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청천면 버섯랜드 2023년부터 운영중단, 관리비만 연간 5000만원
버섯랜드 내 카페도 운영중단…지난 10월 바로 옆에 들여 새 카페 조성
군이 23억원 세금으로 진 카페, 월 100만원 받고 개인사업자에게 임대
키즈카페 표방했지만 청천면 관내 6세 이하 아동은 총 53명 뿐


2018년 국비와 도비, 군비 등 107억원이 투여돼 완공된 괴산군 버섯랜드(이하 버섯랜드)가 2년째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면적 2500㎡의 유통센터와 전시관과 이곳에 있던 카페도 운영이 완전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10월 1일 괴산군과 충북도는 23억여원을 들여 버섯랜드 부지와 연접한 창고를 개조해 키즈카페를 개설했다.
멀쩡한 카페를 두고 20억여원을 들여 카페를 새로 만든 것으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0월 2일 괴산군은 청천면 청천리 괴산 버섯랜드 부지와 연접해 있는 옛 엽연초 창고 리모델링 사업 준공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김영환(국민의힘) 충북도지사와 송인헌(국민의힘) 괴산군수를 비롯해 100여명이 참석했다.
새로 개조된 엽연초 창고에는 키즈카페가 들어섰다. 충북도와 괴산군은 키즈카페에 대해 “오랫동안 방치돼 있는 엽연초 창고를 리모델링 해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문화휴식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하루 전 개장한 키즈카페의 이름은 ‘루마코브’(LumaCove)로 명명됐다. 괴산군에 따르면 ‘Luma’(=상상의 빛)+‘Cove’(=항구)를 합친 것으로 ‘(어린이의) 상상이 정박하는 항구’라는 뜻이다.
‘루마코브’의 총 건축면적은 481.2㎡로 1층 구조다.
세금 23억여원 들어간 카페, 개인에게 월 100만원에 임대


국민혈세 23억을 들여 개장한 키즈카페 ‘루마코브’의 운영자는 개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괴산군은 지난 7월 말부터 공개입찰을 통해 키즈카페 운영자를 모집했다.
두 번의 유찰과정을 거쳐 지난 9월 9일 최종 운영자를 확정했다. 연간 임대료는 1199만원으로 월 임대료로 100만원을 내게 된다.
세 번째 입찰에서 최종 운영자과 확정됐는데 이 과정에서 유찰 2회, 공고 취소 2회를 거쳤다.
송인헌 괴산군수는 “방치돼 있던 창고가 주민과 방문객을 위한 카페로 다시 태어난 것은 지역 재생의 좋은 사례”라며 “앞으로 유휴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유휴공간 활용한다고? 바로 옆에 텅빈 107억짜리 버섯랜드는?

송인헌 괴산군수가 “유휴 공간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자평했는데, 과연 그럴까?
키즈카페가 들어선 주소지는 괴산군 청천면 화양로 22(청천면 청천리 38-2번지)다.
바로 옆에는 2018년 괴산군이 국비와 도비, 군비 107억여원을 들여 완공한 ‘버섯랜드’가 있다.
버섯랜드에는 야외 공원 무대, 어린이 놀이터, 버섯랜드 유통센터(1369㎡, 2층), 전시관(1105.75㎡, 2층)가 조성됐다.
국민혈세 107억원이 들어갔지만 버섯랜드는 준공 5년째인 지난 2023년 6월부터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괴산군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존 위탁사업자의 위탁기간이 만료됐고, 이후 새로운 위탁사업자를 구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방치됐는데, 현재도 전기료로 연간 2400만원, 안전관리 용역비 1800만원 등 4000만원이 넘는 관리비를 괴산군이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기존 위탁사업자는 전기세와 상수도요금 등 1000여만원을 미납했다.
전 위탁사업자가 미납한 것까지 괴산군이 납부했다. 괴산군 관계자는 “미납된 전기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단전이 되는 상황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군이 납부했다”고 밝혔다.
있는 카페 놔두고, 23억원 들여 새 카페?

2년 째 방치된 버섯랜드 유통센터 건물 외관에는 지금도 ‘카페’라는 대형간판이 걸려있다.
괴산군에 따르면 이곳 버섯랜드 유통센터에는 카페가 운영됐다.
2년 전 버섯랜드 운영을 중단하면서 카페운영도 중단됐다.
그런데도 괴산군은 멀쩡한 카페시설을 놔두고, 바로 옆에 23억여원을 들여 키즈카페를 개설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선 중복성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선영 사무처장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며 “기존 시설이 방치된 채 텅텅 비어 있는데, 새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동일한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선영 사무처장은 “공공키즈카페를 만든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인구 밀도 등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 이곳에 키즈카페를 만드는 것이 제 1순위에 해당하는 사업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괴산군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청천면 인구 중 0세에서 6세까지 영유아는 53명이다.
또 키즈카페 인근 청천초등학교 재학생은 18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23억원 들어간 키즈카페, 잘 운영될 수 있을까?

23억여원이 들어간 키즈카페가 문 닫은 버섯랜드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도 미지수다.
키즈카페 ‘루마코브’를 수탁받은 사업자 A씨에 따르면 현재 노동자 3명을 고용했다.
A씨는 현재 경기도 안성지역에서 부동산과 노인돌봄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현재 “안성에서 출퇴근 하고 있는데, 조만간 가족과 함께 괴산으로 이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3억여원이 들어간 키즈카페가 지속적으로 운영되려면 어느정도 매출을 올려야 할까?
3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임금과 4대 보험료, 퇴직금 등 1인당 최소 290만원 정도 비용이 들어간다. 3명의 임금을 합하면 월 870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월세 100만원, 전기세와 수도세 등 세금 등을 고려하면 관리비만 최소 20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정 경비만 대략 매월 12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청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고정경비가 1200만원 정도 들어간다면, 정상운영을 위해서는 최소 월 매출 2000만원 이상을 올려야 한다”면서도 “이 정도는 운영자가 수익금을 제대로 가져갈 수준도 안되는 최소치 매출금액이다”고 말했다.
A씨도 걱정이 앞선다. 그는 “추석명절 기간에는 생각보다 손님이 많았다”며 “멀리 대구와 상주에서도 손님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키즈카페인데 시설이 ‘볼풀’ 밖에 없다”며 “아이들이 금방 싫증을 낼 것 같아 걱정이다.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아이들 입장료는 받지 않고 있지만, 향후 정해진 방향은 없다”며 “잘 될 수 있도록 홍보도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수탁자 A씨의 소망대로, 카페가 잘 운영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107억원이 들어간 버섯랜드의 전철을 밟게 되면 세금낭비는 피할 수밖에 없다.
2년 째 빈 건물로 방치되고 있는 107억원 짜리 버섯랜드처럼, 또 하나의 유휴시설로 전락해 관리비만 좀 먹게 된다.
이 모두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텅빈 버섯랜드 내 커피숍을 두고 새로 23억여원을 들여 카페를 만든 충북도와 괴산군의 행보가 과연 어떤 결말로 끝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