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환경련 막내 활동가 김채린 씨 인터뷰
"청주 환경 점수는 '0점'...먹을 물 조차 개발"
지속 가능한 청년 활동을 위해 '소통'에 힘써
"청주는 오래 살고 싶은 고향...산단은 그만"

 

인구 160만 도시, 충북.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의 청년(15세~39세) 전출 인구는 4만 1236명에 달한다. 이중 2만1210명(51%)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으로 향했다. 학업을 위해, 또는 일자리를 찾아 너도나도 서울로 향한다지만, 우리 주위에는 충북에 남기를 택한 청년들도 있다. 그들은 충북에서 자신의 기반을 만들고 지역의 가치를 창조해낸다.

그들에게 충북은 어떤 도시일까? 청년들이 찾아낸 충북의 가치는 무엇일까? 충북 청년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기자 말)

 

충북환경련 사무실에선 무심천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사무실 앞 햇볕이 내리쬐는 무심천 산책로에서 충북환경련 막내 활동가 김채린 씨를 만났다. 
충북환경련 사무실에선 무심천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사무실 앞 햇볕이 내리쬐는 무심천 산책로에서 충북환경련 막내 활동가 김채린 씨를 만났다. 

 

“주변에서 ‘환경 문제는 급한 문제가 아니지 않나?’라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이 안 들거든요. 10년 후의 우리의 삶이 어떨지 예측할 수 있나요?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앞으로 몇 년이나 유지될까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하 충북환경련)의 막내 활동가 김채린 씨는 청주의 환경 점수를 묻는 질문에 ‘0점’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일선에서 활동하는 청년의 입장에선 지자체가 환경을 위한 일말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듯하다.

단호한 점수만큼 김채린 씨는 환경 문제에 ‘진심’인 청년이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 남들보다 문제에 민감하고, 개인의 실천보다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지역 환경 운동을 택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과정이었다.

사회초년생이자 1년차 환경단체 활동가로서 지역사회의 환경 의제와 정책 등 시각을 넓혀가고 있는 김채린 씨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지역의 환경 현안을 보다 민감하게 해결하고 대응하고자 환경단체에서 활동가로 살아가기를 택한 김채린 씨. 그는 충북환경련의 활동을 많은 시민에게 알리고 지지와 소통을 이어가는 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채린 씨는 ‘환경’은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지자체와 기업, 시민과 개개인이 환경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다음 세대와 자신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대 청년의 환경 운동은 어떤 모습일지, 이뤄가고 싶은 ‘청주의 환경’은 어떤 모습일지 들어봤다.

 

충북환경련 사무실 한 편에 나무와 종이로 만들어진 친환경 기념패가 놓여있다.
충북환경련 사무실 한 편에 나무와 종이로 만들어진 친환경 기념패가 놓여있다.

 

지나칠 수 없는 기후위기, 택한 꿈은 ‘환경 운동’

왜 ‘환경’이었을까? 환경과 관련된 진로를 택한 이유를 묻자 김채린 씨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답했다.

기후위기로 서식지를 잃어가는 동물들의 영상을 보거나, 환경 파괴로 인한 피해를 뉴스로 접할 때면 쉽게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리란 결심을 키웠다.

김채린 씨는 기업의 환경 서포터즈, 캠페인 등에 참여하고, 환경 뉴스를 구독해 꾸준히 환경 소식을 접해왔다. 환경에 관심을 가져온 만큼 일상 속 환경 문제가 너무나도 잘 보였다.

대학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의 배달음식 소비가 무분별한 일회용품 배출로 이어지는 실상을 기숙사 분리수거장에서 경험했다.

오랜 기간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 매장에서 사용되고 버려지는 무수히 많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김채린 씨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이 시기였다. 그러한 삶을 위해선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지역 환경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자 충북환경련의 문을 두드렸다.

‘왜 시민 단체였나?’라는 질문에 그는 “지역 환경 현안에 대해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일선에서 대응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 느껴졌다고 답했다. 주체적인 삶을 추구했기에 지역 활동에 접어드는데 거리낄 게 없었다.

 

지난달 17일 청주대 일원에서 진행된 '바다의 시작' 캠페인 모습. 김채린 활동가가 캠페인 시작에 앞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청주대 일원에서 진행된 '바다의 시작' 캠페인 모습. 김채린 활동가가 캠페인 시작에 앞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지역 활동을 위해 ‘소통과 지지’

김채린 씨는 충북환경련의 활동가로서 “지역의 현안과 환경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호강 보존 △멸종위기종 미호종개 등 생물 보호 △무분별한 산단 조성 반대 등 지역 현안을 직접 보고 들으며 경험을 쌓고 있다.

