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중선거구제, 정치 신인 대거 도전
의원 유급제로 시의원 연봉 6000만원 이상

6.30 지방선거법 개정으로 의원 유급제와 기초의회 중선거구제가 실시되면서 정치 신인들의 대거 도전이 예상되고 있다. 유급제가 실시될 경우 부단체장 수준의 연봉이 지급되는 데다, 중선거구제 실시로 돈 보다는 명망이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선거법 개정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가 10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은 물론 일부 민간 단체, 여성계 등에서도 조직적으로 선거채비에 나서고 있다. 두드러지는 현상은 청주·청원을 사랑하는 모임(청사모)이나 JC 등 그동안 정치성을 띠지 않았던 단체의 구성원들이 경쟁적으로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거구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오히려 돈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가 하면, 유급제로 인해 ‘정치꾼’이 양성화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찌 됐든 바뀐 선거법으로 인해 대대적인 신·구 대결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여 그 결과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주시의원 ‘고 연봉 명예직’시대
의원 유급제에 따른 급여 수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오가는 논의에 따르면 대략 부단체장의 연봉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 부시장은 이사관 급으로, 행자부가 마련한 ‘고정급적 연봉대상 공무원 조견표’에 따를 경우 최소한 6000만원 이상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기초의원이 의정활동비와 회의수당 등으로 받아온 돈은 약 1800만원 정도로 3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다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각종 의전에 있어서도 부단체장 수준의 대우를 해줄 것으로 보여 그동안 ‘무보수 명예직’에서 ‘고연봉 명예직’으로 확실한 신분 이동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업 지방의원시대가 충분히 가능해질 수 있는 여건이다. 청주시의회의 경우 현재 60세 이하에서 별다른 직업이 없는 의원은 고용길(수곡2), 장기명(봉명2·송정)의원 등 2명으로, 비교적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편이다. 결국 의원 유급제가 정착되면 전문직이나 공무원 출신, 사회단체 간부, 젊은 정치지망생 등 다양한 계층의 진출이 두드러져 지방의회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선거구제로 정치신인 도전 봇물
유급제와 함께 중선거구제 실시도 정치 신인들의 도전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의 경우 도의원 선거구(상당 1·2, 흥덕 1·2·3·4)를 기준으로 지역구에서만 3~4명씩 모두 21명(비례대표 2명 제외)을 뽑게 되는데, 우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선거구 마다 당선 인원만큼 공천을 할 것으로 보여 두 당 후보만 40여명이 출사표를 던지는 셈이다.

여기 에다 민주노동당도 지난 선거와 달리 청주를 중심으로 기초의원 선거를 조직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다, 민주당, 자민련, 무소속 등을 더하면 선거구에 따라 6,7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현역의원을 모두 공천하더라도 산술적으로 40%는 새로운 신인들을 더 공천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의 경우에는 사실상 정치 신인들을 공천할 수밖에 없어 전체 출마자 가운데 정치 신인들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 신인들의 대거 도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도전이 실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비용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철저하지만 아무래도 선거구역이 넓어진 만큼 자금과 조직이 선거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명망만 바탕이 된다면 2,3등으로라도 당선될 확률이 높아 세대교체가 대세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30대 시의원 얼마나 당선될까?
2000년 실시된 7대 청주시의회 선거에서도 ‘젊은 피’의 진출은 두드러졌다. 28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4명이 초선이고 황재봉(당시 39), 유성훈(당시 40), 김경태(당시 42), 연철흠(당시 43) 등 이른바 386의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치 신인들이 당선권에 들 경우 30대 중반까지 한계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의원 출마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박한석(35·삼영가스 부사장), 노윤호(36·삼성생명 LC), 이상범(38·BMW 청주지점장)씨 등은 30대 중반이다.

또 다른 변수는 민주노동당과 여성계. 민주노동당의 경우 재야 원로 정진동목사의 아들인 정세영(42·학원강사)씨를 비롯해 최소한 5~6명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이는데 30~40대 초반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여성계도 아직 구체적으로 후보를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초 의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 대에서 후보를 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참여연대나 환경련 등 시민단체에서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 내기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7대 선거에서 조직적으로 후보를 냈던 충북연대의 경우 8대 선거를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
출마를 준비 중인 박한석씨는 “그동안 소속된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지방의회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갖게 됐다”며 “뜻이 맞고 당선에 유리한 정당을 택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40대도 대거 출마 ‘우리가 있다’
40대는 7대 청주시의회 선거를 통해 10여명이 의회에 진출해 상임위원장이나 상임위 간사 등을 맡는 등 주축을 이루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신인들 가운데 30대와 함께 한 축을 이루는 것이 40대 후보군이다.

현재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최항수(43·대우특수인쇄 대표), 김성규(47·남주동해장국), 박봉규(47·새길건설 대표) 등 몇몇에 불과하지만 선거가 임박할수록 입지자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개혁당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소속인 김경세(51·자연어린이집원장)도 젊은 개혁세력을 모아 조직적 출마를 시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출마예정자 A씨는 “기본적인 활동비만 지급되는 상황에서 생업을 미루고 출마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지만 유급화가 된 이상 출마를 결심하는 40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현직에서 은퇴한 고령자들이 주축을 이루던 지방의원의 연령대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또 “30대가 의회에 진출하고 50~60대 다선 의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40대가 ‘낀 세대’로서 교량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초의원으로서 40대가 가장 경쟁력있는 세대가 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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