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년 한 풀었다’
4월 1일 전국중·고춘계럭비리그전 결승에서 대구 평리중을 24대 1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청주남중(교장 김세영)은 26년 전통을 가지고 있는 럭비 명문이다. 하지만 이런 명성에 걸맞지 않게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99년 충무기대회가 전부다. 전국소년체전 3위 2회, 대통령기전국종별선수권대회 준우승, 충무기대회 3위 등 항상 우승권을 맴돌던 남중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전국대회 무관의 한을 풀었다.
청주남중의 우승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규수업 외 시간에만 훈련을 한 결과라는 데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김세영 교장은 “럭비가 워낙 거친 운동인데다 비인기종목이기 때문에 선수수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현재 럭비부 선수 가운데 1학년이 없는 결과를 낳았다. 김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운동을 하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내가 직접 선수들의 성적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청주남중의 우승은 철저한 분석과 과학적인 훈련의 결과라는 평을 받고 있다. 문도협 감독은 “전 경기를 비디오 촬영해 분석하고 선수들과 함께 문제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정신력 강화 훈련, 100m 주력 테스트, 무승부 대비한 킥 훈련 등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의 결과다.
이번 우승으로 럭비협회 등 관계자들은 소년체전에서 우승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문 감독도 “여세를 몰아 소년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창단 이래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이긴 경산중이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상급기관의 자금지원이 절실하다.
“수도권 명문학교의 달콤한 유혹 막아야”
일선 체육교사들은 “지방 도시 간 스카웃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수도권 학교에서 러브 콜을 보내고 있으며 일선 학교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인간적인 정으로 호소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수도권 명문 학교가 A급 선수를 스카웃할 때는 부모의 직장알선부터, 거처할 곳, 장학금 형식의 금전적 보상, 부상시 해외치료 등 무한책임, 대학보장 등 거절할 수 없는 좋은 조건들을 제시한다”고 하소연 한다.
전국대회 우승으로 위상이 높아진 청주여중의 경우 앞으로 닥칠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전국 상위권의 실력을 갖고 있어 러브 콜이 들어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문제는 진학학교인 청주여고의 전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충북체육계의 손실로 이어진다.
하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여러 가지 보상을 제시하는 수도권 학교에 비해 도내 학교들은 자금력이나 학교 인지도 모든 것에서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최근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신흥고 농구부의 경우 2006년 진학예정이던 주성중 졸업선수 대부분이 서울, 원주 등으로 빠져나가며 주성중의 전력을 그대로 인수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충북도, 도체육회, 일선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과 육성이 절실하다는 것이 체육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다시 말해 중학교 선수들이 자신의 장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상급학교가 육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국공립의 경우 지도교사가 계속해서 지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고, 학교의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 오히려 뜻있는 사립학교에서 팀을 육성한다면 명문고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세광고 같은 경우가 좋은 사례며 휘문고, 천안북일고 등 운동부를 통해 이름을 알리는 효과를 누리는 학교들도 많아 학교와 선수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도내 고교들이 경쟁력을 기른다면 선수유출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오옥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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