁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그 자체가 폭력이다.”
/ 한덕현 기자


경선에서 밀리고, 후진위해 길 터주고
지방의회의 현역 의원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여기에도 ‘음모론’이 제기될 만하다. 광역의원 음성 제 1선거구 한나라당 경선에서 현역인 김소정의원이 40대의 팔팔한 이기동씨(보험사 대리점운영)에게 일격을 당하더니 청원 제 1 선거구에서도 현직의 신대식의원(64)이 한창동씨(47. 청원군의회의장)에게 밀렸다. 아직 후보를 내지 못한 지역에서도 한나라당 입당과 재탈당의 혼선속에 현역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이처럼 경선에서의 변화 뿐만 아니라 현역 의원들이 스스로 후진을 위해 길을 터주는 경향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전.현직 도의회 의장인 김준석의원(청주 1)과 김진호의원(청주 3)이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신진세력들의 의회 진출이 기대되고 있다. 또한 신택수도의원(청주 4)도 최근의 정치상황에 실망한 나머지 불출마쪽으로 마음을 굳힌 후 후배에게 기회를 양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청주시의회의 중진인 P의원 등이 마땅한 정치후배를 공개적으로 물색하는등 일선에서 물러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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