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위증 혐의 3명에대해 징역1년씩 선고

탐욕에 눈먼 지성인 뉘우침 없어 법원 엄단

부동산 공동매수자를 모함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현직의사 2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또 법정에서 이들과 짜고 허위사실을 증언한 지역주민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화이트칼러인 의사와 지역주민이 공모해 호형호재하던 부동산 공동매수자를 억울하게 옥살이 시킨 사건으로 법원이 5년여 동안의 심리끝에 내린 결정이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2단독 조영범 판사는 17일 무고 혐의로 기소된 모 정형외과 원장 김모씨(45·의사·경기도 이천시)와 모치과 원장 이모씨(46·의사·음성군 감곡면)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법정에서 허위사실을 말해 모해위증혐의로 피소된 중개업자 김모씨(48·농업·음성군 감곡)에게도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씨와 이씨는 외사촌 지간으로 지난 95년 4월 임모씨(45·여)와 함께 음성군 감곡면 오향리 일대 논 4필지를 모두 9억원에 매수해 분할 하기로 했다. 따라서 매매계약 체결을 위임받은 임씨는 오향리 일대 논 2필지를 평당 80만원씩 모두 5억원에 김씨에게 사 주기로 하고 1억6000만원의 수고비를 받았다.

같은시기 임씨는 이씨에게도 오향리 일대 논 2필지를 평당 70만원씩 모두 4억원에 구매토록 해주고 1억4000만원의 수고비를 받았다. 하지만 6년뒤인 2001년 3월께 병원장 김씨 등은 “임씨가 이일대 땅을 구매하면서 당시 평당 30만원짜리를 80만원과 70만원으로 각각 말하며 자신들을 속여 2억원을 가로챘다”며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청주지검 충주지청에 제출했다.

 
▲ 청주지법 충주지원으로부터 17일 무고혐의로 각각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병원장들이 음성군에서 운영하는 모치과와 모 정형외과 건물이다.
사기피의자 오명 벗기위해 상고심까지


이 고소사건으로 부동산 공동매수자였던 임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월형을 선고받고 항소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또 대법원 상고심까지 가는 끝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따라서 이 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던 임씨는 병원장 김씨 등 2명을 무고로 그리고 법정에서 허위증언을 한 부동산 중개업자 김씨를 위증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이 17일 오전 형사 2단독부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피고소인 3명에게 각각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5년여를 끌어온 각종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충주지원에 따르면 음성군 오향리 일대 땅은 사실상 모 치과 원장인 이씨 며느리 소유였다. 며느리 심씨는 토지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시아버지와 외사촌지간인 모 정형외과 원장 김씨로부터 제 3자였던 임씨를 소개받았다.

며느리 심씨는 김씨 등으로부터 소개받은 임씨에게 “논 4필지를 대신 구매해 달라”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며느리 심씨는 시아버지에겐 실제 매매가인 9억원보다 낮은 5억원에 매도한 것처럼 속이기로 김씨와 입을 맞췄다.

사실 며느리 심씨는 전에 시아버지가 도로로 편입될 부지를 매도 하면서 자신에겐 보상금 한푼 건네지 않아, 이같은 일을 꾸몄던 것.

하지만 이런 사실이 시아버지인 이씨에게 들통이 날 위기에 처하자 병원장인 이씨는 임씨를 사기혐의로 충주지원에 고소했다. 하지만 임씨 부부는 상고심까지 가는 끝에 무죄를 선고받고 오히려 자신을 모함했던 병원장들을 청주지검 충주지청에 무고죄 등으로 고발했다.

충주지청 관계자는 “당시 토지를 매도했던 며느리 심씨는 이미 숨졌고 사건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는데 어려움이 컸다. 이 토지 매도와 관련해선 병원장 김씨의 진술과 매매계약서가 중요한 단서가 됐다”고 말했다.

