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면 대덕리 '다목적저수지' 완공 눈 앞..수몰 12가구 뿔뿔이 흩어져
사업시행 전 제시했던 이주단지 예정지, 농업진흥구역 해제 못해 무산
농어촌공사, 대안 부지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변경없인 못짓는 땅..결국 무산

한국농어촌공사 청주지사(이하 농어촌공사)가 청주시 미원면 대덕리 일대에 진행 중인 '대덕지구 다목적농촌용수개발사업'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이주할 곳을 찾지 못한 한 가구가 수몰 예정 지역 안에서 위태로운 생활을 유지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곤산(昆山) 배씨 집성촌인 대덕리에는 12가구가 살고 있었다. 농어촌공사는 사업 착공에 앞서 주민설명회를 통해 이주단지 조성 대책을 설명했고, 마을 사람들은 흩어져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안도하며 동의했다. 그때가 2019년이다.
2024년 12월 12일 현재 건설사업은 마무리단계에 들어섰다. 그런데 마을주민 배영규 씨(86세)는 여전히 이 곳에 살고 있다. 이주단지 조성이 무산되고 마땅히 옮겨갈 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 씨의 아들은 "농어촌공사가 예산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주단지를 조성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합의해 이주단지가 아닌 아주정착금 등으로 퉁쳤다"고 분개하며 "나라의 필요에 의해 9대를 거쳐 살던 마을을 없애면서 최소한의 존중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농어촌공사 청주지사장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처음 이주단지로 제시한 부지로 결정됐다면 이주단지가 조성됐을 것이다. 진행과정에서 주민들이 그 터가 좋지 않다고 다른 곳을 원했고, 그러다보니 여러 난관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로서도 주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결국 개별 이주에 따른 보상비를 드리는 것으로 협의했고, 원만하게 진행됐다. 배영규 씨에 대해서도 가능한 방법을 최대한 모색해 제시했지만 입장차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지사장의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본보요청으로 실무담당자가 공개한 최초 예정지는 '대덕리 106-1번지'로 인허가 문제가 발생한 그 부지다. 담당자 또한 본보와 통화에서 해당 부지가 "농어촌공사가 제시한 최초 부지"라고 재차 확인시켜줬다.
해당부지는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여 있어 농축산부가 지정을 해제해줘야 개발이 가능한 땅이다. 농어촌공사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겠지만 농축산부가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농어촌공사는 충북도와 청주시에 도시계획변경 요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농어촌공사는 당초 예정지 불가에 따라 순차적으로 6개 부지를 제안했지만 주민들의 거부 등 여러 이유로 모두 무산됐다.
그렇게 4년의 세월이 흐르며 어떤 주민은 세상을 떠나기도 했고, 어떤 주민은 더이상 낡은 집에서 버틸 수 없어 이주정착금을 받아 이사를 갔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곤산 배씨 집성촌은 사라졌다. 이같은 결과는 농어촌공사의 잘못된 선택에서 시작됐다.
배영규 씨 아들은 "예정지가 해제가 선행돼야 하는 농업진흥구역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추진했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정부기관을 설득할 계획으로 예정지를 선택한 것이라면 무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영규 씨는 보상을 더 받고 싶지도 않다. 그저 수대에 걸쳐 살아온 고향에서 눈을 감고 싶다. 농어촌공사의 행정적 실수로 약속했던 이주단지 조성이 무산됐다면 그에 따른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아직 대덕리에 살고 있는 배영규 씨의 절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