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 해결 위해서는 여성이 당하고 있는 현실 직시하라”
충북도내 시·군 출산축하금·육아용품·농가도우미 지원 등 실시

지난 1월 26일 정부는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의장 이해찬 국무총리)’를 발족했다. 정계·재계·노동계·종교계·여성계 등 각계 대표 33명이 참석한 이 기구는 출산과 양육에 장애가 없는 사회 실현, 능력개발과 고용확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기반 구축, 모든 사회 주체의 실질적 역할분담 등 4개 분야 10개 과제를 중심으로 대안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저출산문제로 온 나라가 난리다. 2006년의 화두는 단연 인구를 늘리자는 것으로 모아진다.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저출산대책에 19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 안에는 보육료 지원, 육아시설 확대, 불임부부 시술비 지원,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 가족친화적 사회문화 조성 등이 들어 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이 다소 도움은 되겠지만, 저출산을 돈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고, 실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저출산을 다출산으로 전환하려면 우리사회의 문화, 의식, 가치관이 확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왜 안 낳는가
일부 여성계 인사중에는 여성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 오늘의 현실에 대해 ‘출산파업’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출산문제를 들여다보면 그동안 한국여성들이 안고 있던 고통 내지 문제점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민경자 충북도 여성정책관은 “저출산은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가로 귀착되는데 보육료와 높은 사교육비가 부모들에게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파출부를 해서라도 아이 과외비를 벌고 조기유학을 보내는 나라이다보니 적게 낳는 것이다. 또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육아와 살림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사실이 고통스럽고, 이제는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시대가 아니어서 자식에 기대는 심리도 적어졌다. 그렇다보니 아이를 낳는 대신 자신의 노후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혼모의 아이들이나 동거부부의 아이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가족에 대한 재개념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이들에게도 의료보험제도 등을 적용하고 가족수당 같은 것을 지급해야 한다. 또 저소득층 보육료 지원사업이 있는데, 집에서 아이를 기르는 전업주부에게도 지원을 해줘야 한다. 직장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데 신청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따라서 이 제도를 활용하면 1호봉 올려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남정현 충북여성민우회 대표는 “아이 한 명 낳는 것이 ‘1억짜리 프로제트’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난하거나 부자거나 보육과 교육에 대해서는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 재학생의 20%가 서울 강남에 사는 부유층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저출산문제를 해결하려면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대하고, 보육수당을 지급하며, 차등보육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또 아이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 방과후 방치돼 있는 빈곤아동들을 위한 시설도 마련해 한다”며 “불평등한 가족문화를 평등하게 바꾸고, 여성이 직장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김미경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장은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 게 저출산을 불러온다. 미혼여성들이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여성에게 가중되는 여러 현실적인 부담 때문”이라며 “미혼모의 아이를 국내입양하는 것과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노동자들의 아이를 인정하는 것도 인구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출산대책사업은 국가사업?
우리나라는 가임여성 1명당 평균자녀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이 1970년 4.53명에서 80년 2.83명, 90년 1.59명, 2000년 1.47명, 2004년 1.16명으로 감소해 저출산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여성 1명이 자녀 2명도 낳지 않는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이 감소속도는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이 경험한 속도보다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했고 2018년에 고령사회, 2026년에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통계청은 신생아수 감소요인에 대해 출산연령층 여성인구 감소, 혼인건수와 초혼연령 상승,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 여성의 교육수준 증가 등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저출산대책을 마련한다, 대책기구를 만든다, 예산을 몇 조원씩 쏟아붓는다 하면서 정부가 난리를 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너무 조용하다. 우리나라의 저출산문제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와 있어도 이에 관한 것이 국가사업이라며 지자체들이 별로 나서지 않고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도 이는 국가사업이라며 “우리는 전부터 해오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올해부터는 불임부부 시술비에 15억원, 산모도우미 지원사업에 1억5200만원을 국·도·시·군비를 합쳐 마련하도록 돼있어 여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날마다 내놓는 문제의식과 대책이 지방으로 속속 파고 들어야 효과를 제대로 낼 텐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저출산문제를 모든 국민이 걱정하고 함께 노력해야 해결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임에도 지방정부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민간단체 또한 이 문제를 전혀 이슈화하지 않아 토론회나 캠페인 같은 행사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출산장려금 도움 안돼”
충북도내 시·군에서 하고 있는 저출산대책 사업은 출산축하금 및 육아용품 지급, 임산부 영양제 공급, 농업인 영유아 양육비 지원, 농가도우미 지원, 셋째자녀 보육료 지원, 출생아 보험료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올해부터 불임부부 시술비와 산모도우미 지원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출산장려금과 육아용품, 양육비 지원은 대개 몇 십 만원을 주고 마는 축하금 성격이 강하다. 몇 백만원을 손에 쥐어 주는 경우는 청주시·보은군·영동군처럼 셋째 자녀 이상으로 국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정책들은 전혀 출산유인책이 못되고 있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유 모씨(35·청주시 용암동)는 “지자체에서 이런 쪽에 몇 천만원에서 몇 억원씩 예산을 쓰고 있는데 이돈 때문에 아이를 낳는 사람은 없다. 다만 기분이 약간 좋을 뿐이다. 그래서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예산 밖에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자체에서 출산장려금, 출산육아용품, 출산건강보험료 등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다보니 어느 한 곳으로 집중 지원이 안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아주 미약한 수준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충북은 지난 2000년 상주인구를 조사한 결과 146만6567명으로 나타났으나, 2005년 11월 조사에서는 145만9004명으로 7000여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가 감소한 이유는 수도권 집중과 이농현상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저출산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금 충북도내 군지역에는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고 점점 고령화되어 생산인구가 줄고 있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편적인 시각으로는 안된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 위원으로 각계 각층 인사를 초빙한 것은 각계의 노력이 수반돼야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방정부도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중앙정부는 뛰는데 지방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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