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완희 청주시의원

11월 17일, 이재명 대통령의 UAE 방문길에 아부다비 상공을 가른 전투기 4대의 호위 비행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중동 국가가 대한민국을 ‘특별전략적 동반자’로 대우하며 보낸 분명한 메시지였다. 바라카 원전 건설부터 안보 협력, 기술 이전까지 대한민국이 지난 10여 년 동안 지켜온 신뢰의 결과다. 대한민국은 약속을 지켰고, UAE는 그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미래 산업을 함께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UAE가 지금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는 단연 AI다. 1,000억 달러 규모의 MGX 펀드 조성, 글로벌 데이터센터 구축, 세계적인 AI 기업 투자 등 미래 산업을 향한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그러나 이 또한 ‘돈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데이터센터를 지을 기술, AI 칩과 반도체 공급망, 이를 운영할 인재,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그 자리를 차지한 이유는 단순히 기술 경쟁력 때문이 아니다. 바라카 원전을 1.0이라 치면 십 년의 시간 동안 약속을 지킨 나라와 2.0을 준비해도 된다는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보며 자연스럽게 청주의 미래를 떠올렸다. 청주 역시 지금 ‘대전환의 문’ 앞에 서 있다. 청주공항 확장과 오송 바이오·반도체 클러스터 성장,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등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AI라는 거대한 산업의 물결이 문을 두드리고 있는 가운데 문제는 우리가 이 기회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이다.

UAE가 대한민국과 함께 ‘AI 생태계 전체’를 구축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AI 산업은 개별 사업이 아닌 미래 도시 전체를 유기적으로, 총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청주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처럼 개별 산업 지원, 시설 확충, 규제 완화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도시 전체가 AI를 중심으로 다시 설계돼야 한다.

다시 말해 교통·환경·의료·산업·행정이 서로 연결되고 시민의 일상에 스며드는 ‘AI 기반 도시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번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삼성·한화·LG·SK·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의 행보는 청주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그들이 중동에서 만들려는 AI 생태계는 청주가 이미 갖춘 인프라와도 닮았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연구단지 등은 미래 산업도시의 기본 요건이다. 여기에 청주시의 정책 방향만 정확히 맞춰지면, 청주는 AI 시대의 대한민국형 ‘두바이’가 될 수도 있다.

청주는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AI 인프라 전략도시 청주를 선언하고 관련 산업, 대학,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청주 AI 전략회의’를 상설화해야 한다. 둘째, 청주가 강점으로 가진 반도체·바이오·교통 데이터를 활용한 도시 데이터 허브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아이들이 AI 인재로 성장해 청주에서 글로벌 커리어를 만들 수 있도록 AI 교육·캠퍼스형 혁신 인재 양성 플랫폼을 만드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UAE 사례처럼 10년을 내다보는 신뢰와 일관성이다. 정책의 주체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청주의 미래를 위해 약속한 계획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는 것. 이는 도시 전체의 경쟁력이며 기업과 시민이 청주를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

아부다비 상공을 날아간 전투기 4대는 대한민국과 UAE가 ‘석유 이후의 시대’를 함께 설계하겠다는 신호였다. 청주도 이제 산업 전환의 1.0을 넘어 AI 기반 도시 전략 2.0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세계가 재편되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청주는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를 맞고 있다. 이 전환의 순간에 청주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향후 10년, 아니 30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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