번복되는 진술…꼬리가 길면 밟힌다

김씨는 이 토지사건과 관련 2001년 3월 수사기관에서 처음 조사를 받을 때 “평당 40만원 내지 45만원 정도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다. 2001년 4월 2차 조사에선 평당 70만원과 80만원씩 모두 9억원에 토지를 매매했고 다만 심씨의 부탁으로 이씨에게 45만원씩 매매했다고 말한 사실을 밝혔다.

김씨는 “심씨가 사망하고 이 토지와 관련한 사건이 발생해 이씨에게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 자신이 욕을 먹게 돼 거짓말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또 같은해 5월 3차 조사에선 “김씨와 대질신문에서 고소인이 한쪽으로 가야한다”며 “대가를 준 것은 아니고 같은 동네에서 함께 살아야 하지 않느냐며 진술을 번복해 줄 것을 부탁해 평당 45만원씩 5억4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김씨는 “임씨가 보관하고 있는 토지단가 70만원과 80만원의 매매계약서는 2001년 4월 수사기관에서 2차로 진술한뒤 임씨의 요청으로 작성해 준 허위문서”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임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김씨와 이씨로부터 합의후 풀려났다.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던 임씨가 김씨와 이씨에게 합의요청을 했을때 김씨는 “이 토지 사건에 대해 소유지분 2분의1을 인정해 주고 오향4리 28평의 땅을 별도로 주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임씨는 “당시 일단 모든 요구조건을 들어주고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무죄

임씨는 “사람을 잘못 만나 아무런 죄도 없이 짓밟혀야 했던 생각만 하면 억울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거리로 뛰쳐 나가야 했다. 홧병으로 쓰런진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됐던 임씨. 제일먼저 한 일이 부동산 공동매수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 항소하는 것이었다. 임씨는 “상고심까지 준비하다 보니 건강이 나빠져 병원신세를 지는 기간이 점차 늘곤 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때 “음성군 감곡면 영산리에 가묘를 만들어 놓고 죽음을 대비하기도 했었다”는 임씨. 상고심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세상에 아직 진실은 살아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사자들이 무릎이라도 꿇고 잘못을 빌면 용서해 줄 생각이었지만 이들은 뉘우칠줄 모르는 파렴치한이었다”고 증언했다.

임씨는 “이들은 합의과정에서 빼앗은 오향리 소재 땅 28평을 돌려주기는 커녕 오히려 팔아 챙겼다”며 “지역주민들이 병원장들의 잘못을 나무래 지난 2004년 고소장을 접수했었다”고 말했다.

이젠 땅얘기만 들어도 몸서리쳐 져

법원은 이 사건 토지매매계약서의 진위여부를 가리고 부동산 매입자금의 사실조회, 지역주민의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무고와 모해위중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조 판사는 “매매계약서의 진위여부와 매입부동산의 소유지분(2분의1)에대해 당사자간 다툼이 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필적감정 의뢰한 결과 지난 95년 부동산 중개업자 김씨가 이씨의 인감도장을 받아 작성한 계약서(진품)로 판명났다”며 “당시 수사경찰관도 이를 본 적이 있다고 증언하고 있고,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속일수 밖에 없었던 사정등을 고려할 때 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은 “감곡면 오향리 토지사건은 지역을 흔들어 놓을만큼 큰 사건이었다. 지금이라도 흑백이 가려져 다행이다. 흔히 유명대를 나왔다는 사람들이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구속시키고 합의를 보는 과정에서 재산을 요구하는 등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을 했다. 이런 사람들을 믿고 아픈 몸을 맡겨 왔던 우리를 생각하면 몸서리쳐 진다”고 분개했다.

고소인 임씨는 “남편은 영문도 모른채 약식기소돼 벌금을 물기도 했다. 나는 이 사건으로 홧병을 얻어 병원신세를 졌다. 벌거숭이가 돼 거리를 뛰어다닐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며 “무죄가 입증되지 않았으면 한을 품고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백낙영·경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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