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균 충청대 교수 충청지역 산파, 충북은 미미
진보진영과 이론 논쟁 보다 ‘우파 총집결’ 주장

정종택 학장 고문 수락설 ‘사실 무근’ 강력 부인

충청대학 스포츠외교과 오노균(51) 교수가 이른바 ‘신보수주의를’ 주창하는 뉴라이트 대전연합의 대표를 맡는 등 충청권에서 뉴라이트(New Right) 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앞으로 윤곽이 드러날 충북지역의 뉴라이트 인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11월 7일 서울에서 열린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대회. 우파 총집결을 기치로 내걸었다.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오노균 교수. 사진 / 뉴시스
10월2일 대전에서 열린 뉴라이트 대전연합 발기인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오 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충청권 뉴라이트에 충청대 정종택 학장과 배재대 정순훈 총장 등 충청권 대학의 총·학장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혀 지역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대만 건국기술대학에서 열리는 한국·대만 고등기술교육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11월13일부터 16일까지 대만을 방문 중인 정종택 학장은 부속실을 통해 “뉴라이트 대전연합의 고문직을 수락한 사실이 없고 어떠한 정치적 선택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해 왔다. 이어 오 교수도 이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는 등 진화작업에 나선 상태다.

뉴라이트 운동은 1980년대에 등장해 영국의 대처,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이룬 ‘신보수주의’를 일컫는 것으로, 국가개입을 축소하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철저한 시장구조를 중심으로 인위적인 평등을 배제하고 다른 시민권보다 재산권을 우위에 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뉴라이트 운동은 2004년 10월, 보수진영의 대안인 것처럼 소개되면서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기존의 뉴라이트 이념에 ‘분단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대북문제에 대한 이념과 철학을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적인 뉴라이트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뉴라이트 운동은 크게 두 개 분파로 나뉘어 노선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산업화 세력’으로 불리는 ‘구 우파’에 대한 수용 여부가 논점이다. 이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당장 자민련과 한나라당 등에 몸담았던 기성 정치인의 참여를 허용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부딪히고, 나아가서는 2007년에 이들이 목표로 하는 ‘보수정권 탄생’을 탄생시키는 동력이 누가 되느냐하는 문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 교수의 전국연합 ‘우파 총집결’
이 가운데 오노균 교수가 대전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뉴라이트 전국연합(대표 김진홍 목사)’은 ‘구 우파’를 비롯한 우파세력의 총단결을 주장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지난 11월7일 열린 전국연합 창립대회에서 ‘노무현정권의 재집권 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내 대권주자 ‘빅3’가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도 축사를 하는 등 이날 행사는 반 여권 정치행사장을 방불케 했다.

이에 반해 10월18일 조직을 구성한 ‘뉴라이트 네트워크’는 “부패하고 낡은 기존의 우파세력과 함께 할 수 없다”며 이른바 산업화 세력과의 단절을 분명히하고 있다. 또 신보수주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진보진영과 이론논쟁을 벌이자는 것이 이들의 주 활동목표다.

이같은 노선의 차이는 인적인 구성에서 비롯됐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실제로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모체인 ‘뉴라이트 충청포럼’은 당초 김성회 이인제의원 보좌관과 장일 전 자민련 국장 등 정치권 세력을 중심으로 출범한 뒤 김진홍 목사와 유석춘 연세대 교수 등을 영입해 전국연대로 발전했으며, 내부갈등 등 우여곡절 끝에 전국연합으로 거듭났다.

전국연합은 또 구성원들의 개별적인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으며, 한나라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나라당의 내부개혁이 선행된다면 연대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노균 교수는 지난 6월말 전국연합이 준비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부터 한양대 이영해 교수 등의 권유로 뉴라이트 전국연합 준비위에 발기인 겸 대전·충청지역 책임자로 참여한 뒤, 10월2일 대전연합을 발족하고 대표직을 맡았으며 12월13일 충남연합, 12월 중 충북연합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충북지역에서는 안종덕 한국산업개발연구원 교육개발실장이 괴산지역 책임자를, 김성찬 소망교회 담임목사가 음성지역 책임자를 맡고 있다.

충청권 뉴라이트 현안 공동 대처
이처럼 오노균 교수가 적을 둔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노선경쟁을 벌이고 있는 뉴라이트 네트워크에 비해 정치적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오 교수는 중앙의 이슈에만 매달리지 않고 충청지역의 현안에 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정배 국방부장관이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가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뉴라이트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지만 충청권의 뉴라이트는 지역 현안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그 예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결정 등은 지역 간에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뉴라이트 충청권 조직을 통해 지역적인 이견을 극복하고 견해의 통일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현재 충청권의 뉴라이트 조직은 10월2일 출범한 대전연합이 오 교수 등을 대표로, 목원대 김성윤 교수를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완결 구조를 갖춘 상태다. 대전연합에는 이밖에도 충남대 이창섭 교수, 한남대 김수홍 교수, 대전성결교회 배문성 목사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교수는 충북이 고향이고 현재도 충북지역에 적을 두고 있으나 대전 유성 고등학교를 나왔고, 대전태권도협회 간부를 맡는 등 대전에도 연고를 두고 있어 대전연합 대표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아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충남연합은 사업을 하는 강태공씨를 대표로 12월13일 출범할 예정이며, 12월19일에는 청년연합을 출범할 계획이다.

