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윤곽 드러나면서 5만 책임당원 오히려 짐
권영관 도의장 탈당 등 공천 후유증 본격화
기초의회 전략공천 중심, 대규모 탈당사태 우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책임당원에 의한 당내 경선 방침을 세우고 의욕적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해 온 한나라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책임당원이란 ‘진성당원’의 다른 말로 매달 당비를 내는 당원들이 직접 선거 출마자를 선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민주노동당에 이어 열린우리당이 ‘기간당원’이라는 이름으로 진성당원 제도를 도입했고, 한나라당도 지난해 9월 2006년 지방선거 당내 경선에 대비해 책임당원 모집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책임당원 제도는 모집과정에서부터 삐걱거렸다. 출마예정자들이 경선에서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당원 모집에 나서면서 당비 대납 시비 등 이른바 ‘종이당원’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청주시의회 최명수 의원이 청주시의회 홈페이지에 ‘주민자치 사형선고, 종이당원과 썰물당원’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제명, 자격정지 등의 과정을 거쳐 탈당의 수순을 밞은 것은 어찌 보면 서곡에 불과한 것이었다. 지난해 8,9월 동안 무려 5만1000여명의 책임당원을 모집하고 우쭐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우려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예비후보를 접수하면서부터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출마예정자들이 한나라당으로 쏠리면서 치열한 공천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입후보자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초의회 입후보자를 전략공천으로 결정하기로 방침을 세움에 따라 공천이 마무리되면 공들여 모집한 책임당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최명수 의원에 이어 청주시의회 김현문 의원도 책임당원 관리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탈당했고, 충주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권영관 도의회 의장도 외부 인사 영입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나라당을 떠났다. 하지만 이들이 당을 떠난 진짜 이유는 경선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거나 공천장을 받아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윤곽이 드러나면서 공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사진은 2004년 총선 출정식.
예비후보의 절반 이상 한나라당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시·군 선관위가 지난 1월 31일부터 도지사와 시장·군수, 도의원과 시·군의원 예비후보를 접수한 결과 전체 예비후보 중 절반 이상이 한나라당 소속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충북지역 출마 예상자들이 집중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3월22일 도 선관위와 각 시·군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397명의 예비후보가 접수한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은 202명으로 52%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전체 예비후보 392명 가운데 89명에 불과해 2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시·군 의원 예비후보 수에서 한나라당은 물론 무소속보다도 적어 인물난을 드러내고 있다.

시·군 의원 예비후보는 한나라당이 13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무소속 56명, 열린우리당 52명, 민주노동당 17명, 국민중심당 11명, 민주당 1명 순이다.

도의원 예비후보 역시 한나라당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도의원 예비후보는 한나라당이 44명으로 가장 많고, 열린우리당 18명, 무소속 6명, 국민중심당 3명, 민주노동당 2명 순이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각각 23명과 18명으로 후보 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예비후보 수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면서 후보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공천탈락에 따른 반발이 증폭될 가능성도 정비례 한다는 분석이다.

권영관 탈당은 공천 후유증 예고편
한나라당 충북도당 오성균 대변인은 3월21일 기자회견을 갖고 “도지사 후보의 경우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기로 공천심사위원들과 도당 운영위원들이 뜻을 모았고 송광호 도당위원장이 이러한 뜻을 중앙당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 대변인은 또 “나머지 후보들도 경선을 원칙으로 하지만 먼저 부적격자를 걸러내고 후보자들 사이에 여론조사에 합의할 경우 여론조사로 경선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오 대변인은 특히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괴산군수와 진천군수 후보는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며 “3월27일부터 29일까지 추가 공모를 받은 뒤 이미 공천을 신청한 후보를 포함해 전략공천 대상자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도 함께 견주겠다는 전제가 깔려있지만 이는 사실상 점찍어 둔 후보가 당 밖에 있고 만약 낙점해 둔 인사가 입당할 경우 공천장을 주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이같은 방침을 밝히자마자 무소속으로 있던 김경회 진천군수가 열린우리당의 ‘지방권력 심판론’을 비판하며 한나라당 입당을 선언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사실상 특정인을 겨냥해 괴산군수와 진천군수 후보 전략공천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미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진천군수 예비후보로 등록한 모 인사는 “예비후보로 등록한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전략공천을 통해 후보가 되지 않는다면 도당 점거농성도 불사하겠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2월27일부터 3월3일까지 괴산군수 후보를 공모한 결과 김문배 군수를 비롯해 박중호 전 괴산군 기획감사실장과 노명식 전 괴산군 민원봉사실장이 공천을 신청했으며, 진천군수 후보엔 남명수 진천군의회 의원과 노태근 전 광혜원면장이 공천을 신청했다.

