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극단 참여 7일까지 릴레이 경연 대회
‘제천에 가면 날마다 새로운 연극을 만날 수 있다.’
제 24회 충북연극제가 4월 1일부터 7일까지 제천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충북연극계의 가장 큰 행사인 연극제는 도내 극단들이 릴레이 경선 형식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대상작은 전국연극제에 도대표 자격으로 출전하게 된다.
도 연극협회는 “해마다 청주에서 판이 벌어졌지만 지난해에는 충주, 올해는 제천에서 열린다”며 “문화향수권 증대 및 지역연극의 우수성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92년이후 제천에서 두번째 통합개최로 열리는 만큼 연극계 관계자 및 제천시민들도 들뜬상태다. 또한 연극제 사상 가장 많은 6개 극단이 참여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참여극단은 청년극장, 시민극장, 극단 의림(제천), 극단 달래(충주), 극단 청사, 극단 늘품이다. 시민극장은 창작초연작 ‘꿈’으로 관심을 받고 있고, 나머지 극단들도 올해 첫 작품이니 만큼 신경을 많이 썼다.
시상식은 4월 7일 오전 11시 제천문화회관 회의실에서 열리며, 충북연극제 대상팀은 10월 9일부터 29일까지 경기도 수원에서 개최되는 제24회 전국연극제에 참가하게 된다. 충북연극은 전국연극제에서 92년 상당극회의 ‘사로잡힌영혼’과 2000년 청년극장이 ‘명동야화’가 각각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장려상 17번과 다수의 연출, 연기상을 탔다.
극단청사 ‘그것은 목탁…’ 다시 만나는 히트작 
첫 테이프는 극단 청사가 1일 4시와 7시 ‘그것은 목탁구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이만희 작, 남상욱 연출)’로 끊는다. 이승부, 문길곤, 이계택, 길창규 출연.
주인공인 도법스님이 전직 미대교수이자 조각가에서 입산한뒤 펼쳐지는 구도에 관한 이야기다. 이미 90년대 초 청주 무대에서 히트쳤던 작품이기도 하다. 예술과 세상의 인연을 끊고 수행해 전념하던 도법스님은 큰 스님한테서 봉국사의 불상을 조각하라는 명을 받게 된다. 도법스님은 수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불상에 담고자 노력하며 3년의 세월을 보낸다. 그런데 난데 없이 그에게 나타난 망령이 불상을 엉터리라며 부서버리라고 조롱한다. 또한 실제로 불상이 망령에 의해 부서지고, 도법은 괴로움에 빠진다. 끝내 망령에 대한 증오심이 불 탄 도법은 망령과의 치열한 다툼을 벌이다가 자신의 두 눈을 찌르고 만다. 그 순간 도법이 얻은 깨달음은 미추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조각한 불상은 징그럽고 추악하여 구역질이 나오는 희한한 모습이기만 한데.
극단 달래, 장진 원작의 ‘허탕’올려
극단 달래는 이억신 연출로 장진의 ‘허탕’을 무대에 올린다. 2일 4시, 7시 공연.
연극은 대학생 유달수가 혁명을 꿈꾸는 좌파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면서 시작된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외형적 틀만 바뀐 감옥의 설정은 권력의 편협함을 꼬집는다.
감옥은 텔레비전, 오디오, 비디오 등 모든 편리함이 갖춰져 있다. 그곳에서 사기꾼이자 강간범인 기결수 장덕배를 만나고, 두사람은 반복적인 지루한 일상을 보낸다. 그 무렵 아이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채 실어증에 걸린 임산부 서화희가 등장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맞는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 장덕배와 유달수의 갈등은 심화되고, 이들은 마침내 서화희의 기억을 되살리게 위해 연극을 만들게 된다. 세명의 남녀가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감옥속에서 벌어지는 실험극 ‘허탕’은 우리시대의 갈등과 부조리를 유쾌하게 고발한다.
창작초연작, 시민극장의 ‘꿈’
시민극장은 3일 한승수 작 장경민 연출로 ‘꿈’을 4시, 7시에 공연한다. 참가팀중 유일한 창작초연극으로 시작부터 관심을 모았다. 현대판 햄릿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은 꿈과 현실세계에서 무엇이 진실인지를 되묻는다. 또한 햄릿이 자신의 문제를 심각하게 갈등하지 않고, 편한 쪽으로 생각하려는 인물로 그려 현대인의 이기주의를 지적한다. 햄릿은 한달동안 긴 악몽을 꾸는데, 그 내용이 기가막히다. 아버지를 살인하고, 자신이 친척 거트루드와 근친상간을 저지른다. 뿐만아니라 유학중이던 사랑하는 여자친구 레어티즈가 돌아와 그의 친구인 오필리어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햄릿은 점차 미궁에 빠지고, 현실과 꿈의 분별이 어려워지는데….
제천극단 극단 의림, ‘웨딩드레스’
제천의 극단 의림은 유진월 작 어윤상 연출로 웨딩드레스를 4일 공연한다. 웨딩드레스는 가족애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다. 엄마의 노인대학 발표회를 축하하기위해 온 딸이 티격태격하다가 급기야 딸은 어버이날 선물문제를 지적한다. 게다가 엄마의 홈쇼핑 문제까지 따지고 만다. 생활이 여유롭지 못한 엄마는 사실 홈쇼핑에서 물건을 샀다가 반품하곤 ‘가난한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사소한 갈등들이 불거지고, 드디어 딸의 선보는 자리에서 엄마와 딸의 문제가 폭발하는데….
딸은 엄마를 위해 생일선물로 특별한 웨딩드레스를 준비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꿈이었던 디자이너 길을 새롭게 발견한다.
극단 늘픔, ‘달라진 저승’…퍼모먼스 효과
극단 늘품은 김광림 작 안진상 연출로 5일 4시, 7시에 ‘달라진 저승’을 공연한다. 연극을 보러온 관객들을 이제 막 저승에 들어온 사람으로 설정하고 극적인 긴장감을 더한다. 관객들은 매표소를 통과하면서부터 저승에 들어온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게 되는 것. 퍼포먼스 형식이 가미된 연극이다.
청년극장 ‘혈맥’…우리들의 ‘오래된 과거’
극단 청년극장은 6일 4시, 7시 혈맥으로 연극제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김영수 작 박종보 연출로 이미영, 김옥희, 임은옥, 방근성씨등이 출연한다.
연극은 1947년 해방직후 서울 성북동을 배경으로 일제시대에 파놓은 반공호를 집삼아 살아가는 세가족들의 시끌벅쩍한 이야기다. 언덕배기 복덕방 거간 털보와 그의 아들 거북이, 몰락한 양반가문의 후손인 깡통영감과 그의 딸 복순이, 그리고 기생출신의 후처 옥매, 일본탄광에서 돌아온 원팔네 가족 등. 우리들의 ‘오래된 과거’를 들려준다. 개성있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1950년대의 로망을 그려낸다.
/ 박소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