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페이로 충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해 장도 볼 겸 단골 가게 사장님들도 만날 겸 겸사겸사 모처럼 동네 상가를 돌았다.

먼저 쫄깃하고 폭신한 식감이 백미인 기정떡을 샀다. 18알 든 한 묶음이 만 원이다. ‘동물복지 유정란’ 달걀 한 판도 만 원에 샀다.

모두부 하나는 5천 원에 샀다. 같이 진열되어 있는 모발 건강에 좋은 서리태 콩국물은 만 원에 샀다. 종류에 상관없이 3팩에 만 원인 반찬도 샀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제육볶음 하나도 만 원에 샀다. 장떡 하나도 같이 집어 들었다. 5천 원이다.

목이 칼칼해 맥주도 샀다. 4개 한 묶음에 만 원이다. 양손이 제법 묵직했다. 따져보니 7만 원이다. 15만 원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무려 50%를 단 한 시간 만에 지출하는 과소비(?)였지만 뿌듯한 지출이었다.

내가 낸 세금을 이렇게 다시 직접 돌려받아 쓸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윤석열의 위헌 계엄 이후 얼어붙었던 지역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동네 상점 사장님들의 만연한 웃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비전과 중장기적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효능감 있는 정치, 쌓아두지 않고 바로바로 해결하는 추진력 있는 정치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8월 25일, 우리 지역 언론 ‘미디어 날’은 ‘청주고속터미널 주차요금폭탄 日 7만 원’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속칭 ‘현대화 사업’을 거쳐 다시 문을 연 고속버스터미널의 주차장을 이용한 한 시민의 사연이다.

오전 9시 25분 서울행 차를 타고 용무를 본 후 오후 10시에 다시 청주로 돌아왔는데 주차 요금이 무려 7만 원이 나왔다는 것이다. 왕복 승차권을 제시해 할인받았지만 그래도 5만 9천 원이었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고속버스터미널을 하루 이용하는데 주차 요금만 수만 원 나오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양손 가득했던 7만 원이 단지 주차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한 순간에 날아갔다.

대합실 규모도 이전보다 좁아졌다. 좌석도 50개가 채 안 된다. 건물 외벽에 ‘터미널’이라는 간판도 쉽게 찾기 힘들다. 시민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현대화’보다 커넥트 현대의 운영사인 현대백화점을 위한 ‘현대화’라는 시쳇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청주 시외버스터미널의 민간 매각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범석 시장은 10년 전에 계획된 사업이고 필수 절차가 아니라며 공청회를 요구하는 것은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한 고속버스터미널에 백화점이 들어서며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고 했다.

시민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발목잡기에 불과하다는 ‘불통’, 지난 6월에 문을 열어 겨우 3개월째 접어드는 백화점이 벌써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고 하는 ‘섣부름’, 기어코 강행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알박기’다.

2022년 7월 1일, 한 자치단체장은 취임사를 통해 시정방침을 밝혔다. 그 첫 번째로 시민과 함께하는 소통공감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 자치단체장이 누군지 궁금하다면 청주시청 누리집 열린 시장실에 접속해 보길 바란다.

정치를 행하는 사람을 일컬어 ‘위정자(爲政者)’라고 한다. 겉으로만 착한 체를 하거나 거짓으로 꾸미는 사람은 ‘위선자(僞善者)’라고 한다. 한 끗 차이지만 그 뜻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위정자가 위선자가 되지 않으려면 주권자와 소통하고 그들의 고통과 분노에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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