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효진 전 군수 선례, 이번에는 10여명 시험대 올라
취재 통해 얻은 인지도·견문이 무기, ‘과연 민심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10여년을 넘어서면서 다양한 직종의 후보군들이 지역정치 무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퇴직 관료나 정당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정치판에 다양한 직업군이 진출하게 됨에 따라 이른바 ‘생활정치시대’의 막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충청리뷰에서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정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할 만한 직업군 별 출마자를 5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했다. [편집자]

중앙정치 무대에 이른바 언론인 출신들이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 정치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국회의원의 직업군을 분석해 보면 법조인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그 다음이 언론인이라고 할 정도로 정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왔다.

8선을 역임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 과거 중앙일간지의 정치부 기자는 준 정치인 취급을 받으며 언론과 정치의 문턱을 넘나들었고, 방송의 비중이 커지면서 9시 뉴스 앵커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공천 1순위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급 대우를 받아왔다.

17대 국회만 놓고 보더라도 모두 61명의 언론인 출신이 출사표를 던졌고 이 가운데 33명이 당선돼 국회의원 10명 가운데 1명은 언론인 출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그러나 지역의 사정은 중앙과 괴리가 있었다. 4선의 신경식 전 의원(청원)과 신 전 의원의 정치적 라이벌인 오효진 전 청원군수 정도가 대표적으로 성공한 언론인 출신 정치인.

신 전 의원은 1963년 대한일보 기자로 입사해 정치부장을 역임했으나 1973년 신문이 폐간되자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오효진 전 군수는 MBC 사회부 기자와 월간조선, 조선일보 사회부장을 거쳐 SBS 보도국장, 편성이사로 언론인생을 마감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지역신문 기자들이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대거 진출했는데 현재 충북의 지역구인 국회의원 8명 가운데 홍재형(이영진 보좌관), 오제세(윤찬열), 변재일(조민형), 김종률(장선배), 이시종(박상호) 의원 등 5명의 의원이 기자 출신 보좌관을 곁에 두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올해 5.31 지방선거에서 언론인 출신으로 출사표를 던진 인사는 10여명으로, 지난 지방선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예비후보 단계라는 점에서 본선 진출 여부와 최종 당선 여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이태문(MBC 보도국) 충북기자협회장은 “기자라는 직업의 속성 상 취재과정을 통해 지역사회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견문을 갖췄을 것으로 본다”며 “선거에서도 선전하고, 당선이 된다면 자부심을 갖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출신 좌장 오효진 청주시장 후보

▲ 오효진(전MBCㆍ조선일보ㆍSBS기자)총선연패, 청원군수로 제기, 청주시장은? ▲ 김기준(전 충청투데이기자)“보은군수 출마, 갈 길 분명 앞만 보고 간다”
기자출신 가운데 이미 정계에 입문한 현역 인사는 오효진 전 청주시장 예비후보가 유일하다. 오 후보는 15, 16대 총선에서 역시 언론 출신인 신경식 전 의원에게 근소한 표 차로 내리 고배를 마신 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청원군수로 재기에 성공했다.

오 전 군수는 서울대 국문과 재학시절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등단한 뒤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교편을 잡다가 1974년 늦깎이로 MBC 보도국에 입사했다. 그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취재반장으로 급파됐다가 돌아와 회사에서 ‘출장보고’를 한 것 등이 유언비어 유포죄, 불온문서 작성 유포죄에 해당돼 옥고를 치렀으며, 이것이 MBC를 떠나는 사유가 됐다.

이후 오 후보는 월간조선에 르포기사를 기고하다가 월간조선, 조선일보 사회부로 자리를 옮겨 “120%의 기자생활을 했다”고 할만큼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또 1990년 SBS 개국과정에서 보도국장을 맡아 서울방송에서 언론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

청주시장 예비후보(열린우리당)로 등록한 오효진 전 군수 외에 언론 출신 가운데 단체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인사는 대전 중도일보, 충청일보, 충청투데이 기자로 활동했던 김기준씨(41)가 유일하다.

김씨는 국민중심당 후보로 보은군수에 도전장을 던졌다. 1990년 대전 중도일보 사회부 기자로 언론에 입문한 김씨는 대전시청과 법조 출입기자로 활약하다 1998년부터 약 3년 동안 대전 중구청 편집실에서 편집위원으로 일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이후 보은군수 출마를 작심(?)하고 2002년부터 충청일보, 충청투데이에서 보은 주재기자로 일하며 지역사회를 누볐다.

40대 초반의 나이로 나름대로는 이번 선거에서 전국 최연소 단체장을 꿈꾸고 있지만 시골 선거이다 보니 ‘군수는 곧 영감님’이라는 정서가 팽배해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보은고 재학시절부터 웅변반에서 활동하며 정치를 꿈꿔왔다”는 김씨는 “적성은 언론인이지만 어차피 가기로 마음 먹은 길은 앞만 보고 간다”며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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