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즐거운 추억도 많았지만 잊혀지지 않는 불쾌한 기억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남자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일종의 성희롱이었던 것 같다. 당시엔 그것이 성희롱인지 뭔지도 몰랐고 다만 불쾌한 상황은 비교적 또렷이 생각난다. 알 듯 모를 듯 야한 이야기를 하면서 혼자 즐거워하던 선생님이셨는데 수업시간에 어깨를 만지거나 팔안쪽의 살을 꼬집거나, 목덜미를 쓰다듬기도 했다. 더 흉흉한 소문도 많아서 그 선생님과 눈을 안마주치려고 안간힘을 썼으니 그 과목은 자연 싫어지게 되었다. 그런 날은 하교길에 너무 창피하고 모멸스러운 마음에 엉엉울곤 했던 것 같다.
지난 10월 17일에 열린 충북 제천교육청 행정사무 감사와 21일의 충북도 교육청 감사를 통해 밝혀진 제천 M초등학교 성폭력사건을 보면 할말을 잃게된다. 이모 학교장은 2002년 5월 부임이후 수시로 여학생들을 사택과 교장실로 불러 포르노 사진 등을 보여주면서 차마 입으로 표현할 수 없는 성폭력을 하였다. 이보다 더욱 분노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교육당국의 태도이다. 성폭력사건을 확인한 학부모와 교사가 학교장에 항의 한 후 제천시 교육청에 진정서와 탄원서를 전달하였으나 제천시교육청은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일인데 그냥 넘어가면 되지 않겠는가?” 는 식으로 답변하여 학교장에 의한 학생 성폭력에 대한 사건 자체를 무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학교장과 교사와의 갈등에 의해 발생된 사건이라는 등 본질을 왜곡하면서 피해사실을 축소·은폐하려고 하였다. 교육위원들의 감사와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비등하자 뒤늦게 학교장을 직위해제 하였다. 그러나 정식 고발을 하지 않은 채 피해학생 일부가 학교장을 고소하자 그 법적 처리가 끝날 때까지 징계를 늦추고 도리어 법의 판결에 따라 징계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학생에 대한 성폭력은 피해 학생에게 일시적인 심리적 불쾌감이나 정신적 고통만을 안겨주는 것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의 자아 존중감을 상실시키고, 자기학대, 등교기피 현상을 낳으며 이후의 삶까지도 파괴시킨다. 제천M초등학교의 경우처럼 대개의 학교성폭력사건이 가해자의 처벌은 물론이고 진상조사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중징계를 받아 교단을 떠나야 할 가해자들이 잠시 타 학교로 전보되거나 경징계되어 다시 교단으로 복귀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성폭력범죄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선례는 성폭력 범죄행위가 학교 내에서 재발 가능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신고율이 5%정도임에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성폭력발생률 2위이다. 충북교육계가 다시금 새롭게 태어나고 도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더 늦기 전에 가해자를 사법기관에 정식으로 고발하고 파면하여 일벌백계로 학부모와 학생을 안심시키고 교육계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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