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식 평등노동자회 충북위원회 사무국장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의 노동단체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는 최저임금이 왜 대폭 인상되어야 하는지, 최저임금 인상이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나아가 한국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충북인뉴스는 총 네 차례에 걸쳐 이들의 주장을 싣는다.(편집자 주)

 

정상식 평등노동자회 충북위원회 사무국장.
정상식 평등노동자회 충북위원회 사무국장.

 

매년 6월이면, ‘내년 최저임금이 얼마나 오를까?’, ‘내 삶은 좀 나아질 수 있을까?’, ‘우리 집에도 볕이 들까?’하는 기대를 하곤 한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기대를 걸고, 내년에 대한 희망을 키운다. 최저임금이 노동자 임금 결정의 기준이 된 지 오래되었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내 임금도 오른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올해는 최저임금 1만 원에 도달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이 살인적으로 오르는 물가상승률을 따라갈 수 있을까. 최저임금 결정 시점을 앞두고 치열한 기다림의 한 달이다.

 

최저임금 논의의 칼과 방패

지난 5월, 2025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가 구성되어 논의가 시작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저임금에 대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중 10명 중 6명이 최저임금의 동결 내지는 인하를 요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우후죽순처럼 올라온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저항이 시작되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반대의 최전선에 섰다.

얼마 전 통계청이 가계 동향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보고서를 발표하였다. 2023년 실제 생계비는 월평균 245만 9769원으로 올해 최저임금인 월급 206만 740원(월 209시간 기준)보다 39만 원이 많다.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혼자 먹고살기도 힘들다는 말이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지 않는 한 빚으로 연명하는 ‘적자 인생’이라는 소리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불평등을 줄여준다는 것은 2018년, 2019년의 경험에서 확인되었다.

당시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 등 10% 이상이었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주는 지니계수는 2016년 0.335에서 2017년 0.317로 떨어진 데 이어 2018년 0.309, 2019년 0.294로 계속 하락했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의 수치로 표현된다.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이다. 최저임금이 대폭(10% 이상) 인상되어 노동자들의 소득이 늘어날 때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줄어들고 좀 더 살만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잘못된 과녁

인터넷에 올라오는 경제 뉴스를 읽다 보면, 우리나라 경제는 매년 성장했다. 대기업들과 금융자본들의 수익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연말이면 대기업과 금융사들의 성과급과 배당 잔치 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도 잘되어야 한다. 대기업의 수익 중 중소기업의 기여분을 정당하게 지급 받는다면 중소기업도 잘 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잘되어도 중소기업이 잘되었다는 소식은 듣기 어렵다. 대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 차이가 2배니, 얼마니 하며 중소기업에 속한 노동자들을 기죽이는 뉴스만 나온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기를 주저한다. 대신 불특정 다수이며 약자인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상대로 수익을 보전받는, 그래도 안전한 방법을 선택한다.

자영업도 마찬가지이다. 자영업자의 물건을 사는 사람은 누구인가. 최저임금이 낮으면 자영업자가 파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진다. 요즘 길에 나서면 ‘임대’라고 써 붙인 상가들이 즐비하다. 그 상점들이 문들 닫은 것은 물건을 살 사람이 없어서일 것이다. 고물가에 재료비가 오르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높아진 상가 임대료가 도마에 올랐었다.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최저임금 결정 시기가 되니 중소기업이 힘들고, 자영업자가 어려운 처지에 빠진 까닭을 만만한 최저임금 인상에 돌린다.

결국 최저임금은 노동자들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사이 ‘을’들끼리의 싸움으로 몰아간다.

 

물가 폭등 시대 대안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뿐

물가 폭등 시대이다. 전기, 가스, 석유 등 에너지 요금들이 올라 여름은 덥게, 겨울은 춥게 지냈다. 물가상승률이 3% 안팎이다. 생활필수품들은 10~20% 이상 인상을 해도 흔한 일이라 느낌이 없다. 생필품 중 안 오른 품목이 없다. 마트에 가도 가격표를 보고 주춤한다. 외식은 사치가 되었다. 안 먹고, 안 쓰고 지내야 할 판이다. 이대로라면 2025년은 2024년에 비해 가난해질 게 뻔하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되지 않는 한 대안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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