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인 교수 “숙박업소 개조해 서비스 지원주택 활용하자”

 

 

황세인(인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막바지 작업 중이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경남 김해시와 창원시 지역 숙박업소 200여곳을 조사(연구책임자 박정란 교수)한 결과를 마무리하기 위해 막판 작업이 한창이다.

그는 주거빈곤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부산쪽방상담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 교수는 우리 사회의 주거빈곤 문제에 대한 착시현상이 있다고 먼저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빈곤이라고 하는 것을 드러내는 자체를 불편해 하듯 주거 빈곤도 마찬가지로 밖으로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어느새 빈곤 문제가 해결된 것 같고 이런 착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쪽방 밀집 지역은 그래도 보이기는 하지만 부산이나 김해라든지 이런 곳은 조금 분산되어 있다”며 “분산된 곳은 더더군다나 어떤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잘 보여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숙박업소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주거빈곤 문제에서 빈곤에 이르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는 “숙박업소에서 한번 생활하신 분들은 숙박업소에 들어가기까지 굉장히 사회관계의 단절 경험을 많이 한다”며 “예를 들면 사업에 실패했거나 실직 했거나 이혼을 했거나 이런 과정에서 숙박업소에 들어오다 보니까 여기에 들어오기까지 여러 좋지 않은 경험을 하고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숙박업소에 와서는 관계할 누군가가 없다 보니까 더 보여지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거빈곤에 대한 착시현상 있어…그래서 실태조사 필요

숙박업소 거주자 등 주거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에 대해 황 교수는 실태조사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국토부에서 비주택거주자라던지 주거빈곤 실태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그게 전수조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전국단위 주거실태 조사도 지역단위의 쪽방 단위 전수조사를 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조사 자체가 미흡하다. 지역마다 숙박업소 장기 거주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거상향이 쉽게 되지 않는 이유

현재 정부는 LH공사와 지자체를 통해 시행중인 ‘주거상향’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기초지자체별로 숙박업소 거주자가 ‘주거상향’ 프로그램을 통해서 거주지를 옮긴 경우는 흔치 않다. 충북 청주시의 경우 연간 2~3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쪽방상담소가 운영되는 부산과 대구의 경우도 사례는 많치 않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숙박업소 거주하는 분들이 주거가 좋은 곳으로 주거 상향을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처럼 쉽지 않다”며 “저렇게 좋은 집이 있고 월세도 지원해 준다고 하는데 가면 되지 하는 형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대전의 한 여인숙 쪽방촌 거주자들이 함께 모여 수박을 먹고 있다.
대전의 한 여인숙 쪽방촌 거주자들이 함께 모여 수박을 먹고 있다.

그는 “숙박업소나 쪽방 거주자는 여기에 오기까지 여러 가지 불리한 경험들을 하고 온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주거상향을 통해서) 살 수 있는 집이 있다고는 하지만 근로 상황이라던지, 집에서 자기 혼자 밥을 먹고 이런 상황이라던지 그렇지 않으면 주변에 누군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라던지 이런 것들을 복합적으로 생각했을 때 여전히 ‘여기(숙박업소)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준에서 (숙박업소는) 집이 아닌 곳인데 하지만 좋은 집이 있어도 저길 가는 것 보다는 여기가 그나마 내가 마음 편한 곳이다 생각하고 장기거주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 분들을 계속 좋은 집으로 ’주거상향 하시지 않겠습니까‘라고 설득을 하고 이동을 적극적으로 권하기에는 이 사람들의 욕구를 너무 신경쓰지 않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여기도 충분히 불편하지만 거기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거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못 간다‘는 것이다.

 

숙박업소 거주자의 욕구 인정해야

황 교수는 “숙박업소에 사시는 분들이 본인 나름대로 이 숙박업소를 선택한 이유가 있고 여기 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며 “(숙박업소)주변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자원이 있다던지 아니면은 조금이라도 내 안부를 물어 봐주는 여관 업주가 있다던지 이런 환경이 있기 때문에 저기로 가기 보다는 이 숙박업소에서 사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안으로 숙박업소를 거주지로 인정한 뒤 서비스지원주택과 같은 중간 단계를 거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황세인 인제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그는 숙박업소에 저주하는 분들의 주거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서비스지원주택' 모텔을 제시했다. 
황세인 인제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그는 숙박업소에 저주하는 분들의 주거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서비스지원주택' 모텔을 제시했다. 

 

황 교수는 “(숙박업소 거주자들이) 주거상향을 못한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그런 분들에게 ’가세요‘하는 것보다는 여기 있는 상황을 조금 개선시켜 여기 내에서 생활하시는 동안이라도 조금 더 안정적으로 생활하도록 하는 부분들. 이 두 가지 방식이 동시에 다 적용되도록 해야 된다”고 밝혔다.

그는 서비스 지원주택에 대해 “건물 자체는 기존 모텔이긴 하지만 그 안에 복지서비스를 같이 제공을 한다”며 “취사시설이라든지 공동 식당과 같은 공동의 생활공간, 같이 담소를 나눌 수도 있는 공간이라던지 쉽게 거실같은 것을 만들어 (모텔이나 여관을) 리모델링을 한다면 사시는 분들이 지금보다 교류같은 것들도 잘 일어난다. 여관 업주가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처럼 시설의 사람들이 어려움이 있는지 알아보고 체크하면서 여러 가지 장기요양보험제도 라던지 이런 자원들이랑 연계하거나 소개하거나 정보를 제공하거나 이런 역할을 하게된다”고 설명했다.

대전 모 여인숙 거주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엌 모습
대전 모 여인숙 거주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엌 모습

황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오사카에 가면 우리나라처럼 숙박업소 밀집지역에 있다”며 “거기에 계신 분들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들이 주로 생활하시게 되는데 노인분들이 시설에 입소하거나 아니면 생활비가 없어서 노숙으로 떨어지거나 하는 그런 상황을 겪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숙박업소 업주와 지자체가 함께 (숙박업소) 시설을 소규모 노인복지시설로 만드는 형태를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서비스 지원주택을) 차츰차츰 확산시켜 나가면서 ’모텔에서 무조건 주거 상향해서 다른 데로 이전하자 이사시키자‘ 이것만 답은 아니다고 하는 부분에서 ’숙박업소를 주거지로 인정하자‘고 하는 부분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험을 쌓기 위한 동행이 필요

황 교수는 주거 이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숙박업소 거주자들에게 주택에서 살아도 괜찮다고 느끼게 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국에 있는 여러 쪽방상담소 중 부산쪽방상담소의 주거상향 실적이 제일 높다고 한다”며 “(부산쪽방상담소는) 주거상향이 되고나면 환경이 바뀌게 되고 그 환경이 바뀌게 되면 생활 방식이 바뀌게 되고 그러면 삶의 태도가 개선된다고 하는 굉장히 경험을 통해서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어떤 것보다 이전을 위한 동행이나 정보제공이라던지 진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부산쪽방상담소에) 어떻게 주거 상향을 많이 시키고 있는지 여쭤봤다”며 “접해보지 않아서 두려움이 커서 안 가려고 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 분들이 주거상향 하기 전에 갈 곳에 대한 정보라던지 이런 것들도 충분히 제공하고 동행을 해서 같이 가본다. 충분히 정보 제공해 주고 같이 동행도 하면 ‘한번 가볼만 하다’고 하는 생각을 많이 하신다”고 전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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