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커뮤니티 카페서 퍼지는 ‘학교폭력 근절 운동’
아파트 배란다, 가로수, 화단 등에 노란리본 내걸려
피해자 목소리, 연대의식 확산…피해 확대재생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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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진 청주의 한 지역에서 최근 때아닌 ‘노란 물결’이 일고 있다.
아파트 배란다 창틀은 물론 도로 가로수의 나뭇가지, 아파트 화단, 울타리 등에 ‘노란 리본’이 매달려 있는 것.
노란 리본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행주, 작은 천 조각, 아이들이 어릴 적 입던 노란 옷을 잘라 만들었다.
이 운동은 최근 청주지역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에서 처음 시작됐다. 모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났다는 소식과 동영상이 지역 사회에 삽시간에 퍼지면서 피해자를 향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가 확대되고 있는 것.
실제 19일 현재 이 카페에는 ‘응원하고 있단다~!’, ‘힘내세요’라는 문구가 쓰여진 글이 다수 게재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이 카페에서는 학교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개최 여부를 묻는 투표도 진행됐다.
투표에는 무려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고, 참여자의 67%가 ‘집회를 열자’고 답했다. 집회 개최 여부에는 682명이 ‘찬성’ 입장을 밝혔고, 가해자 ‘신상 까고 같이 벌금물기’라는 항목에는 320명이 표시했다.


이외에도 일부 음식점에는 ‘○○지역 내 학폭 사건 가해자 학생, 가족은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글귀도 붙어 있다.
가해 학생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 서명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피해 학생 학부모 A씨는 “3일 만에 탄원서에 사인을 한 분이 천 명이 넘는다”며 “일면식도 없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공감해주고 계시다. 전혀 알지 못했던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고 계시다”고 전했다.
이어 “너무 감사하고 힘이 된다”며 “앞으로 제 아이뿐 아니라 학폭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도우면서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주민 B씨는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공감하는 분들이 많으시고 또 시대가 바뀌면서 연대하는 분위기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피해자가 숨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에 대한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주민 C씨는 “교육청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다”며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사이 시간이 흐르고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알기보다는 분노만 커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청과 학교는 이 사건을 정확히 알리고 피해 학생이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해 학생도 처벌받고 뉘우치면서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폭피해 상담기관인 D기관의 관계자는 “더 이상 학폭이 발생하면 안된다는 의미에서 진행되는 것은 맞지만 좀 이른 면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일단은 학폭 심의위원회 결정을 보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또 다른 피해를 양상시킬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피해 학생에게는 피해를 자꾸 상기시킬 수 있는 문제가 있고, 또 가해 학생에게는 반성할 시간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청주지역 ‘학폭 사건’은 지난 8월 알려졌다. 피해 학생은 2명이고 가해 학생은 3명으로 피해 학생은 수개월 동안 폭행과 폭언, 금품 갈취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인 편의점에서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으로부터 발과 주먹으로 폭행당하는 모습이 고스란이 담긴 영상이 퍼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재 피해 학생 부모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충북교육청도 최근 학폭심의위원회를 열었다. 도교육청의 심의 결과는 다음 주에 발표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