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 여행가 속리산을 내려오다 3
요즈음 바랑을 걸머지고 떠나는 여행길에서 나는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오롯이 혼자 걷는 길은 곧 자신과 만나는 길이라는 것, 이는 또한 근사한 휴식시간이자 축복의 시간이 된다는 점이다. 문장대(文藏臺)를 향해 왔던 내 발걸음도 그랬다.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는 몇 걸음마다 쉬면서 추월해 가는 이들에게 살짝 웃어주었고, 내리는 빗소리를 친구 삼아 천천히 올라왔다.


고마운 청법대 부처님을 뒤로 하고 몇 걸음 가다보니 신선대 휴게소가 나온다. 내 산행길이 늦긴 좀 늦었나 보다.
신선대 휴게소는 벌써 문이 닫혀 있다.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좀 아쉽다. 그러나 이쯤에서 다리라도 한번 쉬어갈 양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널따란 바위가 휴게소 앞에 놓여 있다. 바위 위로 오르니 하늘이 바짝 가깝게 다가온다. 비 그친 후 개여 가는 산 모습이 넓게 펼쳐진다. 저기 문장대도 비안개 때문에 희미하지만 그리 멀지는 않다.
주변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니 행동이 더욱 자유스러워진다. 신선대 바위에 벌렁 드러누워 본다. 가릴 것 하나 없는 하늘이 더 넓게 보인다. 신선놀음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평소 높이 올려만 보던 나무들이 발아래 놓여 있고, 누구의 시선에 잡힐 것도 없이, 고요 속에 머무를 수 있는 상태. 혼자라서 오히려 더 충만한 상태에 자신을 놓아둘 수 있는 것.


반쯤 가려서 더 황홀했던 입석대는 끝내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눈으로 담을 수 없는 것은 마음에다 담아야 하는 것일까.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이 아주 작은 것도 그 때문일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충북인뉴스
cbi@cbi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