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말 못하고 거동 불편한 이주노동자 퇴원조치에 분노”
충북대병원, “치료비 지불 못하는 환자지만 최선 다해 치료했다”
충북도 올해 이주노동자 의료비지원예산 280여만 원…“환자 별로 없어”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일 충북도와 충북대병원을 향해 이주노동자의 의료지원과 건강권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일 충북도와 충북대병원을 향해 이주노동자의 의료지원과 건강권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충북도와 충북대병원을 향해 이주노동자의 의료지원과 건강권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1일 충북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뇌를 크게 다쳐 스스로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특히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중국인을 충북대병원 직원들이 퇴원조치 하려 했다”며 “충북도를 대표하는 국립대병원이 환자의 건강회복과 치료를 내팽개친 무책임한 처사로 도저히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인권에 대해 관심이 턱없이 부족한 충북도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충북도는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이주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치유하며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대책과 방안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주노동자 건강권 패대기쳤다” VS “인명과 이익 저울질한 적 없다”

연대회의와 충북대병원에 따르면 10년 전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 류홍림 씨는 지난 4월 청주시 내수읍 자신의 집 옥상 난간에서 실족해 쓰러져 충북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뇌 손상과 경막외 출혈 등으로 응급수술을 받았고 70여 일 동안 외상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러다 지난 29일 의료진과 본인의사에 따라 퇴원절차를 밟고 충북대병원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내수읍에 있는 주거지로 옮겨졌다.

문제는 류홍림 씨가 가족이 없고, 돌봄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며, 거동 또한 불편하다는 점이다. 언어소통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회의는 “만약 병원직원들이 그대로 환자를 두고 갔다면 환자 본인과 이웃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불편을 안겨주었을 것”이라며 “충북대병원은 무작정 환자를 퇴원조치하려 했다. 이주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권을 패대기쳐 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환자가 퇴원에 동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돈이 없는 상황에서 환자는 퇴원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충북대병원 측은 “의료진의 판단과 환자본인의 의사에 따라 퇴원절차를 진행했고, 원무과 직원 2인이 직접 차량을 이용해 환자 주거지까지 동행했다. 또 행정복지센터 지원이 확인될 때까지 병원 측에서 돌봐달라는 주민요청에 의해 다시 병원으로 이송해 왔다”며 “충북대병원은 다시 돌아온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는 막대한 치료비를 낼 수도 없으며, 관련 제도가 부족하여 어느 곳에서도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충북대병원은 인명의 소중함과 병원의 이익을 저울질 하지 않는다”며 “충북대병원이 환자를 버리려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지원사업 있지만 충북도는 일 안하려고 해”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충북도에 대한 비판도 강하게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등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소외계층을 위해 ‘외국인노동자 의료지원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충북도의 소극적인 업무처리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보장제도에 의해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노숙인의 경우 내국인)을 대상으로 입원·수술이 필요한 경우 1회당 500만원 내에서 총 3회까지 지원하고 있다. 환자가 지자체 지정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비를 받은 지자체가 해당 의료기관에 의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의 1년 예산은 30억 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충북도 이주노동자의 치료 지원비는 2013년 3200만원이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286만원으로 대폭 감소됐다. 청주이주민노동인권센터 안건수 소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주노동자의 삶과 인권에 대해 관심이 턱없이 부족한 충북도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2013년에 비해 올 지원예산은 십분의 일도 안 된다. 이주노동자의 삶과 건강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달 반전에 몽골여성이 다쳐서 이 사업을 신청하려고 했더니 도에서는 예산이 없으니 신청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따졌더니 다시 신청은 할 수 있다고 하더라. 도청에서는 서류를 안 받고 일을 안 하려고 금액을 줄이면서 이주민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병원비가 비싸서 병원에 갈 수가 없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보건복지부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충북도는 일을 안 하려고 한다. 충북도가 이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건강권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이 사업의 올해 예산은 280만원이다. 전년도 환자 발생 현황에 따라서 예산금액이 정해진다”며 “충북도에는 환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부산이나 서울의 예산이 많은 편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후정산이기 때문에 금액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신청된 사례가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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