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호 노무사는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상담위원과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장을 맡고 있고요. 『알아두면 힘이 되는 알바수첩』, 『청소년 노동인권수첩』 등 집필활동을 통해 노동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김민호 노무사의 노동 시시콜콜>은 직접 상담을 통해 겪은 다양한 주제들을 바탕으로 쓰여집니다. 일하면서 겪는 여러 고충에 대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편집자주>
Q. 회사가 지난 수십 년간 노조 업무에 대해서도 출장규정에 따른 ‘출장비’를 지급하고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왔는데, 최근 노사관계가 악화를 이유로 출장비 지급을 ‘중단’했습니다. 근거 규정은 없지만, 수십 년간 지급해온 출장비를 회사가 일방적으로 중단해도 되는 건가요?
A. <민법> 제106조(사실인 관습)는,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관습’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관습’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법 원리는 노동관계에도 적용됩니다. 단체협약 등에 명확한 규정은 없어도 ‘노동관행’으로 확립된 ‘근로조건’은 단체협약ㆍ취업규칙ㆍ근로계약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근로조건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됩니다. 흔히 ‘관행화된 근로조건’이라고 합니다.
‘관행화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업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범의식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관행화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면, 사용자가 이를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과반수 노조’(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노동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조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오랫동안 조합원들이 상급단체의 각종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을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으로 허용해 온 이상 노동관행이 성립되었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나아가,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사전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근무시간 중 회의 참석을 불허한 행위는 노동조합의 조직ㆍ운영에 대한 지배ㆍ개입으로써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질의의 경우, 회사가 ‘수십 년간’ 노조 업무에 대해서 출장비를 지급해 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관행’이 성립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사관계 악화’는 출장비 지급을 중단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로 보기 어렵고,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급을 중단했다는 점에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회사가 노조 업무에 대해서 출장비를 지급했다는 점에서 <노조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의 운영비 원조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지급대상이 ‘노조’가 아닌 ‘개별 조합원’이라는 점, 소액인 점, 노동조합의 총수입 대비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확립된 노동관행이라도 단체협약 등에 명문화해 불필요한 다툼의 소지를 없애거나, 적어도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제0조【기존 노동조건과 노동조합활동 권리 저하 금지】
회사는 단체협약에 누락되거나, 본 협약이 노동관계법보다 상회하거나, 그밖에 어떠한 이유로도 노동조합이 기존에 확보하였거나 관행으로 실시해온 기존의 노동조건 및 노동조합활동 권리를 저하시킬 수 없다.
<상담 문의>
전화 : 041 557-7235(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
메일 : mhcham@hanmail.net
청주노동인권센터 : 043 296 54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