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호고 5회 졸업생들, 인생의 깊이를 모교 사랑으로 증명하다

운호고 5회 졸업 50주년 기념식에서.
운호고 5회 졸업 50주년 기념식에서.

올해 우리 나이 일흔. 이제 흐릿해졌을 법한 학창 시절의 추억이 갈수록 선명해지고, 굳건해진다는 건 경이롭기까지 한 일이다.
 
운호고등학교 5회 졸업생들은 지난 11월 8일 평생을 살아오며 증명한 그들의 품격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졸업 50주년 행사가 열린 날, 이들은 모교 운호고에 3000만원을, 총동문회에 1000만원을 쾌척했다.

5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을 모은 것이다. 527명의 졸업생 중 156명이 힘을 더했다. 

학창 시절 배운 가치는 화석과 같이 몸에 새겨졌고, 후배들에게 내미는 손은 몸에 흐르는 피와 같이 본능적이었다.

삶의 무게를 견딘 세대, 마음은 언제나 그 시절에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서 치열하게 살았다. 누군가는 교단에서 아이들의 꿈을 길렀고, 누군가는 나라의 안보와 안전을 책임졌으며, 누군가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왔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일흔이 되었지만, 그들 마음속에 자리한 ‘운호고 소년’은 변하지 않았다.

그 시절 교정에서 뛰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우리의 마지막이 될 지 모를 기부, 모교에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한마음으로 다시 뭉쳤다.

5회 졸업생들의 운호고 사랑은 남다르다. 55년간 2만 3000여명이 넘는 동문을 배출했지만, 가장 많은 사랑을 표현했고, 동기 간 끈끈함을 유지한 기수가 5회다.

졸업 30주년에는 모교 발전기금 5000만원을 기부했고, 3학년 모든 교실에 에어컨을 설치한 것도 5회 동기들이다.

19년간 매년 1000만원씩 장학금을 전달한 동문도 5회 졸업생이고, 총동문회 기틀을 마련한 이도 5회 졸업생이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소리없이 꾸준히 학교를 위해 손을 내밀어 준 수많은 동기들의 합이 운호고 5회라는 이름이다.

이들의 손길은 숫자보다 훨씬 큰 울림으로 남는다. 그들이 보여준 게 ‘운호DNA’다.

수년간 총동문회장을 맡아 동문회를 반석 위에 세운 남현 운호고 5회 동기회장은 “‘우리가 이만큼 하면, 후배들이 따라와 주겠지’하는 바람으로 힘을 모은 것 같다”며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학교도 성장했고, 수많은 동량을 배출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날까지 기쁜 마음으로 우리의 역할을 해나가려고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운호고 후배들은 5회 선배들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기부를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선배’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여준 헌신은 어떤 기념식도 대신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인생의 완성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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