김경회 진천군수의 입당에 이어 괴산군수 전략공천 대상자로는 임각수 전 행정자치부 노근리지원단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같이 괴산, 진천군수 후보들의 전략공천에 대한 후보들의 반발 강도가 높아지면서 권영관 도의회 의장의 탈당 선언으로 시작된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의회 공천은 ‘시한폭탄’
4월초 공천지역과 경선지역이 구분되면서 본격화될 공천 후유증은 기초의회 후보군에서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말해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청주시의회만 놓고 보더라도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군은 50명에 육박한다.
먼저 2명을 뽑는 청주 '가' 선거구(중앙·우암·내덕1·내덕2)에는 최영수, 조남수 의원 등 현역 의원 2명을 비롯해 6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7명이 공천을 신청한 청주‘다’선거구(성안·탑대성·금천·용담명암산성)에서는 황원선 의원과 주재구 로타리클럽 사무총장을 비롯해 주민자치위원장 출신의 후보들이 예선에서 겨룬다.

청주‘라’선거구(영운·용암1·용암2)도 대표적인 격전지다.
국회 이혜훈 의원의 비서관이었던 최진현씨를 비롯해 출마 경험이 있는 이대성씨, 전충북지구JC회장 오 솔씨, 언론인 출신의 최중기씨, 전 주민자치위원장 김동일씨 등 7명이 겨루기 때문이다.

청주‘마’선거구(사직1·사직2·모충·성화개신죽림)도 현역인 김경태, 황재봉 의원이 버티는 가운데 도 수영연맹회장인 손희원 후보를 비롯해 사업가인 박용현, 민경윤, 박노일씨 등이 도전장을 던졌다.

문제는 이들 예비후보들이 공천탈락 후에도 당에 남아 백의종군 할 것인가 여부다.
예비후보 가운데 한 사람인 B씨는 “한나라당에 공천장을 낸 것은 사실상 양당 구도 속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열린우리당을 압도하기 때문에 당선가능성을 놓고 판단했을 뿐”이라며 “공천이 여의치 않다면 말을 바꿔타서라도 시의원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예선전에서부터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열린우리당이나 국민중심당이 후보찾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에 청주시의회 후보로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는 20명 미만으로, 청주‘나’선거구(율량사천·오근장)는 아예 신청자가 없고 ‘다’, ‘라’, ‘마’ 선거구에는 각각 현역인 신성우, 유성훈, 오석영 의원만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국민중심당은 아예 이삭줍기를 작정하고 여유있게 공천일정을 잡아놓은 상황이다.
청주‘사’선거구에서 같은 당(열린우리당) 소속 현역 의원인 장기명, 연철흠 의원과 예선을 치러야 하는 강원모 의원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기간당원제가 싫다”며 국민중심당에 입당해 당내 ‘현역 시의원 1호’가 됐다.

강 의원의 또 다른 입당 명분은 “호남에는 호남당이 있는 것처럼 충청지역에도 지역정당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은 ‘지역정당론’을 주장하며 다소 문턱이 낮은 국민중심당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도당, 아직 당해보지 않은 일이라
책임당원 5만1000명을 포함해 6만8000명의 당원을 거느린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공천에 따른 후유증을 염려하고는 있지만 무더기 탈당사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당 관계자 Q씨는 “책임당원 입당이 이뤄진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되는 지난 2월에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에서 당비를 내지 않는 일반당원으로 전환시켜달라는 요구는 다소 있었지만 탈당계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탈당이나 일반당원 전환 등으로 책임당원에서 이탈한 인원은 약 1000명 정도”라고 밝혔다.

Q씨는 또 공천 여부가 결정되는 4월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당해본 일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모르겠다”며 “지난해 생각했던 규모 보다 훨씬 많은 책임당원들이 입당한 만큼 일부 공천탈락자와 그 추종자들의 이탈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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