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충주고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 그 감춰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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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고교생 집단성폭행 사건은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동안 지속됐다. 경찰 수사는 2020년 10월에 시작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꼭꼭 숨겨졌다. 충주 지역에선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다녔지만 공론화 되지 않았다. 소문에 대해서 ‘쉬쉬’ 하는 분위기가 지역을 감쌌다.
성폭행 방식은 참혹했다. 오죽하면 재판부는 이들의 성폭행방식에 대해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이라고 표현했다.
경찰과 검찰의 대응도 의문투성이다. 이 사건을 최초로 수사했던 충주경찰서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데에만 1년이 걸렸다.
사건을 넘겨받은 충주지검은 또 다시 1년 동안 사건을 캐비넷에 묵혔다. 본보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2020년 충주고교생집단성폭행 사건의 이면을 연속으로 보도한다.(편집자주)

지난 7월 17일 충주성폭력상담소는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에 ‘충주 여중생 집단 성폭력 사건 판결 탄원서 서명’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은 ‘충주 고교생 집단 성폭력’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 판결이 있기 하루 전날 이었다.
충주성폭력상담소는 요청문에서 “피해자인 여학생은 ○○도로 전학을 갔지만 학업을 도중에 포기하고 어떤 접촉도 피하는 상황”이라며 “1심 재판부는 9명의 피고인 중3명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반면 6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시일이 촉박하지만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가고 도움을 청했다.
하루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총 85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로서 충주성폭력상담소는 ‘충주 고교생 집단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응한 첫 번째 충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됐다.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2020년 10월 14일이래 현재까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거나 대응한 충주시 소재 시민사회단체가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이다.
“다들 이상하게 생각했다”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사실 다 알고 있던 일이였거든요. 저도 이 소식을 듣고 확인했더니 다행히도 우리 학교 학생은 관련되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충주시 소재 현직 교사 A씨)
당시 충주지역 고등학교 교사로 학생생활지도를 맡았던 교사 A씨에 따르면 사건 발생 초기부터 각 학교에 집단성폭행 사실이 전해졌다.
학생 9명이 연루된 집단 성폭행사건이여서 모든 학교가 긴장했고, 혹시 자신들이 속한 학교 학생들이 연루됐을까봐 조바심을 냈다는 것이다.
교사 A씨는 기억을 더듬더니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런데 정말 이상했어요.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없는 거에요. 집단성폭행 사건인데 너무나 조용한 거에요.” (현직 교사 A씨)
그러면서 A씨는 “처음부터 이런 말이 돌았어요. 충주 지역의 유력 인사의 자제가 다수 연루됐다는 말이 돌았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 B씨도 A교사와 같은 말을 했다.
B씨는 “9명이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폭행 했는데, 누구 누구네 자식이 포함됐다. 검찰 직원의 자녀도 있다더라. 이런 이야기들이 교사들 사이에 다 퍼졌어요”라고 말했다.
교사들 뿐만 아니라 현직 시의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박해수(무소속, 전 충주시의장) 충주시의원은 “저도 들었어요. 큰일 났다 싶었습니다. 뭔가 크게 잘못됐구나 했죠”라며 “그런데 시의원 아들이 연루됐다면서 특정 의원 이름이 언급됐어요. 이름이 언급된 의원은 현직이 아니라 전직 의원이었는데 이름이 비슷했거든요”라고 했다.
박 의원은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용한 거에요. 이 정도 사안이면 시민사회단체도 나서고, 기자회견도 할 텐데 나서는 곳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언론도, 경찰도...

충주고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20년 4월부터 10월 5일까지 발생했다. 10월 8일 피해자가 학교 선생님에게 성폭행 사실을 알렸고, 10월 14일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충주경찰서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여러 명이다 보니 사건을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는데 1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며 “검찰도 1년 정도 사건을 가지고 있다가 기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재판기록을 확인한 결과 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것은 2022년 11월이었다.
