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국민운동 충북본부에서는 지방분권 10대 의제중의 하나로 지방대학육성특별법 제정 및 인재지역할당제 도입을 들었다. 이런 특별법이 제정돼야 할 정도로 지방대는 실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가 서울소재 대학 중심의 정책을 줄곧 추진해 온데다 우수학생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대는 학생모집도 어려운 실정이다. 거기에 두뇌한국(BK 21) 사업이 수도권 중심의 대학에 편중지원돼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간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10대 명문대 80%가 수도권에
우리나라 수도권에는 전체 대학의 41%가 위치해 있으나 10대 명문대학의 80%가 몰려 있다. 우수대학의 대부분이 이 곳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우수학생들은 서울로, 서울로 올라간다. 교육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수도권 소재 대학의 미충원율은 4.4%인데 반해 지방소재 대학은 3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졸자보다 대입정원이 많은 올해부터는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교육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역의 모 대학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방명문대와 국립대에 우수학생들이 몰려왔다. 굳이 명문대가 아니면 서울로 가지 않고 지방에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무조건 서울로 가고 보자는 식이다. 그래서 지방의 괜찮은 대학보다 낮았던 서울소재 대학과 수도권 인근 대학들의 커트라인이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지방대가 낮아지는 추세다. 지방대는 취업하기 어렵고 모든 문화기반 시설이 서울에 몰려있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모집이 어려운 현실은 재정악화를 가져와 우수한 교수인력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학에서는 전임교원보다 겸임교수 및 시간강사를 더 많이 채용하고, 교수들도 수도권 대학이 안되면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식으로 수도권 대학을 훨씬 선호한다.
지난해 12월 10일 충북지역 총·학장협의회가 ‘지역대학위기극복 범도민대책위원회’를 창립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고사직전인 지방대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모아져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지역대학의 발전이 곧 지역의 발전이라는 확고한 신념아래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평생학습을 통한 지역민의 삶의 질을 제고시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역내·외의 우수인재 유치를 위하여 교통 및 생활편의 시설 제공과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취업 때문에 서울로 간다”
그리고 지방대는 입학할 때 설사 정원을 가까스로 채운다고 해도 편입철이 되면 또 우수수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봐야 한다. 2001학년도 1학기 수도권 대학 편입생 3630명중 40%인 1440명이 지방대 출신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서울 등 수도권 대학에 틈만 나면 비집고 들어가 졸업장을 반드시 수도권 대학에서 받아내려고 애를 쓴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취업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다. 지방대 출신이라고 하면 웬만한 기업의 서류전형에서 탈락되고 번듯한 대기업에는 서류 한 번 내보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충북대 졸업예정자 C모 군은 “대기업이나 대우가 좋은 곳으로 알려진 몇 몇 업체에서는 서류를 학교로 내려보낼 때부터 차등을 둔다. 지방대에는 서울 소재 대학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입사원서가 내려오고, 서류를 접수했다 하더라도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외된다. 그래서 지역에 남아 있으려고 해도 지방업체의 본사까지 서울에 있어 여기서는 갈 데가 없다. 지방대가 낙오자들을 가르치는 곳도 아닌데 졸업만 하면 서울쪽 대학과 엄격히 구별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인재가 갈수록 서울로 유출되는 현상은 지역발전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충북처럼 뚜렷한 자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인재양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인재유출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루어진다.
인재유출 현상 중·고등학교 때부터
몇 년전부터 불어닥친 조기유학 바람을 타고 자녀를 미국 등 영어권 국가로 일찌감치 유학보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와 더불어 서울 강남지역으로 ‘유학’을 보내는 사례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윤모씨는 지난해 중·고등학교 다니는 두 자매와 부인을 서울로 보내고 청주에서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다. 그는 “좋은 대학에 가려면 강남에 있는 학원을 다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보냈다. 생활비가 몇 배 더 들어 힘들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내 주변에는 미국이나 캐나다, 아니면 서울로 유학보낸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이같은 심리는 지방 공교육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지방학생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시내 모 중학교 최 모 교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공부 잘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이 있으면 언제 전학갈 것인가가 관심사다. 그러다보니 학생들 사이에 질투심 같은 것들도 있고 지방에 남아 있으면 뒤떨어진다는 피해의식도 있다. 공교육은 전국 어디나 별 차이가 없는데 강남으로 대표되는 사교육현장이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교육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와 통한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지역대학위기극복 범도민대책위원회’에서는 대학교육의 내실화, 대학의 이미지 개선, 주민들에게 평생학습기회 제공, 첨단교육환경 및 문화활동 공간 제공을 대학측이 해결해야할 과제로 부여했다. 그리고 충북도와 지방자치단체에게는 대학의 대외경쟁력 제고, 취업기회 제공을 위한 제도개선,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기금조성 및 범도민대책을, 지역산업체에게는 지방대생들의 취업기회 제공, 우수인재 양성지원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박찬석 교수는 총장 시절, 공무원 임용 및 자격시험 등에 인구비례로 지역인력을 선발하자는 지역인재 할당제를 부르짖어 호응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은 지역인재 할당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어 인재할당제가 지방을 발전시키는데 필요충분한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