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청주대의 총학선거 투표장 모습. 대학가 투표율이 50%에도 못미쳐 유효투표율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주·충북대 비운동권 총학, 지역 현안 연대활동 못해
대학가가 총학생회 선거철을 맞았다. 하지만 캠퍼스에는 열기를 느낄 수 없다. 대학이 민주화 운동의 산실이었던 80년대에는 총학생회장 선거전이 기성 정치판을 무색할 만큼 치열했다. 운동권은 노선별로 후보를 냈고 비운동권은 아예 이름조차 걸 수 없는 시대상황이었다. 하지만 YS 문민정부 탄생과 DJ 정권교체를 통해 대학가에 민주화 이슈가 사라졌고 전대협의 뒤를 이어 자주적 통일이라는 깃발을 내세우고 한총련이 등장했다. 그러나 지난 97년 이적단체로 규정되면서 공안당국의 집중적인 감시와 단속을 받아왔다. 보수언론의 집중타를 맞아 여론도 한총련에 등을 돌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대학내에도 한총련에 거부감이 확산돼 전국적으로 비운동권 후보가 당선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청주대의 경우 지난 98년이후 3년 연속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바톤을 이었다. 충북대도 비운동권이 99년이후 연거푸 총학선거에서 승리했다. 교원대, 청주교대는 한총련을 공식탈퇴했고 유일하게 운동권 후보가 당선된 서원대 총학이 한총련에 가입했지만 충북지역대학생총학생회연합회(충북총련) 의장직을 고사해 지역의장이 없는 한총련 조직활동은 미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회 불신, 투표는 무관심

학습과 조직을 기반으로한 대학 운동권이 총학생회 선거에서 패배하는 가장 큰 원인은 대학생의 의식변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2일 총학생회 선거를 치른 청주대의 ‘청대신문사’가 재학생 35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기 총학생회에 바라는 학내 관련 공약은 ‘등록금 인상저지’(44.1%)가 가장 높았고 ‘교육환경 개선’(26.6%) ‘취업난 해소‘(11.6%) ‘학부제 재검토 혹은 철폐’(10.7%) 순으로 나타났고 ‘학내비리 문제 척결’ ‘총학생회 예결산 투명화’ 등 현실참여적인 부분은 기타(1.4%) 응답에 그쳤다.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안에는 무관심한 개인주의적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학생회의 정치적인(통일·노동운동등) 대외활동에 대해서는 41.2%가 ‘잘 모르겠다’고 밝혔고 ‘필요하다’는 응답은 29.4%에 불과해 대학의 사회참여와 비판의식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의식으로 인해 올 총학생회 선거에 투표여부를 묻은 질문에 대해 35.3%만이 ‘투표를 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청주대는 최근 수년동안 50%이상 투표율을 기록한 적이 없고 작년에도 41.2% 투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대학에서는 투표율이 50%를 밑돌 경우 재선거를 하거나 투표기간을 연장하도록 선거규정을 정한 경우가 많지만 청주대는 아무런 투표율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번 청주대 총학선거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교내 신문등 언론사 취재를 일체 거부하고 나서 선거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인맥 대물림으로 이어져

총학생회 간부, 단대학생회장과 자치기구회장(총대의원회, 동아리연합회 등)들로 구성된 중앙선관위(안정만위원장·현 총학생회장)가 예년의 관행을 깨고 교내 언론사의 중앙선관위 회의 참관을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입후보 등록자의 서류심사 마감일을 10일에서 9일로 변경하면서 교내 언론사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않았고 안위원장은 청대신문사의 공식인터뷰조차 거부했다는 것.
또한 지난 7일 동아리연합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과정에서 선관위가 특정후보의 자격요건을 문제삼아 등록을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동연회장 선거는 단독후보에 대한 찬반여부로 치러졌다. 청주대는 지난 95년 총학선거 당시 운동권 후보에 대한 자격박탈 시비로 단독후보를 놓고 찬반투표를 벌였으나 반대표가 많이 나와 이듬해 재선거를 치르기도 했다.
대학 학생운동 출신의 모씨는 “청주대는 사회과학대, 인문대에서 운동권 인맥을 이어가고 있고 비운동권에서는 학생 수가 많은 공과대, 경상대에서 후보군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학생자치기구도 자생조직으로 뿌리가 깊은 H회라는 사조직이 인맥을 이어 대물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인위적인 인적관계로 형성된 학생조직이 자율적인 활동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주대 총학은 지난달 교육부 감사로 이사장, 총장까지 검찰에 고발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성명 한줄도 발표하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냈다.

2년 연패 충북대 운동권 복수후보

오는 22일 총학선거를 치르는 충북대의 경우 비운동권 후보 1명에 운동권 NL계에서 2명의 후보를 등록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2년 연속 총학선거에서 패한 운동권에서 단일후보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국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한총련이 신개혁세력과 구세력으로 나뉘면서 양 진영에서 후보를 내세웠다는 것이 정설이다. 서원대는 올해부터 총학후보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추천인 제도를 없애 출마의 문호를 넓혔다. 하지만 후보등록 마감결과 운동권 1명만이 신청해 뜻밖의 결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도내에서는 서원대 이외에 건국대 충주캠퍼스가 운동권 총학을 구성하고 있으며 충주대, 제천 세명대, 음성 극동대는 비운동권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학차원의 충북총련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학교간 교류나 연대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총련, 변화노력 아쉽다’

서원대 총학 간부는 “일반 학우들의 요구는 많지만 참여의지는 미약하다. 누군가 해주겠지 하는 개인주의 때문에 총학활동이 동력을 얻기가 힘들다. IMF이후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총학에 대한 무관심이 더욱 두르러졌다. 하지만 한총련도 학우들과 괴리감을 없애기 위해 변해야 한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다가가지 못했다. 앤티조선 운동과 같은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청주대, 충북대 총학측에 연대활동을 제안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대학이 사회적부조리등에 대한 건전한 비판세력의 기능을 잃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대신문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학생회가 학우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권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75.5%가 유부적 또는 부정적으로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학생회 사업에 대한 참여도도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학생자치조직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 속에 선거참여도 마저 저조한 위기의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정부당국이 학생회비 수납을 등록금과 분리고지시켜 학생회의 재정을 취약하게 만든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부 사학은 재단과 학생회의 유착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심지어 선거지원 의혹까지 낳고 있다.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에서 자치와 자율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절름발이 사회인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기존의 그릇된 사회관행에 아무런 저항없이 편입되고 말 것이다. 대학 자치기반의 위기는 양질의 인력배출이라는 대학 고유의 역할에 장애가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