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여성연대 정승희 대표 인터뷰

[오송참사시민대책위 소셜펀치 –릴레이인터뷰 ⑤]

2023년 7월 15일, 오송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7개월째를 맞고 있습니다.

참사 직후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오송참사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를 조직하고 현재까지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마땅히 했어야 할 참사의 원인조사 활동에도 직접 나섰습니다. 최근에는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마련을 위한 활동을 위한 기금 운동도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활동을 멈출 수 없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그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참사가 반복되지 않은 대한민국, 그 하나입니다.

참사를 막기 위해 국가는 어떠해야 하는지, 시민사회는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장을 마련하려 합니다. 시민대책위가 진행한 릴레이 인터뷰를 연속 보도합니다.<편집자 주>

충북여성연대 정승희 대표.
충북여성연대 정승희 대표.

 

충북여성연대(이하 여연)는 이주, 장애, 성폭력피해자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여성단체들의 연대체입니다. 다섯 번째 인터뷰에서는 여연의 정승희 대표(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소장)를 만났습니다. 3·8여성대회를 앞두고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역시 ‘인권’과 ‘안전’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습니다. 선주민과 이주민 모두 안전하지 못 한 이 도시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오송참사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처음에는 진짜 황당했어요. ‘설마, 거짓말이겠지. 청주에서 이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라고 생각했고요. 뉴스에서 지하차도에 잠긴 버스와 긴박했던 당시 장면을 보면서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인 재난영화를 만들어낸 거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었어요. 이후 전개되는 과정에서는 시장과 도지사가 한 말들이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선거로 선출된,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내가 그 자리에 간다고 달라졌겠느냐’는 식으로 말하는 걸 보고, 어쩜 저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기가 찼죠.”

 

□ 참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오송참사 100일 지나고 지방검찰청 앞에서 추모제를 했어요.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쭉 보는데, 대부분 노동운동이나 시민사회 활동을 하는 분들이더라고요. 기존에 활동하는 사람들 외에도 일반 시민들이 참여해서 오송참사를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추모제 소식을 뉴스에서 보는 게 아니라요.

참사가 있고 한동안 휴대폰을 놓지 못했어요. 주변인이나 그 지인들의 참사 소식이 전해져 올까봐서요. 저도 오송에 볼일 보러 가고 교육하러도 자주 가는데요. 7월 15일이 평일이었다면 나도 같은 일을 당할 수 있었겠죠.

12월 초에 질병관리본부에 방문하던 길도 생각나요. 궁평2지하차도를 통과했거든요. 참사 현장을 지나가야 한다는 게 너무 두려웠어요. 시민이 겪는 트라우마죠. 나도 이렇게 힘든데 그 상황에 있던 사람들은 얼마나 괴로웠을지, 또 그렇게 떠나보낸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지 한없이 무겁고 참담한 마음이 들었죠.”

 

□ 오송참사가 벌어진 지 벌써 7개월이에요.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검찰 조사는 더딘데다 꼬리자르기식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책임자들이 의무를 저버리고 막말을 하는 와중에 작은 권한을 쥐고 실무를 하는 공무원들에게 화살이 돌아갔어요. 그럼 누가 재난재해를 막는 역할을 맡으려고 하겠어요?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연락이 가능한 시대에 참사 소식을 못 들었다, 몰랐다는 고위공직자들의 변명은 사람으로서 할 말도, 행동도 아니죠.

이번 정부 들어서 여러 사건, 재해들이 있었어요. 책임자들은 늘 회피하고 변명만 늘어놓고 있어요. 시민을 괄시하는 거죠. 어물쩍 시간이 지나 잊히기만 바라고 있어요. 무사안일주의와 무책임이 팽배합니다.”

 

□ 그래서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오송참사 시민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어요.

“상황이 이러니까 시민들이 나서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 거죠. 정권을 막론하고 역사가 늘 그래왔던 거 같아요. 시민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원동력이었어요.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걸 바탕으로 어떤 요구가 있을 텐데 지방정부나 수사기관이 그걸 받아들일지…. 노력하고 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그들을 보니 걱정이 들어요.”

 

□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참사가 반복되고 있어요.

“오송파라곤 건설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돌아가셨어요. 저희 이주여성인권센터도 유족을 위해 통역을 지원하고 있어요. 이주민 차별이 심각해요. 어떻게든 임금이나 보상액을 덜 주려고 하거든요. 산재사고도 반복되고요.

관리 주체인 지방정부가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에요. 오송참사와 비슷하죠. 생명이나 안전 측면에서 청주는 좋은 곳이 못 돼요. 도시 한 가운데 대중교통 안에서 사람들이 죽었는데 제대로 해결이 안 되잖아요.

정부와 지자체가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고민하면서 시스템을 갖춰 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걸 계속 보고 있죠. 메뉴얼을 만들자는 등 말은 많은데 하나도 작동하지 않아요. 여성인권이 신장됐다고 말하지만 정작 여성들의 삶에선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요. 그걸 실천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가 아닌 거 같아요. 저는 20대 두 아들이 있는데 자식 낳지 말라 해요. 우리가 사는 곳이 불안전한데 어떻게 무책임하게 아이 낳아 기르라고 하나요?”

 

□ 시민대책위가 구성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기금 운동을 시작했어요.

“이 도시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모두가 하고 있을 거예요. 앞에 일이 해결되기도 전에 또 문제가 터지고 반복되고 있어서 이제 정말 지치고 피로감마저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무감하고 둔감하게 지나가면 안 돼요. 지금 이대로라면 폭설, 산사태 같은 일로 언제든 또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늘 상기해야 해요.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함께 걸어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어요.

우리가 감시자가 돼야 해요. 원인 규명 요구를 하고 대비책을 만들라고 목소리도 더 크게 내고요. 모두가 뜻과 마음을 모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책임자들이 적당히 무마하며 도망치지는 못할 겁니다. 무엇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이웃, 내 동료의 일이라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깊은 관심과 후원을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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