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가 결국 ‘줄세우기도 전에 줄서기’

지난해 6월30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방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이에 반대하는 기초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졌으나 결국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전망이다.

청주시의회 의원 등 도내 기초의원들은 그동안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실시에 대해 “지구당 제도가 사라진 상황에서 지방의원들을 정치권에 줄세우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결국 돈 선거, 입후보자 양산 등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감을 나타내 왔다. 당시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탈당도 불사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정치권을 향해 덤벼들 기세였다.

그러나 이후 의원들의 태도는 줄세우기 보다 차라리 줄서기에 가깝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9명에 달하던 청주시의회 무당적 의원들의 입당 러시가 이뤄졌으며, 현역 청주시의원 28명 가운데 21명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이미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불출마가 유력시 되는 몇몇 의원과 당내 갈등으로 탈당계를 낸 최명수, 김현문 의원, 중대선거구제 실시로 현역의원 간 공천경쟁에서 불리하다는 판단이 서 탈당한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천을 신청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책임당원제도’와 관련해 청주시의회 홈페이지에 종이당원 논란을 제기하며 사무처장 경질을 주장했던 한나라당 소속 최명수 의원이 최근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 연대를 들고 나섰지만 이 역시 ‘속 빈 강정’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가 예상되는 인물 대부분이 아예 출마 의사가 없거나 탈당 의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의 경우 공천 과정에서 경선을 거치지 않고 탈락할 경우 무소속 출마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지만 일단 공천에 줄을 선 뒤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택하는 것은 명분을 잃어버린 정치행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베일 속 무소속연대, 공천 때문
청주시의회 최명수 의원은 3월6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한나라당 소속 청주시의원 2명, 열린우리당 소속 청주시의원 1명 등이 각각 소속 정당을 탈당해 무소속연대에 합류키로 사실상 협의를 마쳤다”며 “무소속연대에 합류해 5.31 지방선거에서 청주시의원에 출마하는 최종 후보는 현재 청주시의원 7명과 전문가그룹 2명 등 모두 9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또 “청주시의원 선거구가 9개인 것을 고려할 때 이는 모든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겠다는 얘기이며, 청주시의원 7명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시민단체 사무국장 출신 1명과 도시개발 전문가 1명”이라고 덧붙였다.

현역 시의원을 주축으로 모든 선거구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무소속연대를 구축한다면 그 파괴력이 가공할 수준에 이를 것은 뻔한 일. 그러나 최 의원이 무소속 후보군으로 분류한 현역 시의원 7명 가운데 현재 가시화된 인물은 책임당원제와 당원관리 시스템을 비판하며 역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현문 의원과 지난 1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강원모 의원 뿐이다.

하지만 김현문 의원은 “한때 오효진 군수에 대한 청주시장 전략공천에 반기를 들고 열린우리당에 탈당계를 냈다가 이후 반려된 유성훈·이만목 의원 등과 연대를 논의한 적은 있지만 최명수 의원과는 의견을 나눈 적이 없다”며 무소속연대의 출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강원모 의원도 “열린우리당이 싫어서 탈당했다. 한나라당도 안간다. 그렇지만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서는 것은 무조건 불리한 것 아니냐”면서 “국민중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도 있고 그 쪽도 여의치 않으면 그때 가서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서 2동이 지역구인 강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로 재편되면서 운천·신봉동, 봉명2·송정동과 함께 청주시 ‘사’선거구에 포함돼 역시 열린우리당 현역인 연철흠, 오석영, 장기명 의원과 당내 예선에서 겨뤄야하는 상황이 초래되자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농촌이 지역구인 강 의원의 탈당에는 ‘정부의 쌀협상 체결로 여당 프리미엄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천신청 후보들 “이미 지난 일”
최 의원이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귀띔한 무소속연대의 나머지 후보군들도 기초의회에 대한 정당공천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일단 정당공천을 신청한 상태로 무소속 출마 의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열린우리당 소속 C의원은 “도지사에서부터 기초의회까지 지방선거에 정당이 개입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그렇지만 시의원 몇 명이서 나서서 해결할 일도 아니다. 또 당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무소속 출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도의회 비례대표를 신청한 한나라당 D의원도 “정당을 바꾸거나 무소속 출마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비례대표 순위에서 밀리면 불출마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부터는 정당 공천을 신청해 당내 경선 후보자 명부에 이름이 오르거나 경선 대신 실시하는 여론조사의 대상이 될 경우 공천에 탈락해도 당을 바꾸거나 무소속으로 동일 선거구에 출마할 수 없다. 반면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경선을 피해 탈당하거나 전략공천에서 탈락한 뒤에는 무소속 출마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행보를 보일 경우 ‘철새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이밖에 최 의원이 밝힌 전문가 집단은 도시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E씨와 모 시민단체 사무국장인 F씨 등 2명이다. 시민단체 관계자 F씨는 자신의 출마설에 대해 “기초의회 정당공천제와 유급화에 반대하는 이론적 근거만 제시했을 뿐인데, 이야기가 와전된 것 같다”며 “오래 전부터 출마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있고 최 의원으로부터도 제의를 받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공을 들이고 있는 또 하나의 카드는 나기정 전 청주시장의 영입. 나 전 시장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각각 열린우리당의 시장 후보와 국민중심당의 도지사 후보로 거론돼 왔다.

최의원은 또 “기초자치단체에 정당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나기정 전 청주시장과 접촉하고 있으며, 상당부분 교감을 나눴다”고 밝혀 나 전시장의 참여를 적극 희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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