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수산 운영하는 자갈치 아지매 하미경씨

충청리뷰가 2005년에 이어 2006년에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저술 분야에 대해서도 지원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2005년 12월 지역탐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 수동’을 출간한데 이어, 2006년 11월에도 ‘청주를 파는 육거리시장’이라는 제목으로 청주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유통구조의 변화 속에서도 자생의 길을 열어가는 육거리시장에 대한 탐구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원고 가운데 일부를 ‘육거리시장 사람들’이라는 제하에 나누어 싣는다. / 편집자

“구경 한 번 와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장터지만 있어야할 건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가수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의 노랫말 가운데 일부다. 절대로 틀릴 수 없는 화개장터의 명제는 물론 육거리시장에서도 그대로 진실이다.

아니 오히려 육거리시장에는 있지만 대형유통매장에는 없는 업종이 있는데, 바로 가물치, 잉어, 붕어, 미꾸라지 등을 파는 민물고기 유통업이다. 어물전이 없는 대형유통매장은 찾아볼 수 없지만 역으로 민물고기를 파는 경우도 없기 때문이다.

육거리시장 초입에는 일정한 매장 없이 커다란 함지박을 이용해 민물어종을 파는 노점도 있고, 대(大) 도로변 난장에서는 동자개나 미유기 같은 민물매운탕 거리를 대접에 담아놓고 파는 시골 아낙네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 눈맛으로도 제법 묵직함이 느껴지고 도리질이 만만치 않은 가물치를 익숙하게 들어올리는 하미경씨의 모습에서 관록이 풍겨나온다. / 사진 =육성준 기자 충북수산은 육거리시장에서 유일하게 20년째 점포를 내고 민물고기를 유통하는 곳이다. 육거리시장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첫 점포가 충북수산이다. 약 10년 전부터는 강호길(48), 하미경(41) 부부가 운영을 하고있지만 처음 점포를 낸 사람은 강호길씨의 형인 강호윤(55)씨다. 형 호윤씨는 현재 청주시 모충동에서 민물장어유통업을 하고 있다. 육거리 충북수산이 소규모 식당이나 건강원, 일반인들을 상대로 소매판매를 한다면 모충동의 민물장어유통은 식당을 상대로 납품을 하는 일종의 도매점인 셈이다. 충북수산의 커다란 함지박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민물어종은 가물치와 잉어, 붕어, 미꾸라지, 장어, 자라 등이다. 가물치의 용도는 널리 알려진대로 대부분 ‘산후조리용’으로 팔려나간다. 하미경씨는 “가물치 조리법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마늘, 생강, 잔대 등의 약재를 넣고 삶는데 흰콩을 넣으면 뼈가 쉬이 물러지고, 소주는 비린내를 없애준다”고 귀띔해 준다. 가물치의 거래가는 2kg을 기준으로 약 3만원 선이다. 1kg당 5000~7000원에 거래되는 붕어와 잉어는 찜이나 매운탕감으로도 팔리지만 건강원을 통해 십전대보탕으로 거듭나는 경우가 많다. 만성병 등을 앓고 난 뒤 기력이 쇠했을 때 먹는 십전대보탕의 한방처방은 인삼, 백출, 백복령, 감초, 숙지황, 천궁, 당귀, 황기, 육계, 백작약 등의 약재에 대추, 생강 등을 첨가해 다려내는 것이지만 건강원을 통해 붕어나 잉어즙으로 유통되는 것은 물론 ‘한방오리탕’ 등의 메뉴로 보양식품의 반열에 오른지 오래다. 이렇게 따지면 푹푹 찌는 한여름이 대목이 되겠지만 ‘IMF한파’ 이후 화끈한 대목은 실종되고 말았다. “보양식품이라는 것이 먹고 살만해야 찾게되는 것인데 경기가 어렵다보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하씨의 설명이다. 이에 반해 메기나 미꾸라지 등은 매운탕이나 추어탕의 재료로 팔려나가고 장어는 구이, 곰국용으로 판매된다. 자라는 식용도 식용이지만 사찰의 방생법회 때 구사일생으로 함지박을 탈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자라 가운데 60% 이상이 아열대 국가에서 건너온 것들이라 엄밀히 말하면 토종이 아니다. ▲ 충북수산에서 유통되는 민물어종의 유통경로는 자연산, 양식, 수입산 등 다양하다. 사진은 중국산 붕어. / 사진=육성준 기자
충북수산에 들어오는 민물어종의 유통경로는 자연산에서부터 국내 양식, 수입산 등 다양한데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구입 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가물치, 메기, 미꾸라지 등은 대부분 국산양식을 받고 붕어, 자라 등은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하씨는 “예전에는 내수면 어업에 종사하는 어부들이 각종 잡어 등을 납품했고 자연산 가물치, 미꾸라지 등을 잡아다가 넘기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충북수산의 민물어종들은 모두 살아있는 ‘활선어’의 상태로 납품된다. 따라서 물고기들이 함지박 안에서 목숨을 다하기 전에 판매하는 것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장사수단이다.

하씨는 실제로 “붕어 등은 죽기 직전에 냉동처리해 헐값에라도 팔 수 있지만 죽으면 폐기 처분해야 어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재고를 만들지 않는 것이 장사를 잘 하는 방법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눈요기 삼아 발길을 멈추고 구경하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손가락으로 ‘꾹꾹’ 찔러보는 관람객(?)들은 당연히 요주위 인물이다.
사실 하씨는 고향이 부산이라 민물고기가 생소할 수밖에 없는 ‘짠물’ 출신이다. 시댁도 경남 진주이다보니 청주는 낯선 타향일 뿐이다. 하지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자갈치 아지매를 충청도 아줌마로 만들었다.

눈맛으로도 제법 묵직함이 느껴지고 도리질이 만만치 않은 가물치를 익숙하게 들어올리는 하씨의 모습에서 관록이 풍겨나온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