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충주지역 고교 급식실에서 일한 노동자 폐암으로 사망
동료 발인식 참석하고 싶다는 노동자에, 학교장 “어렵다”
교육공무직 충북지부, “정책·실력 없으면 예의라도 있어야”
기자회견 후 고인 추모 헌화 및 108배 진행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26일 충북교육청 앞에서 ‘폐암 사망 조리 노동자 추모 및 충북교육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26일 충북교육청 앞에서 ‘폐암 사망 조리 노동자 추모 및 충북교육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통한 소식을 듣고도 아이들의 급식을 준비하느라 마음을 다잡아 가며 눈물 섞인 밥을 지었습니다. 발인이라도 꼭 보러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던 동료들은 다음 날 조식과 석식 때문에 힘들다는 학교 측 태도에 결국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 결국 소리소리 지르고 난 다음에야 발인식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 이곳이 사람 사는 곳입니까?”

 

지난 22일 충주의 한 고등학교 급식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 가운데 고인과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 고인의 발인식에 참여하고 싶다고 학교 측에 요청했으나 학교장은 급식을 이유로 거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쟁을 거친 후 결국 동료들은 발인식에 참여하긴 했으나 분노와 절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26일 충북교육청 앞에서 ‘폐암 사망 조리 노동자 추모 및 충북교육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미경 충북지부장은 “또 한 명의 동지를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내야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가슴을 찢는 현실이 있었다”며 고인의 동료들이 발인식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전했다.

지난 23일 이 학교의 급식노동자들은 고인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곧장 장례식장으로 가고 싶었으나, 학생들의 급식 때문에 업무가 끝난 오후 8시 이후에나 장례식을 찾을 수 있었다.

이어 다음날 오전 6시에 진행되는 발인식에 참여하고 싶다며 학교장에게 건의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기숙사 학생들의 아침 급식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후 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의 개입으로 기숙사 학생들에게 우유와 빵을 제공하고 가까스로 발인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급식 노동자들은 “급식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분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미경 지부장은 “아침 급식을 미루고서라도 나와 평생 함께했던 동지에게 가기 위해 단 몇 시간만 허락해 달라는 외침에 학교장은 빵을 시킬 곳이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특별 지도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난 다음에야 발인식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이곳이 사람 사는 곳이 맞습니까”라고 성토했다.

이어 “장례식장에 갔더니 빵 시킬 곳이 없다고 발인조차 못 가게 했던 그 교장은 퇴근 시간 전인데도 장례식장에 와 있었고, 노동자들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윤건영 교육감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분노했다.

또 “예의를 다해도 모자랄 판에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웃고 떠들며 명절 잘 보내라는 덕담을 하는 이 인간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됩니까?”라며 “정책과 실력이 없으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도 있어야 되는거 아닙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도교육청의 환기 시설 개선 공사에 대해 ‘늑장공사’라고 지적하며, 도교육청은 당장 급식실 공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망자가 23년간 근무했던 학교는 학생들에게 하루 3끼를 제공하는 학교로, 아직 환기 개선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고인은 숨을 쉴 때마다 신선한 공기 대신 발암물질을 들이마셔야 했고, 위험한 곳인줄 알았지만 더뎌지는 후드개선 작업을 탓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2년부터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공사를 3년, 5년씩이나 기다릴 일입니까?”라며 “윤건영 교육감은 후드 개선 공사를 속히 종결짓고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충북 급식 노동자를 살려달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도교육청 앞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헌화와 함께 108배를 진행했다.

한편 충북교육청은 지난 2022년부터 학교 급식실 환기구 공사 등 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사일정 등을 이유로 방학을 이용해 환기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공사가 완료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는 학교는 332개교(76.5%)이고 2026년까지는 전체 학교의 95%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노조나 교육감님도 보다 빨리 완료하고 싶지만 학사일정 등이 맞아야 한다. 물량도 워낙 많다 보니 (늦어졌다)2026년까지는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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