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청소년 관련 축제 ‘경연대회’형식 못 벗어나
지자체와 청소년단체들간의 협의회 구성 절실

지난 4월 15일 성안길 국민은행 앞 청소년 광장에서는 소소한 청소년 문화 행사가 열렸다. 일명 문화존 사업으로 펼쳐지는 행사는 이곳에 작은 무대를 설치해 거리문화축제를 벌였고, 또 종이공예, 민화그리기, 전래놀이 등 전통문화체험마당도 펼쳐졌다. 이번 사업은 10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며 청주고인쇄박물관과 한국공예관에서도 주말마다 직지공예체험활동과 과학체험활동이 마련된다.

사실 지난해 5월 조성된 청소년광장은 그동안 표지판만 있을 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먼저 ‘광장’으로 보기엔 공간이 협소하고, 또 고정무대도 설치돼 있지 않다. 편의시설로는 벤치 몇 개가 전부였다. 게다가 인근 차량도 통제가 되지 않아 사고 위험성도 적잖다. 이날 거리문화축제 행사를 맡은 청주 YMCA 우광민 간사는 “고정 무대가 없어 행사때마다 무대를 설치하고 철수해야하는 상황이다. 전기시설도 없어 인근 상가에서 어렵게 구해왔다”며 열악함을 설명했다. 이어 “오늘은 대학생 밴드들로 무대가 꾸며졌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고교 동아리 밴드를 참여시킬것이다. 청소년 광장을 문화광장으로 명소화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지난 15일 성안길내 청소년광장에서는 청소년거리문화축제가 열렸다. 매주 토요일마다 이곳에서 무대공연과 체험마당이 펼쳐질 계획이다. “우리가 갈곳은 PC방 뿐이예요” 문화란 특정집단이 나름의 행동양식들이 공유되고, 학습돼 표준적인 경험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 문화란 청소년들이 공유하고 있는 세대 특유의 삶의 방식이 사회화를 통해 형성되고 전수돼 나름의 행동양식과 말로 표출된다. 따라서 그들에게 ‘~하삼’등의 ‘삼체’가 유행하고, 연예인을 동경하는 일들 모두 그들 나름의 문화인 것이다. 다만, 여기서 문화적 토양이 비옥한지, 척박한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 먼저, 청소년들에게 허용되는 공적 공간이 지극히 적다는 데 문제가 있다. 김태영 군(18·청주고)은 “청소년들이 갈만한 곳은 PC방이나 노래방, 당구장 정도예요. 그것도 10시 이후에는 안되죠. 집과 학교 외에 공적인 공간은 없다고 봐야죠”라고 불만을 제기한다. 이에 지역의 한 청소년 활동가는 “아이들이 미끄러질 장소만 있어도 춤춘다고 농담으로 말합니다. 아이들 보고 PC방 가지 말라고 채찍질하기 전에 정말 쉼터가 있는지 따져봐야죠”라고 지적했다. “경연대회 말고, 축제를 보고 싶다” 걸스카웃, 보이스카웃, 적십자,충효단 등 학교에 뿌리를 둔 청소년 단체와 시민단체들은 해마다 청소년 문화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일년에 두차례 이상의 캠프는 기본이고, 멘토링 사업, 미디어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 단체 활동가들은 “시설뿐만 아니라 문화프로그램도 극히 저조하다. 지자체에서 벌이는 청소년축제를 보면 청소년들의 문화 지표를 가늠해 볼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충북에서 열리는 도단위 청소년축제를 살펴보면 현재 충북예총이 주관하는 청소년 한마음축제가 유일하다. 시군별 경선을 통해 선발된 팀이 도 대회에서 겨루는 형식인데 올해로 7회째를 맞아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 전당 일원에서 열린다. 검찰청 범죄예방위원회가 지역의 불량 청소년들을 선도하기 위해 만든 축제는 댄스, 국악, 음악, 풍물 등 분야별로 최고 학교를 뽑아 수상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3월 개학이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대회가 치러지다 보니 급조된 팀들이 대회에 나가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 또한 이 학교이름을 내세우기 위한 과열경쟁도 벌어진다. C중학교의 한 교사는 “대회에 나가기 위해 스파르타식 연습이 이뤄지기도 하고, 담당교사들은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며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지역의 한 국악인은 “지역에서 열리는 국악경연대회만 해도 8개정도 입니다. 다른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죠. 경연대회는 경쟁을 통해 우승하면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지만, 청소년들에겐 ‘축제’가 아닌 ‘대회’로 전락하는 셈이죠”라며 의견을 피력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두고 직접 축제를 만들겠다고 나선 청소년들이 있어 흥미를 끈다. 청주 YWCA의 청소년 회원들은 올해로 3회째 낙원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기획부터 섭외, 행사진행에 사후평가까지 모두 이들의 몫인데 올해 주제는 ‘청소년 인권’을 주제로 5월 20일 철당간에서 축제를 개최한다. 김광식 군(17·충북고)은 “1회 때에는 포스터를 새벽 1시까지 붙이곤 했어요. 정작 청소년들의 문제를 청소년만 보고 느낄 뿐 제도적으로 개선 해줄 어른들은 관심이 없습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한편 청주 YMCA는 이번 5.31선거 때 청소년 문제를 정책 제안한다. 올해부터 만 19세까지 선거가 가능하다는 것을 홍보할 뿐만 아니라 학교 급식, 학교 폭력등의 구체적인 문제를 의제로 내놓는 다는 것. 또한 증평정보고 영상동아리 프로원은 ‘놀토’를 이용해 워크샵을 갖고 결과물로 작은 영상축제를 올 7월에 계획중이다. 이처럼 지역에서 ‘튀는’ 청소년들이 나타날수록 문화는 점차적으로 풍성해지겠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급선무다. ▲ 청소년한마음축제는 유일한 도단위 축제로 댄스, 음악등 장르별 경연대회 형식으로 치러진다.
지자체와 청소년단체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필요
청주시가 올해 청소년 관련예산은 23억이다. 또한 신규 사업을 포함한 30개의 사업을 구상중이고, 새조직에 새로운 정책들을 제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가 이미 민·관이 함께하는 ‘청소년단체협의회’를 구성하고 도단위 축제나 시설, 또한 정기적인 세미나를 통해 탄탄한 네크워크를 다지고 있는데 반해 청주는 조직화되지 못하고 단체들끼리 뿔뿔히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전주나 광주, 대전 등은 벌써부터 협의회를 구성하고 도단위 축제를 함께 기획하고 있다.

한 청소년 단체 간사는 “개별적으로 행사가 열리다보니, 자체 사업외에는 어떤일을 하는지 정보 공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협의회를 통해 원활한 행사 협조뿐만 아니라 산발적으로 열리는 행사들이 단체별로 특색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시는 하루빨리 협의회를 구성하고, 청소년 문화 정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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