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지난 해 화학사고발생 14건, 전국발생량은 128건
경기 28건, 경북 19건, 충남 18건에 이어 4번째로 많아
10월 21‧26일 음성 대소면 소재 진양에너지 2차례 연속 사고
인명피해만 90명…대형사고 예측 ‘1:29:300’ 하인리히 법칙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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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난 달 발생한 음성군 대소면 소재 진양에너지 화학물질 누출사고는 대형 사고의 전주곡일까?
발암물질 배출량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충북지역에서 지난 한해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총 14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28건)와 경북(19건), 충남(18건)에 이어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4번째로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사고가 많다는 것은 그만 큼 다수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대형 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형 재해로 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 전 비슷한 문제로 경상자가 29명이 나오고, 다칠뻔한 사람이 300명이 존재한다는 ‘1:29:300’의 하인리히 법칙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1. 하인리히 전주곡 : 진양에너지 화학물질 누출사고

지난 10월 21일과 26일 두차례에 걸쳐 충북 음성군 대소면 미곡리에 소재한 ㈜진양에너지 지하 저장탱크에서 비닐아세테이트(VAM. CAS NO 108-05-4) 약 400ℓ가 지상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번의 사고 모두 종합반응을 강하게 일으키는 비닐아세테이트가 지하 저장 탱크의 덮개를 뚫고 외부로 누출됐다.
누출된 비닐아세테이트는 고인화성 액체로 열이나 스파크, 화염에 의해 쉽게 점화된다. 증기는 공기와 결합해 폭발성 혼합물을 형성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서 화재나 대형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체에 흡일될 경우 호흡기도를 자극하고,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구토와 설사를 동반한 위장 자극을 일으키고, 안구 화상을 일으킬수 있다.
기후환경부(이하 기후부)에 따르면 첫 번째 사고는 지난 10월 21일 23시 17분경에 발생했다.
음성소방서는 사고 직후인 22일 누출된 물질은 특수 인화성 액체인 제4류 위험물 비닐아세테이트로, 6만ℓ를 보관하던 지하저장탱크에서 400ℓ 가량이 새어 나왔다.
음성소방서 등 관계 당국은 대기 질 측정결과 가스 농도는 유해 기준치(6.7ppm)보다 낮은 0.2~1.5ppm로 측정됐다며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면서.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음성군은 사고 발생 3일 후인 10월 24일 까지 인명피해가 없다고 알렸다.
음성군이 27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21일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적시했다.
음성군은 이날 농작물 피해 사실은 인정했다. 음성군은 “주변 지역 농작물 등 피해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총력 대응에 나섰다”고 “24일 피해조사 TF팀을 구성하고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기후부에 따르면 두 번째 사고는 10월 26일 오전 9시 43분경에 발생했다.
반면 음성소방서가 밝힌 사고 발생 시각은 오전 9시 56분으로 기후부의 발표와 달랐다. 음성소방서는 지난 1차 사고와 마찬가지로 저장탱크에서 비닐 아세테이트 모노머 400ℓ가 누출됐다고 밝혔다.
사고 사실은 당시 옆 공장 직원이 화학품 냄새를 맡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 째 사고에선 본격적인 인명피해 사실이 공개됐다. 2차 사고 직후 인근 공장 직원 13명이 구토, 메스꺼움, 호흡곤란 등의 증세을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중에는 필리핀·베트남 등 외국인이 8명이 포함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기영 음성군 미곡1리 이장은 언론인터뷰에서 "매캐하고 시너 냄새가 숨을 못 쉴 정도로 그냥 확 닿는데 아주 뭐 진짜 죽을 것 같더라"고 말했다.
군은 두 번 째 사고 하루 후인 10월 27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 문자를 3회 발송해 인근 주민의 외출 자제와 안전 관련 유의 사항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또 “충주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관계자들이 유해 물질의 외부 확산을 막기 위해 화학물질의 안정화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전했다.
#2. 지금까지 인명피해만 91명

첫 번째 사고 직후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음성군은 두 번째 사고가 발생할 때 까지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줄곧 밝혔다.
두 번째 사고 이후 대량의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4일 음성군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11월 3일 현재 총 91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중 28명이 병원해 입원치료를 받았고, 이중 26명이 퇴원했다.
구토와 메스꺼움 증상등으로 63명이 통원치료를 받았다. 피해자 91명 중 마을주민도 45명에 달했다.
농가 피해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면적만 71헥타아르(71만㎡)에 달한다.
#3. 송아지도 나무도 죽었다. 2024년 음성 금왕읍 오선산단 누출사고

