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안마 단속은 뒷전… 법잣대 공공복리 외면
개방화 경쟁력·선택의 자유 예외없어·할당제

안마업을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하는 것이 위헌이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판결이 있은지 2주째가 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성난 시각장애인들이 ‘유일한 생존 업종’인 안마업권을 보장하라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청주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5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 동안 (사)대한안마사협회 충북도지부 청주시지회원 30여명이 헌재의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농성은 지난 3일 청주백화점과 상당공원 집회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정부의 책임있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매일 오후 2시간 동안 시위를 계속 할 뜻을 밝혔다.
시각장애인들의 산발적 시위도 가열됐다. 시각장애인 학교인 충주성모학교와 청주맹학교가 학교수업을 거부하는 거리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정규수업을 거부하고 고속버스터미털 등지에서 "헌재 판결 무효와 시각장애인 안마사 고용제도 유지, 교육부 대책 마련등'을 요구하는 시민호소문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들의 요구는 한 결 같다. '헌법소원 이전의 상태로 모든 것을 되돌려 달라'는 것과 '불법 스포츠마사지업에 대한 행정당국의 철저한 단속'이다. 이들은 "시각장애인에게 유일한 생존 업종인 안마업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구걸을 하지 않으면 굶어 죽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안마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맹인 안마사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휴게텔, 스포츠마사지업소 등 유사안마업소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현재 시각장애인이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안마업소는 전국 1000여개 6500여명 정도인데 반해 유사업소 수는 1만여 군데 100여만명에 이른다.

유사업종에 설자리 없는데…
청주시각장애인협회 박이순 회장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일한 취업문은 바로 '안마사자격증'을 취득하는 길이다. 이 밖에 전공과정을 거쳐 전문교사가 되는 길이 있다. 하지만 도내 등록 시각장애인 6500여명 중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한 등록회원은 고작 20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 조차도 "유사 안마업종이 성행하면서 도내 30여개 안마시술소(청주 16, 충주 4, 제천 3, 음성 1개소 등)에 적어도 5명 정도의 맹인안마사가 일하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1∼2명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은 헌소를 제기한 (사)대한스포츠마사지협회 송모 회장을 맹비난했다. 대한안마사협회 충북도지부 신억구 지부장은 "한 시각장애인이 헌재의 결정에 울분을 참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며 "정안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 67조와 보건복지부령 301조에서는 안마사의 역할을 '안마, 마사지 또는 지압 등 안마를 시술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안마사의 자격요건을 '물리적 시술에 관한 교육과정을 마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안마사 자격을 인정 받지 못한 사람이 영리를 목적으로 안마행위를 할 경우엔 의료법 제 67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현재 안마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립맹학교 3년 과정을 이수하거나 대한안마사협회 부설 수련원에서 2년간 총 2000시간의 교육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교육대상은 시각장애인에 한정되고 수료이후엔 시·도지사로부터 자격증을 발급받아 합법적인 안마사 활동을 할 수 있다.
신억구 회장은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수년 동안 해부학, 생리학 등 의학적인 지식을 습득한뒤 전문적으로 안마를 시술한다. 최근 속성으로 민간자격증을 습득한 사람이 안마를 시술함으로써 모세혈관을 손상시켜 몸에 멍이 들게 하는 등 국민건강에도 해를 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도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엔 공감하지만 안마사 자격제한이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안마를 빙자한 사이비 의료행위가 성행할까 우려된다. 안마는 현행의료법으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유사안마업종의 퇴폐행위 조장을 철저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목소리 해법은 있나

헌법재판소는 25일 보건복지부령 '안마사에 관한 규칙' 제 3조 1항 1호와 2호중 비시각장애인에게 안마업을 할 수 없도록 한 부분에 대해 "법률유보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 했다"고 헌법재판관 8명 중 7명의 인정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체법안을 마련하지 않은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에서부터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사 안마업종인 (사)대한스포츠마사지협회, 카이로프라탁, 지압, 맛사지, 피부관리, 아로마요법 업계는 대체의학의 경쟁을 살리기 위해선 올바른 결정이란 의견을 내어 놓았다.
"한미 FTA 협상이 진행중이다. 곧 의료시장 개방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동양의 우수한 대체의학을 세계에 적극 홍보해야 한다. 미·유럽과 일본·중국의 대체의학 센터가 우리나라 곳곳에 들어설 날도 멀지 않았다. 언제까지 변두리 뒷골목의 초라한 안마시술소에서 안마를 받겠는가? 밝고 쾌적한 공간에서 천연아로마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국제적인 자유경쟁을 거쳐 정당한 실력으로 생존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이제 여성 맹인 안마사가 성추행을 걱정하지 않고 안마사로서 정당한 대접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역차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온실 속에서 안주 하려는 시각장애인들의 생각도 빨리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헌법 재판관 중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내어 놓았던 김효종 재판관은 "의료법 제 61조4항이 법률유보원칙이나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일반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각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 줘야 한다. 이는 공익이 월등한 법의 균형성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안마사협회 충북도지부 정달영 부지부장(47)은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제도란 생존권이라는 사실과 장애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언젠가 불어닥칠 불행(중도 실명)에 대한 일종의 보험제도라는 것을 헌재는 간과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이 안마업권이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 유시민 장관은 시각장애인 할당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보건소와 노인복지회관에 시각장애인안마사 고용을 의무화 하는 대체입법안과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장애인안마사의 고용을 의무화 하는 방안이다.
/ 경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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