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명 고용 효과? 인근 군지역 수만개 점포 닫고 수만명 일자리 잃을 수도
1개 매장 평균 연매출 3436억원, 청주점 매출 만큼 소상공인 매출 줄어
상생책임 회피 '악명' 코스트코, 지난해 상생 논의하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도 탈퇴
내년 오픈 코스트코 익산점 못막은 비대위 "슈퍼 절반이상 문닫을 것"

청주시가 지난 2일 코스트코코리아와 코스트코 청주점 입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청주시는 청주점 입점으로 천안·대전으로 나가는 소비 유출을 막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지만, 주변 상권의 블랙홀이 될 코스트코가 입점할 경우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지역 경제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거친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충북지역 소상공인 종사자수(직원포함)는 2022년 기준 32만 3000명에 이른다. 이는 충북 전체 산업 종사자의 48~49%에 이르는 숫자다.
흔히 말하는 유통공룡 중 최상위 포식자에 위치해 있는 코스트코 입점은 충북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유통계 최상위 포식자 코스트코
쿠팡·G마켓·SSG 등 온라인쇼핑몰의 강세로 전통 유통강자인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코스트코는 유일하게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말 코스트코코리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에 6조 5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대비 7.6%가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15.8%가 늘었다.
1994년 한국에 진출한 코스트코는 지난해 현재 단 20개 매장을 운영하면서도 111개를 보유한 롯데마트과 1조원 이상의 매출 차를 내며 업계 3위에 올랐다. 2위인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15개 점포를 추가 폐점할 계획이라 내년에는 업계 2위에 오를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싸게 큰 묶음'으로 파는 코스트코 판매방식은 우리나라 소비자의 욕구에 맞아 떨어졌다. 코스트코 양재점은 전세계 코스트코 매장 700개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세종점 개장 당일 매출도 전세계 1위를 찍었다.
싸지만 큰 묶음으로 파니 소비자 1인당 구입액은 많아지고, 여기에 맴버십 판매로 박리다매로 발생하는 영업이익 감소를 충당한다. 단 20개 매장으로 6조 5300억원을 벌어들인 이유다.
이 지점이 코스트코의 청주점 진출이 우려되는 이유다. 작년말 기준 코스트코 점포당 평균 매출은 3436억원이다. 코스트코 주요 매출 상품이 육류·과일 등 농축산물과 세제 등 가정용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들 제품을 취급하는 동네 슈퍼마켓, 정육점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청주시는 2일 투자협약을 하면서 코스트코 대전·세종으로 빠져나갔던 소비 유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지만, 코스트코 청주점이 전국 평균 매출을 올릴 것으로 가정할 때 음성·진천·괴산·증평 등 인근은 물론 충북 전역에서 3436억원의 소상공업 매출이 사라지는 일이기도 하다.

코스트코코리아와 익산시는 지난 6월 최종적으로 코스트코 입점을 확정했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1전 2기 만에 익산 진출에 성공해 내년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번에 무산시켰던 익산시가 이번에 허가한 논리는 청주시와 똑같다. 익산 시민들이 대전·세종점으로 소비 원정을 가 지역 소비가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다달았지만 반대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전북상인연합회·전북슈퍼마켓협동조합·전북참여연대 등 19개 단체로 구성된 '코스트코 익산 입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달 22일 경기도 광명 코스트코코리아 본사까지 올라가 '입점 무효화'를 외쳤다.
비대위는 "코스트코 익산점 입점이 익산뿐만 아니라 전북지역 전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극한의 위기로 내몰 것"이라면서 "코스트코의 막대한 자본과 압도적인 매출 능력이 지역 상권을 뿌리째 흔들고 수많은 소상공인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장락현 전북소상공인연합회장은 "코스트코 입점은 익산 뿐 아니라 전주·완주·군산·김제까지 타격을 줄 것"이라며 "30만 소상공인을 벼랑 끝에 몰고 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바로는 종국에는 소상공인 절반은 문을 닫게 되고, 지역 공동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회장은 또 "소상공인이 벼랑 끝에 서 있지만 소비자(시민)는 70% 이상이 찬성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여론에 편승하고 상생협약을 통해 농민과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입점을 확정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점 확정이 된 지금도 코스트코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생방안을 만들었는지 알 수도 없다는 점이다.
대형마트가 진출할 때 마다 단골메뉴처럼 나오는 '전통시장·동네슈퍼와 상생협약 채결' '지역 특산물 납품·공동 마케팅 확대' 정도가 거론될 뿐이다.
입점 못막은 익산비대위, 상생발전기금은 기필코
정 회장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의 효과가 있을 지 가늠할 수도 없는 뜬구름 잡는 협약이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협약내용이 전제돼야 한다. 익산 비대위는 그 방법으로 상생발전기금을 관철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트코가 상생발전기금을 조성해 피해지역 소상공인의 전기요금 등 실질적 비용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건 코스트코의 행보다. 국내에서 연매출 6조 5300억원을 올리는 동안 지역 상생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5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를 탈퇴했다. 당시 협회 관계자는 “코스트코는 한국 진출 후 20여 년간 협회에 가입해 있었지만 적극적인 활동은 하지 않았다”며 “탈퇴 시에도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나갔다”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협회 소속이었던 지난해 1윌,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서초강남슈퍼마켓협동조합과 상생협약을 체결할 때도 코스트코리아는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초구는 코스트코 전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한 양재점이 입점한 지역이다.
출점할 때마다 상생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하던 코스트코가 정작 지역상권지원사업을 하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를 탈퇴한 것이다.
이 밖에도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당시 '의무휴업일 영업제한'에 따라 월 2회 휴무 의무를 실행할 때도 코스트코는 이를 무시하고 영업을 지속하다가 서울시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또한 미국 기업인 코스트코는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큰 돈을 벌어가고 있지만 사회환원에 쓰이는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멤버십 수입 전액도 세금 한푼 떼지 않고 미국 본사로 들어간다.
상생협약? 말 뿐이었던 코스트코
지난 2일 청주점 협약식에서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이사도 "저희가 상생방안을 잘 준비해서 환영받으며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으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주시는 지난 2일 코스트코코리아와 투자협약을 맺으면서 청원구 밀레니엄타운에 4만4000㎡(1만3310평) 부지에 연면적 1만5700㎡(4750평) 규모의 코스트코 청주점을 2028년에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8000억원대 생산효과와 3700명 고용유발 효과가 있다고 마치 기업을 유치한 듯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37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사이 최소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수만개의 점포가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씁쓸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