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선수수급 등의 문제로 단체경기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충북 체육이 올들어 희망의 빛을 쏘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전국춘계럭비리그에서 청주남중 럭비부가 창단 26년만에 전국대회를 재패한데 이어 같은 달 18일 막을 내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에서 청주여중 농구부가 우승을 차지하는 등 단체구기종목에서 어린 선수들이 연 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충북 체육의 미래를 밝게 했다.

◆ 청주여중 농구부 창단 12년 만에 감격의 우승 청주여중(교장 정탁모) 농구부는 지난달 18일 2006 전국남여 중·고연맹전 결승에서 대전 중앙여중을 61대47로 꺾고 창단 12년만에 값진 우승을 일궈냈다. 청여중은 94년 창단 이래 꾸준한 성장을 거쳐 최근 2, 3년간 상위권 성적을 거두며 김성은(21·신세계), 천민혜(19·삼성생명)와 같은 우수한 선수를 배출시켰다. 농구부 창단부터 10년 동안 팀을 이끌어온 임진수 감독(50)은 “청주여중의 스타팅 멤버는 전국 최고의 수준이다. 훌륭한 선수들이 팀 승리의 원동력이다”고 설명했다.거의 매경기 팀 득점의 절반을 책임졌던 이정현 선수(2학년)는 185cm의 큰 키를 바탕으로 강력한 포스트플레이를 펼치며 차세대 한국여자농구를 이끌어갈 선수로 주목 받았다. 또한 3학년 추현경, 김단비(이상 포워드) 2학년 김규희(가드) 등도 각 포지션별 전국 상위 랭킹에 포함될 선수라는 것이 임 감독의 설명이다. 이러한 좋은 선수들과 함께 남자프로농구선수출신인 조현일 코치(40)의 가세로 짜임새있는 코칭스태프까지 갖추게 돼 당분간 1위 자리를 고수할 것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금은 전국을 호령할 수준에 이르렀지만 임 감독이 부임했다. 창단 첫 해에는 선수수급과 인재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도 대부분의 여자농구팀은 10명 안팎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 팀도 같은 입장이지만 예전엔 지금보다도 못한 실정이었다. 현재는 여자프로농구가 출범하고 팀 성적이 우수해 운동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학부모가 반대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창단하던 94년도에는 강서초교에서 모든 선수를 수급했지만 지금은 사직초교에도 여자농구팀이 있어, 그만큼 수월해졌다는 것이 임 감독의 설명이다. 또한 지금도 틈나는 대로 일반 중학교를 다니며 선수를 발굴하려는 임 감독의 노력도 청주여중이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게 된 배경이다. 임 감독은 “소년체전을 비롯한 전국대회를 대비해 전지훈련을 계획했으나 팀 전력이 강해져 우리 학교로 전지훈련을 오려는 팀을 구하기가 어렵다. 또한 전국대회를 앞두고 전력노출의 우려도 있어, 현재로써는 상급학교인 청주여고 농구부 저학년과 경기를 통해 훈련을 해 나갈 계획이다”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 영원한 우승후보 청주남중
‘26년 한 풀었다’

4월 1일 전국중·고춘계럭비리그전 결승에서 대구 평리중을 24대 1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청주남중(교장 김세영)은 26년 전통을 가지고 있는 럭비 명문이다. 하지만 이런 명성에 걸맞지 않게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99년 충무기대회가 전부다. 전국소년체전 3위 2회, 대통령기전국종별선수권대회 준우승, 충무기대회 3위 등 항상 우승권을 맴돌던 남중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전국대회 무관의 한을 풀었다.

청주남중의 우승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규수업 외 시간에만 훈련을 한 결과라는 데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김세영 교장은 “럭비가 워낙 거친 운동인데다 비인기종목이기 때문에 선수수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현재 럭비부 선수 가운데 1학년이 없는 결과를 낳았다. 김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운동을 하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내가 직접 선수들의 성적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청주남중의 우승은 철저한 분석과 과학적인 훈련의 결과라는 평을 받고 있다. 문도협 감독은 “전 경기를 비디오 촬영해 분석하고 선수들과 함께 문제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정신력 강화 훈련, 100m 주력 테스트, 무승부 대비한 킥 훈련 등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의 결과다.

이번 우승으로 럭비협회 등 관계자들은 소년체전에서 우승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문 감독도 “여세를 몰아 소년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창단 이래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이긴 경산중이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상급기관의 자금지원이 절실하다.

“수도권 명문학교의 달콤한 유혹 막아야”

일선 체육교사들은 “지방 도시 간 스카웃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수도권 학교에서 러브 콜을 보내고 있으며 일선 학교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인간적인 정으로 호소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수도권 명문 학교가 A급 선수를 스카웃할 때는 부모의 직장알선부터, 거처할 곳, 장학금 형식의 금전적 보상, 부상시 해외치료 등 무한책임, 대학보장 등 거절할 수 없는 좋은 조건들을 제시한다”고 하소연 한다.

전국대회 우승으로 위상이 높아진 청주여중의 경우 앞으로 닥칠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전국 상위권의 실력을 갖고 있어 러브 콜이 들어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문제는 진학학교인 청주여고의 전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충북체육계의 손실로 이어진다.

하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여러 가지 보상을 제시하는 수도권 학교에 비해 도내 학교들은 자금력이나 학교 인지도 모든 것에서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최근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신흥고 농구부의 경우 2006년 진학예정이던 주성중 졸업선수 대부분이 서울, 원주 등으로 빠져나가며 주성중의 전력을 그대로 인수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충북도, 도체육회, 일선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과 육성이 절실하다는 것이 체육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다시 말해 중학교 선수들이 자신의 장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상급학교가 육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국공립의 경우 지도교사가 계속해서 지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고, 학교의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 오히려 뜻있는 사립학교에서 팀을 육성한다면 명문고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세광고 같은 경우가 좋은 사례며 휘문고, 천안북일고 등 운동부를 통해 이름을 알리는 효과를 누리는 학교들도 많아 학교와 선수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도내 고교들이 경쟁력을 기른다면 선수유출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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