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한나라당 도지부에서 열릴 집단 입당식에 지역정가의 이목이 잔뜩 쏠려 있다. 정치의 생리상 당연히 이날 행사를 놓고 이해 당사자간 입방아가 무성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향후 공천과 관련된 것이다. 너도 나도 한나라당에 추파를 던지는 현재의 ‘밀물’ 분위기에 대한 일종의 안다리 걸기다. 한나라당 행을 결행하는 대부분의 인사들은 내년 선거에서의 공천을 노리고 있다. 때문에 식구가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대신 집안이 어지러워질 수 있고, 이에 빌미를 제공할 결정적 단초가 향후 공천이라는 것이다. 이를 의식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미 입당과 공천은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원칙대로라면 한나라당에 사람이 꼬이는 형국은 마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가 않다. 받아들이는 측과 들어가려는 측의 꿍꿍이가 다른 것이다.

“봉사하기 위해 가는 것 아니다”

한나라당은 최근 일부 언론이 앞으로의 공천문제까지 끌어 들여 입당자 환영대회를 견제하는 것에 대해 몹시 불쾌하게 반응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입당과 공천은 별개다. 우리당에 들어오려는 사람들 누구한테도 공천을 약속한바 없다. 시쳇말로 하룻밤만 자고나면 바뀌는 게 정치환경인데 현 시점에서 공천을 전제로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발상이 어디 가능한 것이냐. 본인들의 뜻에 따른 아주 순수한 입당일 뿐이다. 이미 당사자들도 우리당의 이런 방침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공천은 차후 공정한 룰과 당규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지금 몇몇 인사들이 지역에 다니면서 이미 공천을 내락받았느니, 결정됐느니 떠드는 것은 모두 근거가 없다. 정치판에선 어떤 얘기도 나올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한나라당 입당과 내년 공천을 연계시키는 일부 여론은 다시 한번 확언하지만 와전된 것이다.”
그러나 당 관계자의 이 말은 곧바로 벽에 부딪친다. 26일 입당식에 참가하는 한 도의원의 얘기는 당사자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목표는 공천이다. 정치인이 당을 택하는 것은 단순히 당에 봉사하기 위함이 아니다. 지금 당에서는 입당과 공천은 별개라고 주장하고, 또 입당 예정자들도 이를 수긍하는 것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모두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정치인들은 무조건 공천이 입당의 전제 조건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또 만약 입당 후 공천이 안될 경우를 생각해 봤느냐는 질문에 “공천을 못받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다른 길을 찾으려 할테고, 대부분 탈당으로 이어질 것이다. 나를 차버린 당에 대해선 당연히 반대의 입장에 설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에 입당하려는 도의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도 바로 이 문제다. 현재의 분위기에 편승, 아무생각없이 입당했다가 내년에 공천을 못받고 다시 탈당한다면 당에도 큰 누가 되겠지만 개인에겐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된다”고 진단했다.

현역위주 공천, “글쎄?”

한나라당 도지부장인 신경식의원 역시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신경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의원은 최근 이런 논란에 대해 나름대로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입당과 공천은 별개일 뿐만 아니라 만약 지구당 위원장들이 이 문제를 놓고 특정인과 사적인 교감을 나눌 경우 해당 위원장부터 교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공천은 내년 3월 쯤에나 있을 것이다. 공천 서류에는 당연히 입당원서가 들어 간다. 공천은 그 때 가서야 가려질 문제이지, 지금 거론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입당식을 앞둔 한나라당은 좀더 비중있는 인사들을 영입,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대상엔 현직 자치단체장과 도의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현재 이시종 충주시장과 김종철보은군수, 그리고 10여명의 도의원들은 입당이 확실한 것으로 분류된다. 도의원중엔 지난 5일 신경식의원 초청 간담회에 나타난 김진호의장과 신대식 박종기 권영관 신택수 이광종 장준호 한현태 김소정 박노철의원 등이 적극 입당파로, 김대호 최영락의원 등이 관망파로 분류된다. 이들 의원에 따르면 신의원으로부터 향후 공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당선 가능한 현역위주로 공천하겠다는 언질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원중 최영락(제천 1) 이근성(옥천 1) 박종기의원(보은 2) 등은 시장, 군수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 때문에 당측의 해명에도 불구, 이들 자치단체장과 도의원들이 결국 한나라당을 택할 경우 당장 공천문제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입당이 동상이몽 될 수도

실제로 충주시의 경우 만약 이시종시장이 입당한다면 내년 시장선거구도가 헷갈릴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인 이시장이 한나라당을 택하는데엔 큰 무리가 없지만 이미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호복씨가 내년 시장출마를 목표로 한나라당에 입당, 선수를 친 것이다. 그의 입당은 현재 이시장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한나라당 충주지구당 한창희위원장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의 입장에선 내년 시장후보 공천 때 골치가 아프게 됐다. 또한 동시에 한나라당 입당이 점쳐지는 김종철보은군수와 박종기도의원 역시 내년 보은군수 출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이들의 공천 등 향후 거취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한 인사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평범한 인사들의 입당은 큰 문제가 없지만 당에서 콜을 하거나 노력을 기울인 비중있는 인사들의 경우 아마 입당을 놓고 공천과 관련된 사전 의견교환이 있을 것이다.문제는 이런데서 출발한다. 때문에 입당과 공천은 별개라는 주장은 어찌보면 큰 의미가 없다. 이런 이분법적 접근 보다는 양측이 앞으로 명분을 얼마나 살리며 정치적 공생을 이어갈 것인가를 더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때 이른 한나라당 공천 논란, 이런것이 반면 교사
역대 선거에서 공천으로 인한 구설수는 줄곧 있어 왔다. 대부분 공천 탈락자로 인한 파장이었다. 최근 한나라당에 많은 사람들이 꼬이는 것과 관련 앞날의 공천을 걱정하는 일부의 시각은 역대 사례에서 그 근거를 찾아야 할 것같다.
지난 98년 지방선거 때는 지금의 한나라당 못지않게 자민련이 최고의 지지를 받았다. 때문에 자민련 공천은 곧 당선권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서 너도 나도 자민련으로 몰렸다. 그러나 과유불급의 진리는 선거판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보은군수 선거를 놓고 4~5명(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다수였다)이 자민련 공천을 원했다. 대부분 자민련의 공조직과 관련된 인사들이다. 자민련 도지부장이자 지구당위원장이었던 어준선 전 의원은 고민 끝에 군의장을 지낸 이영복씨에게 공천을 안겼다. 곧바로 공천에서 밀린 인사들이 반발했고 서로 자신 계열의 지구당 간부들을 빼내 탈당까지 불사하는 바람에 지구당 조직자체가 와해 위기에 몰렸다. 현역 의원이 이끌던 막강한 자민련 조직은 지리멸렬했고, 결국 자민련 후보는 무소속인 김종철후보에게 군수자리를 내줬다. 당시 공천 탈락자들은 “공천이 돈으로 결정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고 이를 기사화한 충북일보는 어준선씨에 의해 피소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같은 선거 때 괴산군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이곳에서도 도의원에 출마하려던 3명정도가 자민련의 공천을 받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공천권을 쥐고 있던 김종호 현 국회부의장은 다른 생각을 했다. 특정인에게 공천을 줄 경우 탈락자들의 반발이 필히 있을 것을 염려해 누구의 손도 들어 주지 않았다. 후보 모두가 김의원의 정치적 후원자들이었던 것이다. 결국 여론상 잘 나가던 자민련은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친 김의원계인 김대호후보가 무소속 신분으로 도의원에 당선됐다. 정당이 세를 불리는 이면엔 바로 이런 고민도 있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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