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수산 운영하는 자갈치 아지매 하미경씨
| 충청리뷰가 2005년에 이어 2006년에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저술 분야에 대해서도 지원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2005년 12월 지역탐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 수동’을 출간한데 이어, 2006년 11월에도 ‘청주를 파는 육거리시장’이라는 제목으로 청주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유통구조의 변화 속에서도 자생의 길을 열어가는 육거리시장에 대한 탐구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원고 가운데 일부를 ‘육거리시장 사람들’이라는 제하에 나누어 싣는다. / 편집자 |
“구경 한 번 와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장터지만 있어야할 건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가수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의 노랫말 가운데 일부다. 절대로 틀릴 수 없는 화개장터의 명제는 물론 육거리시장에서도 그대로 진실이다.
아니 오히려 육거리시장에는 있지만 대형유통매장에는 없는 업종이 있는데, 바로 가물치, 잉어, 붕어, 미꾸라지 등을 파는 민물고기 유통업이다. 어물전이 없는 대형유통매장은 찾아볼 수 없지만 역으로 민물고기를 파는 경우도 없기 때문이다.
육거리시장 초입에는 일정한 매장 없이 커다란 함지박을 이용해 민물어종을 파는 노점도 있고, 대(大) 도로변 난장에서는 동자개나 미유기 같은 민물매운탕 거리를 대접에 담아놓고 파는 시골 아낙네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하씨는 “예전에는 내수면 어업에 종사하는 어부들이 각종 잡어 등을 납품했고 자연산 가물치, 미꾸라지 등을 잡아다가 넘기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충북수산의 민물어종들은 모두 살아있는 ‘활선어’의 상태로 납품된다. 따라서 물고기들이 함지박 안에서 목숨을 다하기 전에 판매하는 것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장사수단이다.
하씨는 실제로 “붕어 등은 죽기 직전에 냉동처리해 헐값에라도 팔 수 있지만 죽으면 폐기 처분해야 어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재고를 만들지 않는 것이 장사를 잘 하는 방법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눈요기 삼아 발길을 멈추고 구경하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손가락으로 ‘꾹꾹’ 찔러보는 관람객(?)들은 당연히 요주위 인물이다.
사실 하씨는 고향이 부산이라 민물고기가 생소할 수밖에 없는 ‘짠물’ 출신이다. 시댁도 경남 진주이다보니 청주는 낯선 타향일 뿐이다. 하지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자갈치 아지매를 충청도 아줌마로 만들었다.
눈맛으로도 제법 묵직함이 느껴지고 도리질이 만만치 않은 가물치를 익숙하게 들어올리는 하씨의 모습에서 관록이 풍겨나온다.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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