9명이 가담한 집단 성폭력 사건이었지만 언론에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된 것은 2023년 4월이다.
이 때는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에서 첫 공판이 시작되던 때였다. 2020년 4월 20일 충북 청주시에 소재한 인터넷신문 <청주일보>는 ‘충주시 지난 2020년 고등 학생 관련 집단 성 추문 첫 공판 열려… 9명 기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청주일보>는 기사에서 충주지역 고교생 9명이 피해자를 집단 성폭행했고, 검찰은 이들중 8명을 특수강간, 1명은 강간으로 기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충주지역 언론은 이 문제를 외면했다.
2023년 7월 20일 애국국민운동연합 오천도 대표가 충주지원 정문에서 거대한 남근석과 칼을 들고 집단 성폭행범들에 대한 단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를 보도한 언론은 <청주일보>와 충북지역 일간지 <중부매일> 단 두 곳에 그쳤다.
언론의 외면은 2024년 2월 1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의 1심 선고가 있을 때 까지 계속됐다.
이에 대해 <청주일보> 관계자는 “여러 소문이 있었다. 가해자 부모가 지역 유력인사가 포함됐고 이들이 브로커를 통해 언론 보도를 막는 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안이 중한 데도 우리 이외에 보도를 하는 것이 없었다”며 “아예 관심 조차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뿐만이 아니다. 충주지역 시민단체에도 연락했지만 이들 중 이 문제에 나선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충주지역 여성단체 소속 인사 C씨는 경찰도 이 사실을 숨겼다고 말했다.
C씨는 “지난 해 여름 ‘집단 성폭행’ 사실을 연락받고, 이를 확인하려 경찰 관계자에게 문의했다”며 “경찰 관계자는 ‘그런 사건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집단성폭력 사건이 없는 줄 알았다. 알았다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무엇이라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이지 않는 힘, 지역 유지는 누구?
집단성폭행 사건을 접한 인사들은 해당 사건이 수사가 시작된 뒤 기소되는 데 2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는 것에 의문점을 표한다.
현직 검찰 관계자는 “사회적 관심이 클 사안이고, 성폭행과 같은 사건은 다른 사건보다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맞다”면서 “사기나 금융범죄처럼 수사가 어려운 사안도 아니다. 검찰에서 1년을 끈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이성구 변호사도 “기소까지 걸린 시간이 2년이 걸렸는데, 흔한 경우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명희 충주성폭력상담소장은 “기소되는데만 2년, 1심 결과가 나오는 데는 3년6개월이 걸렸다”며 “그 사이에 가해자는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버젓이 대학에 다닌다. 반면 피해자는 도망치듯 지역을 떠나고 학업을 포기했다”며 “피해자의 고통만 가중됐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지난 4년 ‘충주 고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행된 것은 거의 없다.
언론과 지역사회단체는 이 사건을 외면했다. 의도된 무관심으로 보일 만큼 철저히 외면했다. 관심이 쏠리지 않는 사이 경찰과 검찰은 2년 이라는 시간을 보낸 뒤에여 사건을 법원에 보냈고, 법원도 1심판결을 선고하는데 10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지역사회에선 ‘보이지 않는 힘’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이들이 제기하는 바탕에는 당시 돌고 돌았던 “가해자의 부모 중 지역 유지가 포함됐다”는 소문이 깔려있다.
그렇다면 소문에 나오는 ‘지역 유지’는 누구일까?
취재 결과 전직 국립대학교 교수 C씨, 전 검찰 직원 D씨, 현직 시의원 E씨의 자녀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립대 교수 C씨는 재직당시 총장선거에도 나섰다. 퇴직이후에는 민주당 소속으로 자치단체장 선거에도 나서려 했다. 해당 시기는 자녀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시기였다.
전 검찰 직원 D씨의 경우 현재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직 시의원 E씨는 국민의힘 충주시의회 후반기 의장후보로 선출됐었다.
현직 검찰 관계자는 “이들 중 한 사람은 검찰 수사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수는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