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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완희 청주시의원
민선 5기인 2011년, 한범덕 청주시장은 ‘녹색수도 청주 실현’을 시정 비전(vision)으로 삼았다. 이와 함께 10대 전략과제를 제시했는데 ‘자가용 보다 편리한 대중교통 기반 마련’이 전략과제 중 하나였다. 이후 청주의 교통 요충지인 ‘사직분수대~복대사거리’ 구간 3.8km를 ‘중앙버스전용차로’로 조성하고자 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는 도로의 중앙차선을 버스전용차로로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가로변버스전용차로’와 함께 대표적인 버스전용차로제 중 하나다.
당시 전액 시비로 추진하던 계획을 국비사업으로 전환·추진하기 위해 잠정 보류하였으나 이후 통합 청주시의 출범, 지방선거 등 다른 이슈로 인해 백지화됐다.
영화 ‘만추(1982년 作)’와 드라마 ‘모래시계(1995년 作)’를 통해 유명해진 청주의 관문 ‘가로수길’을 오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녹색수도 청주’가 떠오른다. 지역의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한 비전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독일 남부 프라이부르크(Freiburg)에는 친환경 에너지 마을로 유명한 ‘보봉(Vauban)’ 마을이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한 후 1992년까지 프랑스군이 주둔했는데 당시 군 기지 설계를 담당했던 ‘크라티어 보봉(Quartier Vauban)’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마을이다.
보봉 마을의 주택 대부분은 친환경 에너지 형태로 유명한 ‘패시브(Passive) 하우스’다. 패시브는 ‘수동적’이라는 뜻인데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끌어쓰거나 전환하는 것이 아닌 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는 방식이다. 3중 창호나 단열재 등을 활용해 내부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태양광 패널을 철제 프레임 없이 지붕에 직접 붙여 보온효과도 얻는다.
마을 주민들은 주택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는데 주 이동수단은 자동차가 아닌 트램이나 자전거, 버스를 이용한다. 다만 마을 한 쪽에는 유리로 된 큰 주차타워가 있는데 이는 독일 현지 법률상 2인 이상 가정에 무조건 주차장이 1개 이상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봉마을이 더 의미 있는 건 이 모든 게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자치 조합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 주도형 친환경 모델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2014년부터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이 ‘숨 쉬는 파리, 더 살기 좋은 파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녹색도시 만들기를 추진해왔다.
최근 파리는 500개 거리를 보행자 전용 도로화 하는 ‘차 없는 거리’ 조성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했는데 절반 이상인 65.95%가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투표율이 4.06%로 저조한 편이고 투표 결과가 반드시 이행해야할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꾸준한 친환경적 정책에 주민들이 많은 호응을 보내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지난 4월 美 워싱턴포스트지는 ‘Paris said au revoir to cars.’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파리는 자동차에게 안녕이라고 말했다’라는 뜻의 이 기사는 2005년 이후 현재까지 파리의 대기질이 50% 이상 개선되었다는 내용이다. 또한 미세먼지(PM 2.5) 농도와 이산화질소 농도는 각각 55%, 50% 개선되었는데 이는 교통량의 제한과 더불어 오염 유발 차량의 운행 금지 조치 등 파리의 ‘규제 및 공공 정책’의 추진 덕분이라고 했다. 정책 주도형 모델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보봉마을의 ‘주민 주도’와 파리의 ‘정책 주도’를 함께 고민해보자. 미완으로 그쳤던 2011년의 사례를 발판 삼아 작금의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발견해보자. 그렇다면 좀더 진일보한 ‘녹색수도 청주’를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