지난 해 11월 음성군 금왕읍 봉곡리 오선산업단지 내에서 화학물질 유출사고로 의심되는 제보가 접수됐다.
“저녁에 소밥을 주러 왔는데 송아지가 기침을 하면서 팔짝 팔짝 뛰더라고요. 그래서 급하게 링겔 주사는 놨는데 다음 날 아침 피똥을 사고 죽었어요. 그날 축사가 자욱하게 연기 같은게 그득했어요. 연기가 막 들어오더라고요. 저쪽 공장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축사로 밀려 들어왔어요. 저 공장이 들어온 뒤로 지금까지 송아지 40~50마리가 죽어 나갔어요.” (금왕읍 봉곡리 한 축산인)
“지난 8월 말인가 9월 초인가 벼 이삭이 막 피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벼 이파리가 벌겋게 타 들어갔어요. 이삭이 피는 가 하더니 누렇게 말라가기 시작했어요. 비가 오니까 벼가 힘 없이 자빠졌어요.”(금왕읍 봉곡리 한 농민)
제보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충북 음성군 금왕읍 봉곡리에 위치한 오선산단 내 A공장 인근 주변 농가와 축사에서 송아지가 갑지기 죽고, 수목이 고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채 죽어간 송아지가 40~50마리로 추정됐다. 마을 주민들은 A공장이 불산을 취급하고 있다며 불산유출을 의심했다.
지난해 11월 2일 발생한 누출 의심사고에 대한 제보는 더 구체적이다.
그날 저녁 시간. 음성군 금왕읍 봉곡리에 소재한 소 23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축산인 B씨는 그날 도 여느 때처럼 소밥을 주러 축사로 들어왔다. 이날은 이상했다. 축사가 뿌연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소밥을 주고 있는 데 A공장과 가장 가까이 있는 축사 구석에서 송아지 한 마리가 펄쩍 펄쩍 뛰며 기침을 했다.
놀란 B씨는 급하게 링겔 주사를 놨다. C씨는 축사 안에 있는 연기의 정체가 궁금했다. A공장 쪽을 보니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연기는 다시 바람을 타고 B씨의 축사로 계속 밀려들어왔다.
다음 날 아침 B씨가 축사에 들렀을 때 기침을 하며 뛰던 그 송아지는 피똥을 싼 채로 죽어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B씨가 ‘아름다운 축사’ 만들기 일환으로 축사 주변에 심어놓은 각종 유실수와 소나무가 죽어가기 시작했다.
감 나무도 밤 나무도, 호두나무와 배 나무도 하나 둘 말라가기 시작했다. 소나무도 솔잎부터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유실수에서 나온 열매를 수확했지만 지난해부터는 모두 지난 일이 됐다. 복숭아 나무는 꽃이 피면서 열매가 막 올라오기 시작할 무렵 모두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다른 나무도 마찬가지. 심지어 아카시 나무까지 죽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사고에 대한 진상은 밝혀 졌을까?
정부기관인 화학물질안전원이 공개하는 ‘화학물질 사고 현황 및 사례’에서 해당 사건은 찾을수가 없었다.
송아지도 죽고 나무도 갑자기 메말라 죽었는데, 진상은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진짜 무서운 이유 : 인도 보팔 폭발사고, 구미 불산누출사고
1984년 12월 인도 보팔에 있는 유니언 카바이드 공장. 직원들은 당황했다. 섭씨 0도로 유지돼야 하는 610번 탱크의 온도가 갑자기 올라가기 시작했다.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시간만 흐를 뿐 탱크의 온도는 내려가지 않았다. 직원들은 바빠졌지만 세상은 고요했다. 바깥 세상은어떤 사실도 알지 못했다.
탱크에 균열이 생기고 결국 폭발했다. 독가스가 유출됐다. 공기보다 무거은 이 유독가스는 지상에 낮게 깔려 보팔 구석구석을 휘감았다. 경보장치는 작동되지 않았다. 잠에 빠져있던 시민들은 갑작스런 고통이 다가온 후에야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하루 만에 사망자가 8000명이 발생했고 시내는 동물 사체로 가득했다. 후휴증으로 2만명이 넘게 사망했다. 인도 보팔은 1979년부터 크고 작은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내부로부터 위험신호도 보냈다. 그러나 무시했다. 더 나아가 강력한 누군가의 힘에 의해 위험신호는 은폐됐다.
2012년 9월 27일 3시 23분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마을 건너편에 있는 공장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 올랐다. 마을의 소들이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소들의 입에선 침이 흐르고 눈은 초점을 잃었다. 봉산리 이장 박명석씨는 직감으로 느꼈다.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무엇인가 불길한 사고임을 느낀 박씨는 곧장 마을 방송 마이크를 잡았다. 4시 20분 봉산리 이장 박씨는 마을 주민 대피방송을 시작했다. 박씨는 트럭에 주민들을 태운뒤 영화속 장면처럼 몰려오는 연기를 피하기 위해 지그 재그로 운전했다.
이 사고로시 5명이 사망하고 마을주민 1만2000명이 검진을 받고 3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