이에 반해 충북연합은 아직까지는 비공개로 참여인사들을 규합하고 있으며 세불리기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베일에 가려진 충북지역 참가 인사
대전과 충남지역에 비해 충북지역의 참여인사들은 아직도 철저하게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충청지역 조직책임자를 맡은 오 교수와 지역 모임을 가진 괴산, 음성지역 책임자만 공개됐을 뿐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노균 교수는 11월14일 충청대 자신의 연구실에서 도내 대학교수 4명과 함께 발기인을 구성하기 위한 모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오 교수는 이에 대해 “4명이 다 대학교수이자 선배들이기 때문에 첫 모임을 갖자마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명단 공개를 극구 거부했다. 오 교수는 또 “대학 간 안배 문제도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항으로 본다”며 “다만 우리 학교(충청대)에서도 이론적으로 뒷받침을 해주고 있는 교수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처럼 충북지역 참여 인사에 대한 공개에 소극적인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인적구성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 교수가 충북지역의 대표적인 태권도계 인사로, 충청대가 매년 주최하는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지만 고등학교를 대전에서 졸업했고1998년부터 대학강단에 서는 등 충북지역 인맥이 횡적으로 넓은데 반해 깊고 투터운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오 교수가 전국연합의 발기인이자 충청권 지역책임자를 맡고서도 고향인 충북이 아닌 대전연합의 대표를 맡은데서도 드러난다. 충북지역의 태권도협회에서 일했던 K씨는 “오 교수는 대전태권도협회에서 간부를 맡았었고 사실 충북지역 태권도협회에서는 생소한 인물이었다”며 “충북에서 정치적 성격이 강한 뉴라이트 조직을 이끌며 사람을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오 교수 스스로도 “나는 산파 역할 만 할 뿐 내가 충북연합의 전면에 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도내 운동권 출신 결합할까
뉴라이트 운동이 주목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과거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7080세대’ 리더 가운데 일부가 사상전향(?)과 함께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라이트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와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한총련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를 지낸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김대중정부로부터 시작된 대북정책과 이론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과거 학생운동권에 대해 ‘친북성향’이라는 이념적 굴레가 실존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인권문제와 북한 민주화를 집중 거론하는 것은 그들 나름대로 사상을 전향했다는 확실한 선포인 셈이다.

오 교수는 도내 과거 학생운동권의 결합 여부에 대해서 “청주에도 있다”며 “오늘도 2명과 통화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지만 역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다만 그 가운데 한 명에 대해 “청주대를 졸업한 40대 후반으로 총학생회장 출신이며, 가까이 지내는 후배”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른바 ‘민족해방(NL)계열이나 민중민주(PD)계열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1980년대 중·후반 운동권 가운데, 오 교수의 뉴라이트 운동에 동참하는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도 학생운동의 핵심멤버였던 인사들은 오 교수가 속한 전국연합 보다는 뉴라이트 네트워크 쪽에 속해 진보진영을 상대로 이론논쟁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최홍재씨가 고려대 선배로, 국회 내에서 노동당 가입 여부 논란을 빚었던 이철우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에게 “왜, 어떻게 생각이 바뀌었는지 고백하라”며 ‘결자해지’를 촉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1989년 충북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유행렬씨는 “도내 운동권 출신 가운데 뉴라이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표면적으로 없는 것은 분명하다”며 “사실 그럴 소지가 있는 사람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 교수, 정종택 학장은 무관 해명
오노균 교수는 뉴라이트 대전연합에 충청대 정종택 학장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된 11월14일,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 “정종택 학장이 주축이 돼 추진한 새마을운동의 정신과 뉴라이트 운동의 정신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고문으로 모시려 했던 것이고, 충청지역의 총·학장들을 고문 또는 자문위원으로 모실 계획”이라며 정 학장만 따로 떼어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오 교수는 또 “내가 속한 대학의 학장을 모시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11월16일까지 대만을 방문 중인 정종택 학장은 언론보도 내용을 보고받고 “고문 자리를 수락한 적도 없고, 정치를 재개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며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 교수는 사태가 확산되자 15일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오 교수는 이 자료에서 “지난 11일 대전지역 인터넷 언론과 인터뷰에서 충청권 관내 총·학장, 종교계 인사들의 참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의사전달이 명확치 못했던 것 같다”며 “정 학장이 뉴라이트 운동에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도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또 “이런 기사가 보도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며 본의 아니게 정 학장과 학교 당국에 누를 끼치게 돼 송구스럽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결국 정종택 학장 고문 수락설 파문은 오교수가 정 학장 고문 영입 의중을 언론에 내비쳤다가 ‘정 학장의 정치활동 재개 가능성’으로 불똥이 튀자 대학 당국과 오 교수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 된다. / 이재표 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