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동호회·대표자회의 등 결성, 요구 적극 개진
건설사 ‘귀찮지만 추세 인정’ 상반된 요구엔 갸우뚱

아파트 분양에서 입주까지는 대략 2년여의 시간이 걸린다. 분양을 받은 입주예정자는 계약금과 2~3차례의 중도금을 내야 하며 준공후 입주하기 위해서는 잔금을 치러야 소유권이 넘어와 실제 주인이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계약자들은 입주할 때 까지 자신의 아파트가 제대로 지어지는지, 모델하우스와 다른 부분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었고 이런 저런 의견이나 요구사항을 건설사 측에 전달하기도 쉽지 않았다. 더욱이 건설사들은 안전사고와 도난방지, 현장관리 등의 이유로 입주예정자들의 현장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어 공사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계약 이후 입주할 때 까지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었으며 입주한 뒤에야 모델하우스와 다른 점이나 하자 등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내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입주예정자들이 인터넷동호회나 대표자회의 등을 결성, 권익찾기에 나서고 있고 실제 이들의 목소리가 공사에 반영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도내에서는 오창과학산업단지 아파트에 처음으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산남3지구, 강서1지구 등으로 확산돼 소비자운동의 한 분야로 자리잡을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 소비자 의식이 높아지고 인터넷의 발달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권익찾기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인터넷이 효자 노릇

아파트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은 사는 곳도 모두 다르고 개인정보 유출 차단을 위해 시행사나 시공사들이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서로 연락을 주고 받거나 모임을 갖기가 힘들다.

그동안 입주예정자들의 권리가 묻혀져 왔던 것도 이 때문이지만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같은 갈증을 모두 해소하고 있다. 오창 코아루 인터넷동호회원 송모씨(36·청주시 흥덕구 수곡동)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카페가 개설된 것을 보고 가입했다. 카페를 통해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공사와 관련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창단지 아파트 인터넷카페는 코아루 뿐 아니라 대원, 우림, 한라, 중앙 등 모든 단지 입주예정자들도 개설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우림2차 아파트의 경우 인터넷 동호회 뿐 아니라 입주예정자대표회의도 구성해 건설사측과의 접촉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인터넷동호회나 대표회의 등 입주예정자 모임은 회원간의 친목은 물론 공사와 관련, 건설사 측에 의견을 적극 전달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계약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대해 귀찮고 번거롭다는 반응이지만 소비자 운동의 추세로 받아들이며 가능한한 요구를 수용하도록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입주예정자 의견 현장 반영
오창 코아루의 경우 동과 동을 연결한 계단을 장애인이나 유모차 통행이 가능하도록 개선했으며 외벽 장식물 설치 요구에 따라 철제 조형물을 설치 했다. 또한 옥상 조명을 설치해 시각적 효과를 높이고 조경수도 벚나무 등에서 메타세콰이어 등 고급수종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대원 칸타빌도 외벽 마감을 페인트에서 점토벽돌로 변경했으며 단지내에 실개천과 벽천 3개 시설을 설치하기도 했다. 특히 코아루 입주예정자들은 시공사가 동호회 요구를 적극 수용해 성실히 시공했다며 원건설 측에 감사패를 전달하고 단지내에 기념비 까지 세우는 이례적인 행사를 갖기도 했다.

코아루 동호회 관계자는 “외벽 조형물도 대리석으로 요구했지만 원건설 측은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철제 조형물로 설치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또한 옥상 조명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안을 제안했으며 단지 상징나무로 200년 수령의 회화나무를 식재하는 등 입주자들의 요구 수용을 넘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판단해 기념비와 감사패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동호회가 전체 입주예정자들의 공식적인 대표기구가 아니라는 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공종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 일부 건설사의 형식적인 수용이나 아직도 남아 있는 고자세 등 소비자운동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고제격 대원칸타빌 입주자동호회장(가스안전교육원 교수)은 “세대 내부는 모델하우스를 통해 제시한 부분 외에 의견을 달기가 쉽지 않다. 서비스 되는 가전제품 수준을 높이는 정도로 의견을 모았고 대신 외부 마감이나 조경에 대한 요구를 늘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입주자동호회 활동이 소비자운동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단체 설립도 생각해 볼 만 하다. 이를 통해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고 소비자 권익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직도 남아있는 건설사들의 고자세를 개선해야 한다.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계약자들의 현장 방문을 원천봉쇄한다던가 아직 소유자는 자신들이라는 식의 전근대적인 사고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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