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청소년영상제 등 시민영상제 잇따라 열려 ‘눈길’
청소년 미디어교육 지원은 전국 '꼴찌'수준
올가을, 시민영상제들이 첫 걸음을 뗐다. 전교조 충북지회 교사들이 주축이 된 제1회 충북청소년영상제가 지난 11월 4일부터 5일까지 키노피아극장에서 열렸고,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는 충북민언련이 'TV를 열어라, 퍼블릭 엑세스’를 주제로 전국의 시민영상활동의 우수사례 및 지역 미디어교육의 성과들을 담아 흥덕문화의집에서 상영회를 연다. 또 12월초 충청대학교가 전국단위 영상공모전을 준비중. 그리고 충북예총 영화인협회는 청풍명월예술제 기간인 11월 4일과 5일 청주대를 연고로 한 감독들의 단편 8편을 모아 제6회 청풍명월영상제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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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회 충북청소년영상제가 키노피아극장에서 열렸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낸 작품들로 꾸며진 행사는 영상축제로서 가능성을 제시했다. | ||
이에 대해 지역의 미디어운동가들은 “시민단체나 영상에 관심있는 교사 몇몇이 최근 2~3년 사이 소소하게 시민강좌를 열어왔는데, 올해 작은 결실을 이룬 것 ”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디어센터 등 공적인 영역에서의 지원토대가 전혀없고, 뿐만아니라 미디어운동도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어서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충북청소년영상제는 ‘영상축제’로
미디어 운동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청소년들의 미디어활동이다.
“같은 또래 아이들의 작품을 감상할수 있어서 도전도 되고, 경쟁심도 생긴다. 충북고등학교의 ‘걸어서 하늘까지’라는 작품을 인상깊게 봤다.” 제1회 충북청소년영상제에서 만난 정창용(19·증평정보고)학생의 말이다. 고등학교를 올라오면서 영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증평정보고 영상동아리 ‘프로원’에서 활동중인데, 장차 꿈은 ‘피디’라고 했다.
이처럼 장차 ‘예비감독’을 꿈꾸는 아이들은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제1회 충북청소년 영상제의 행사장인 키노피아 상영관에 모였다. 이날의 관객들은 영상제에 작품을 낸 감독및 스텝들, 응원하러온 또래 친구들, 또 작품을 낸 선생님을 기꺼이 보러온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육청 관계자는 단 한명도 오지 않았다.
행사를 보러온 한 교사는 “학교 축제하면 으례껏 ‘시낭송회’나 ‘연극발표회’등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학생과 교사가 만든 영상물로만 행사를 꾸리는 영상제가 신선했다”고 말했다. 개막식에서는 충북고, 수곡중, 금천고, 충북여고 학생들이 풍물, 비트박스, 마술, 중창등의 소소한 이벤트 공연도 펼쳤다. 한마디로 제1회 충북청소년 영상제는 ‘작은 영상 파티’로 꾸며졌다. 그런데 이러한 영상제의 개최시기가 충북이 거의 꼴찌수준이라는 것.
김선화 씨네오딧세이 대표(석교초 교사)는 “시단위 규모에서는 청소년 영상제가 거의 다 열린다고 보면 된다. 충북이 늦은편이고, 여건도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번 무대는 전교조 충북지회내 영상교사 모임인 충북영상미디어교육협의회(회장 김병우)을 추축으로 해 지난 1년전부터 준비된 행사였다. 김병우(남중·49) 교사는 “순수한 학생 작품들을 모으는데 초점을 맞췄다. 영상미디어교육협의회는 한달에 한번 정기적인 워크샵을 가져왔고, 방학중에는 연수프로그램도 진행하면서 영상제를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김선화 교사는 “키노피아라는 상업적인 공간에서 무료로 대관을 해줬다. 키노피아가 다른 멀티플렉스영화관과 차별화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충북영상미디어교육협의회는 20~30명의 전교조 교사들로 구성돼 있지만, 앞으로 미디어운동을 함께 고민할 주체들도 선별적으로 받겠다고 한다. 이번 행사에는 실질적으로 참여한 인원들은 10명 안팎이라고 했다.
“지차제, 방송국 등 미디어활동에 무관심”
영상세대로 일컬어지는 청소년들에게 미디어는 익숙한 매체일지 몰라도 실상 학교현장에서 미디어관련 교과나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
충북에서는 증평정보고, 충북인터넷고가 ‘디지털 영상과’를 따로 두고 수업을 진행중이다. 이들 학교가 새로운 교과목으로 ‘디지털 영상’을 채택할수 있었던 것은 상업고라는 특수한 여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충북에서는 주성중학교와 양업고등학교가 문화관광부에서 지원하는 ‘영화선도학교’에 선정돼 선택과목으로 영상수업을 받고 있다. 그 외 학교들은 영상동아리들이 있어도 학교로부터 장비지원을 받기가 어렵고, 심지어 담당교사도 나서지 않아 아이들 홀로 동아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영상제에 ‘열등’이라는 작품을 낸 표혜인(증평여중·19) 학생은 “카메라가 동아리에 한대 밖에 없어서 고 3이 되야만 카메라를 잡을 수 있다”며 “다른 학교 학생들이 장비자랑할때 제일 화난다”고 말했다.
또 증평정보고에서 영상수업을 맡고 있는 전장호(필름스타대표)씨는 “일주일에 이틀 수업을 하면서 나간다. 아이들과 영상동아리 ’프로원’을 만들었고, 제자들 중에는 벌써 관련대학을 졸업하고 영상을 하겠다고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에서 미디어강사로 활동중이기도 하다. 전장호씨는 “2002년부터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방송캠프를 열었다. 일년에 두차례씩 7회까지 이끌어왔지만, 개인단위로 부딪히다보니 예산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영상에 대한 관심들은 많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위한 프로그램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며 “이제 시민단체들도 미디어캠프를 하나둘씩 열기 시작한다. 앞으로 지자체의 지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방송국들도 청소년들의 영상문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미디어운동가들은 청소년뿐만아니라 시민, 소외계층 등 다양한 계층으로 미디어를 보급하고 있다. 최근 충북민언련이 주최하는 ‘퍼블릭엑서스 확대를 위한 지역시민영상제’에서는 마산, 강릉, 부안 등의 사례들을 보여줬다. 부안은 시민들이 환경문제를 고발하기 위해 카메라를 집어 들었고, 제1회 환경영화제까지 만들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에서는 장애인 미디어교육 등이 펼쳐졌고, 강릉에서는 시민영상제작단이 지역케이블에 시민뉴스를 제작해 송출하고 있다.
충북에서도 청소년 미디어교육, 어른들을 위한 퍼블릭엑서스 운동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의 한 미디어 운동가는 “미디어센터가 만드는데 많은 예산이 드는 것이 아닌데, 지자체, 교육당국의 의지가 희박하다”며 현실을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