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에 이어 노인병원까지’ 평생 함께하는 주치병원 추구

   
‘지방 병원이라 안된다’는 인식이 지방 의료발전의 걸림돌

백년가약을 인연으로 청주에서 줄곧 의료활동을 해온 하나병원 박중겸(58) 원장은 18일 노인병원과 장례식장을 개원함으로써 생로병사와 관련한 의학적인 부분을 관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박 원장은 “지속적인 투자로 지방 병원을 불신해 서울 소재의 병원을 찾아가는 환자들의 번거로움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1995년 신남궁병원을 시작으로 1998년 6월 25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성장한 하나병원은 시내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시설이 취약한 가경지구에 위치함으로써 서청주 일대와 청원군 주민들이 보다 가까이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1982년 청주서울병원 신경외과 과장으로 청주에 부임한 박 원장은 이후 한국병원을 설립하고 신남궁병원을 거쳐 1998년 하나병원을 설립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청주의 종합의료시설 2곳이 그의 손으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지역민의 의료혜택에 기여한 바는 크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노인전문병원까지 개원해 명실상부 지역민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 됐다.

박원장, “전국 최고수준의 의료장비 갖췄다”

박 원장은 “지방의 병원에서 진료가 이뤄지지 않는 병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들 대부분이 지방병원은 시설이 열악하고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수도권 병원을 지향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디스크와 같은 일반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교통, 간병 등의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수도권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곧 지방병원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이어지며 병원 부실화의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되면 점점 지방병원은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지방병원은 안된다는 시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흔히 진료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수도권 병원에서 사고가 났다면 보호자들이 별 문제 삼지 않지만 지방병원은 의사나 병원시설에 잘못을 떠넘기는 일이 심심찮다는 것이 병원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하나병원의 시설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박원장 자신이 지방병원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의료장비 등 시설투자에 대해 적극적이다. 박 원장은 “MRI, CT, 관절경, 미세현미경 등 우리병원이 갖춘 최신의료장비들은 전국 최고수준입니다”라고 수도권 병원과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이와 더불어 질병치료의 핵심은 의사의 관심이라고 단언한다. “의사가 병을 진단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첨단장비들이 과거 의사의 손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시각에서 명의는 얼마나 환자 한명 한명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갖느냐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박 원장은 수시로 후배 의사들에게 이러한 점을 독려한다.

오랜 꿈, 노인병원 설립으로 실현돼

노인병원의 설립에 대해 박 원장은 자신의 오래된 꿈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시절부터 생로병사에 관련한 모든 것을 다루는 병원을 세우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개개인의 건강을 태어나면서부터 그들이 죽는 날까지 돌봐주는 병원, 하나병원이 주치의가 되는 것입니다”라고 박원장은 노인병원의 설립이유를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말한다. “노인병원은 요양기관과 전문치료기관으로 구분돼야 합니다. 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노인병원이 그러하듯 우리 병원도 완벽한 전문치료기관의 면모를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병원의 경우 종합병원과 함께 운영돼 충분한 의료적 뒷받침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노인병원은 치료기관보다는 요양기관의 성격이 강한 형태로 나타났다. 중풍,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은 긴 치료기간을 요해 만만찮은 병원비가 부담스럽다. 여기에 보호자인 자식세대가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있어 가정에서 간병을 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노인병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 간병인을 활용하고 종합병원에 비해 병원비 부담을 줄였다.

장례식장, 편안한 분위기 만들기위해 노력

노인병원과 붙어있는 장례식장의 경우 혐오시설(?)로써는 이례적으로 주민들이 환영을 받기도 했다. 박 원장은 “기존 장례식장의 음산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왕에 필요한 시설이라면 사람들이 꺼려하지 않고 편안히 고인의 명복을 빌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내부를 밝게 설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하를 선호하던 예전의 설계방식을 벗어나 지상에 식장을 꾸몄다. 장례식장에 대해 그는 “노인병원은 만성적인 적자가 예상됩니다. 장례식장으로 인한 수익이 노인병원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해 장례식장 건립이 수익창출과 무관하지 않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나병원은 환자를 위한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무료 환자진료를 하는 등 사회 환원에도 인색하지 않다. “저도 시골에서 태어난 촌놈입니다. 의료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없는 농민들이나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하나병원이 문턱 없는 병원이 되도록 만들어 갈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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