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약사, 행정사, 공인중개사, 미용사 등 총출동
예비후보 대거 몰렸지만 상당수 예선탈락 아쉬움

국회의원의 직업군 가운데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단연 법조인 출신들이다. 17대 총선에서만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이른바 ‘사’字 출신 국회의원 54명이 당선됐으니 국회의원 6명 가운데 1명은 율사 출신이다. 16대 국회에서도 41명이 당선됐으니 이는 일시적인 시류가 절대 아니다.

율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은 것은 입법부의 특성상 법률을 잘 알아야 한다는 측면도 있고, 국회를 떠나더라도 언제든지 현업에 복귀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명문고, 명문대로 이어지는 학맥이 끌어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지방의원 가운데 판사, 검사, 변호사 같은 ‘사’字 출신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법조인 뒤에만 ‘사’字가 붙는 것은 아니다.

공인회계사나 세무사, 약사, 행정사,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미용사 등 나름대로 전문영역의 직업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이 존중을 받는 다원화 사회로, 생활정치를 표방하는 지방자치에서는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참여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5.31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사’字 출신 출마자들을 모아봤다.

아픔 치유하는 ‘藥師’의 심정으로
유명호 증평군수 출마 “무소속 홀가분하다”


▲ 유명호 후보 공천 심사 과정에서 경선을 거부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유명호 증평군수는 “일찍 나오기를 잘했다”며 “한나라당은 더 혼나야 한다”고 독설을 내뱉었다. 최근 공천과 관련해 벌집을 쑤셔놓은 듯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 충북도당을 겨냥해 던진 관전평이다. 1965년 충북대 약대를 졸업하면서 곧바로 증평에 동일약국을 개업한 유 군수는 1978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을 시작으로, 1995년 5대 도의원에 당선되는 등 약사와 함께 겸업 정치인의 인생을 살아왔다. 약국일을 거의 뒷전으로 미루고 전업 정치인처럼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충북대 약학과 동기인 부인의 내조 덕분. 지난 지방선거에서 군수에 당선된 뒤부터는 부인이 도맡아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유 군수는 “한나라당 탈당 이후 이당 저당에서 접촉이 있지만 이번 선거는 무소속으로 치를 생각”이라고 전제한 뒤, “이후 증평 발전을 위해 여당 입당도 고려하고 있지만 정치는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고 이합집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돼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면재도의회 청주 6선거구 “투명한 경선 바란다” ▲ 이면재 후보
한나라당 도당 강태원 청년위원장을 비롯해 권광택 라이온스 충북지구 부총재, 이면재 신청주약국 대표 약사 등이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도의회 청주6선거구는 경선지역으로 결정된 접전지역이다. 특히 강태원 청년위원장은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자기 사람을 심는데 주력하면서 공천기준에 원칙이 없었다”며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충북대 약학과 80학번인 이면재 후보는 “경선으로 결정된 것에는 만족하지만 본선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뽑힐 수 있도록 투명한 경선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정치인을 꿈꿨던 정치지망생이다. 대학도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진학하고 싶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을 고려해 약대에 진학했다는 것. 그래서 “전공필수 과목 외에는 정치, 사회, 문화, 외국어 등 교양과목만 골라들었다”고 말할 정도다. 이 후보는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베푸는 일이 약사의 역할이 듯이 생활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회계사·행정사 주택관리사 저마다 장점 내세워
정재훈제천시의회 마선거구
“회계사에게 예·결산 감시 맡겨달라”


▲ 정재훈 후보 제천시의회 마선거구에 열린우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재훈 후보는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은 예산, 결산에 대한 감시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공인회계사, 세무사의 전문성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며 자신을 내세웠다. 정 후보의 직업은 공인회계사이자 세무사. 1991년 공인회계사가 돼 서울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1997년부터 고향인 제천에서 개업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도 제천시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1999년 시민단체인 ‘의림포럼’에서 활동하면서 구 제천시 청사의 활용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는데, 막상 시의원들의 무관심에 직면하니, ‘직접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는 것이 정치 입문 동기다. 정 후보는 1년 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출마를 준비해 왔다. 최명수 청주시의회 다선거구 “행정사는 행정의 명수” ▲ 최명수 후보
청주시의회 최명수 의원이 깃발을 올린 무소속연대가 최근 순풍을 만났다. 한나라당의 공천 내홍에 따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박수광 음성군수, 유명호 증평군수 등이 무소속 출마로 뜻을 굳힘에 따라 확실하게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책임당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종이당원을 양산시켰다’는 문제를 제기했다가 출당, 당권정지 등의 과정을 거쳐 결국엔 탈당의 길을 택했다.

최 의원의 직업은 일반에게는 다소 생소한 ‘행정사’다. 행정사는 행정사법에 따라 국가 및 지방행정기관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신청, 행정심판 등을 대행해 주는 직업인데, 현재는 일정한 공무원 경력이 있는 사람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최 의원은 1975년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으나 1980년 현직인 상황에서 7급 공채 시험에 합격한 뒤 1995년 지헌정 청주시장 후보의 사무장을 맡으면서 공직사회를 떠났다. 1998, 2002 선거에서 당선된 재선 의원. 최 의원은 “인·허가 과정에 대한 업무를 맡다보면 행정의 문제를 절실히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상규 청주시의회 다선거구
“주택관리사는 민원해결사”


   
▲ 황상규 후보.
2003년 영화 ‘실미도’ 개봉에 맞춰 ‘실미도의 증언’이라는 소설을 출간했던 황상규씨도 국민중심당 후보로 청주시의회 다선거구에 출마한다.

황 후보는 철도청 역무직에서부터 시작해 김포공항 관리직, 컴퓨터 대리점 운영 등 다양한 직업군을 거쳐 1998년부터 주택관리사로 아파트 관리소장을 맡아왔다. 황 후보는 가경동, 분평동, 율량동 등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다 2005년 9월 시의원 출마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잠시 현업에서 물러났다.

‘실미도의 증언’의 줄거리를 제공한 실미도 교관 출신 고 김방일씨(당시 설비업체 운영)도 1999년 3월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는 과정에서 만났다. 황 후보가 말하는 주택관리사는 한마디로 말해 민원해결사다.

“속도방지턱 설치나 반사경 설치 등 교통, 소음,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민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뛰다 보니 시의회를 찾을 일도 잦았고, 때로는 벽에 부딪히면서 ‘직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황 후보는 “주택관리사에서 조금만 영역을 확대하면 그 것이 곧 시의원이 역할이 아니겠냐”며 “거창하게 전문가를 찾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미용사, 운전기사 등 공천 불투명
예비후보 등록제도가 시행되면서 정치신인들이 대거 예선에 진출한 것은 5.31 지방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따라서 시내에서 대규모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박기호씨를 비롯해, 충청북도 모범운전자 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박노일씨 등이 각각 청주시의회 선거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본선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털보’로 통하는 박 후보는 “공천심사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명단이 유출돼 내용은 다 드러났다”면서 “윤경식 흥덕구 당원협의회장이 마 선거구는 ‘개신·성화·죽림’, ‘사창·사직1’·, ‘모충·사직2’ 등으로 나눠 지역안배를 하겠다고 말해놓고도 결과적으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 후보는 “공정하지 못한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칼을 뽑았으니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해 승부를 가리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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