환경을 위한 활동이 즉각적인 변화와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어려움을 최근 들어 실감하고 있다. 당장의 문제를 막아낸다 해도 정권이 바뀌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이러한 상황을 겪다 보니 청주가 변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지지와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채린 씨는 “입사 당시에 충분히 각오했지만 힘든 것도 사실”이라며 “선배 활동가들은 어떻게 저 오랜 기간 활동하며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을까? 신기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채린 씨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미래를 위해,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확고하다. 이를 기반으로 자구책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시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면 “충북환경련의 활동을 알리고 소통하는 역할을 만들어가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어릴적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있었지만 관련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막상 지역에서 활동해보니 많은 시민 단체가 활동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보도 연결 매체도 열악한 지방은 캠페인과 수요자를 연결하지 못하는 ‘모르는데 어떻게 참여해요?’라는 상황이었다.

시민들의 환경 인식 개선과 참여를 위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채린 씨는 “캠페인, 활동 등 시민들이 지자체의 현안과 시민 단체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민 단체 플랫폼’이 활성화된다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김채린 씨는 청주 시민의 1%를 회원으로 만들겠다는 장기 계획이 있다. SNS 관리 및 활동 홍보를 맡은 정책팀 간사로서 충북환경련이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단체라는 인식을 만들어가고 싶다.

 

 

“역할과 책임, 무겁지만 뿌듯해”

활동 1년차를 맞으며 김채린 씨는 역할과 책임성이 생기고 있음을 실감한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청충줍깅’(청주충북환경련 줍깅의 준말) 캠페인 진행에 이어 올해부터는 ‘바다의 시작’ 캠페인을 제안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진행한 ‘바다의 시작’ 캠페인을 지역에 적용했다. 빗물받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담배꽁초 무단 투기를 방지하는 페인팅 작업을 하는 6개월간 진행하고 꽁초 쓰레기를 분석해 대안 토론회를 개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김채린 씨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역할이 늘어난다는 것에서 ‘신뢰받고 있구나’란 생각 들어 무척 뿌듯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실제로 참가자들과 시민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썼는데, 들려오는 반응이 생각한 것과 같아서 무척 기뻤다”며 “앞으로도 의미 있고 긍정적인 활동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활동 영역이 늘어난 만큼 부담감도 커졌다. 김채린 씨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될 때도 많다”며 “지역 활동이 어렵고 전문적인 지식도 부족하지만 ‘모르면 배우면 되지’란 마음”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무던한 성격이 활동가로서 강점이 되고 있다.

 

 

“산단은 그만…고향서 오래 살고 싶어요”

7살에 청주로 이사와 지역에 정착한 김채린 씨는 고향인 청주를 ‘오래 살고 싶은 도시’라고 말한다. 하지만 환경보호에 반하는 청주시의 정책들을 보고 있자면, ‘과연 내가 이 지역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김채린 씨는 청주가 10년, 20년 뒤에도 ‘살 수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선 “무분별한 개발이 없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활동가로서 일하며 ‘이렇게까지 많은 산단이 있구나, 산업단지를 이렇게 무분별하게 만들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

김채린 씨는 “산단으로 인구 유입,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기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효과가 특정 계층에 집중돼 있지않나”며 “야기될 환경 피해가 확실한데도 왜 고집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문화 관광 개발이란 명목으로 이뤄지는 식수원 규제 완화가 환경 오염을 야기하는 개발사업으로 전락할까 우려된다.

대청호·청남대 규제 완화, 미호강 수질 개선 사업,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등 지역에서 벌어지는 정책이 김채린 씨가 보기엔 ‘지나친 개발’이다.

그는 “자연환경이 ‘보기 좋게’ 조성됨으로써 사람이 몰리게 되면 결국 관리비용을 키울 것”이라며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고 우리가 ‘먹을 물’이 오염되면 결국 또 세금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충북환경련은 무심천변에서 김 지사의 카약 체험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김채린 활동가가 대청호라고 쓰여진 가면을 쓴 채 대청호 가뭄에 대해 경고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충북환경련은 무심천변에서 김 지사의 카약 체험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김채린 활동가가 대청호라고 쓰여진 가면을 쓴 채 대청호 가뭄에 대해 경고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채린 씨는 “충북환경련에서 무수히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연신 규제 완화와 개발을 이야기한다”며 걱정을 비쳤다.

환경 단체를 향해 많은 이들이 “너희는 개발은 다 하지 말아야 하고 안되는 거냐?”는 말을 하곤 한다. 이에 김채린 씨는 “지금도 충분한데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할까요?”라고 답한다.

“사람들은 휴식을 위해 산이고 바다고 자연을 찾아가지만, 정작 개발 정책엔 자연환경이 고려되지 않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안해도’ 미래 세대의 생존이 걱정되는 기후위기 시대에 개발을 논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김채린 씨는 끝으로 “청주시가 환경을 우선하는 정책을 꾸렸으면 한다”며 지속 가능한, 오래오래 살 수 있는 고향이 되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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