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에 최광옥·권순옥, 도의원 비례대표에 강우신·조계숙·정윤숙씨 당선
최미애·이현숙씨는 당 지지도 낮아 탈락, 생활정치 실현될까 주민들 기대

‘한나라당의 압승·민주당의 참패·자민련의 몰락’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에서 도내 여성의원 5명이 탄생했다. 당초 도내에서는 도의원에 1명, 시의원에 3명이 출마했으나 청주시에서 출마한 최광옥(46·모충동)씨와 충주시의 권순옥(64·교현 안림동)씨 등 2명만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유일하게 선출직 도의원에 출마했던 정지숙(55·전 충북도 공무원)씨는 2위에 그쳐 선출직 여성도의원 배출에는 실패했다.

선출직 50% 당선율 보여

그리고 도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된 여성들은 모두 3명. 유권자들로부터 예상외로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한나라당에서는 강우신(56·한나라당충북도지부 여성위원장)씨와 조계숙(61·21세기여성정치연합충북지부장)씨 등 2명을 탄생시켰고 자민련에서는 정윤숙(46·한국여성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씨가 도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최미애(50·민주당충북도지부 부위원장)씨와 민주노동당의 이현숙(32·충북자활후견기관충북지부 사무국장)씨는 1순위를 따내고서도 정당명부식 투표에 따른 당 지지도가 낮게 나와 아깝게 탈락했다.
4년전 선거 때도 민주당 비례대표 1순위로 도의회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남성으로 교체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던 최미애씨는 이번에도 좌절돼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민주당 충북도지부는 당초 1위에 남성을 배정했으나 도내 여성계 인사들의 항의와 당내 여성국회의원들의 노력으로 교체, 기대를 걸었으나 당 지지율이 10% 대에 그쳐 비례대표 도의원을 내지 못했다.
청주시의원 3선의 영예를 안은 최광옥 의원 당선자는 총 3,890표(53.21%)를 얻어 지역구 사람들의 지지를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한 때 도의원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본인도 이를 적극 고려했으나, 주민들이 지역구사업을 마무리해달라는 요구를 해옴에 따라 3선에 도전했다는 것. 이로써 그는 그동안 남성의원들의 부동의 자리로 알려진 시의장 자리도 넘볼 수 있게 됐다.
최 의원 당선자는 “도내에서 여성의원이라야 나 혼자 밖에 없어 어려운 점이 많았다. 여성의원들이 몇 명 돼야 캐스팅 보트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인데 혼자서는 역부족인 점이 많았다. 이제 도의원과 시의원을 합해 여러 명 되니 지난 회기 때보다 일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신세계음악학원장으로 충북여성포럼 운영위원, 충북학원연합회 자문위원, 전국주부교실충북도회장, 충북여자중학교 총동문회장 등을 맡고 있는 그는 모충동∼산남주공 아파트 및 조치원 가경동 방면 시내버스 노선 설치, 쌍샘∼산남동 도로개설 완료, 모충교∼충북대병원 4차선 확장 및 인도설치 완공, 노후 상수도관 교체, 사회복지관·노인대학·청소년공부방·시민휴게실 설치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민주당 참패로 도의원 1명도 배출못해

권순옥씨는 총 2,502표(32.30%)를 얻어 충주시 의원에 당선됐다. 권 의원 당선자는 지난 95∼98년까지 제2대 시의원을 지낸 경력이 있다. 출마 당시 그는 “여러 사람에게 출마를 권유했으나 충주지역에서 나서는 여성후보가 없어 내가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여성들의 정치참여가 필요한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용기를 못내 답답하다”고 말할 만큼 여성의원 배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3대 때도 출마했으나 낙선한 그는 이번에 다시 한 번 도전해 뜻을 이뤘다.
공무원 출신이며 충주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남산아파트 2·3단지 자치관리회장, 남산청소년공부방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는 권 의원 당선자는 여성인권상담소 개설, 공청회와 토론회를 개최하는 의회상 정립, 탁아보육시설에 대한 예산 대폭 확대, 교현·안림지역의 주거환경 개선, 남산빌리지 주민환경개선, 농촌총각 무료결혼상담, 남산등산로 확장 등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비례대표 의원으로 도의회에 입성하게 된 한나라당의 강우신 당선자는 괴산 증평 출신으로 증평중학교 총동문회 부회장과 청주가정법률상담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96년 당시 신한국당에 입당해 자리를 지켜 온 그는 여성의원들이 ‘얼굴마담‘이 아닌 활동가로서 여성정책을 수립하고 여성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당초 비례대표 2위로 선정됐으나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도의회에 들어가게 된 조계숙씨는 병설유치원 강사를 계속해 왔다. 충북여성포럼 위원, 한나라당 중앙상무위원회 운영위원, 청주시 흥덕구 개발위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여성의원, ‘꽃’보다 ‘활동가’ 기대

또 자민련의 정윤숙 도의원 당선자는 순수경제인 출신. 현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 외에 (주) 우정크리닝 대표,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충북지회장, 충북바르게살기협의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0년 벤처 제외업종으로 묶여 있던 세탁업계에서(주)우정크리닝이 처음으로 벤처인증을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E마트를 비롯한 청주시내 대형마트에 입점시키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변에서는 정 의원 당선자가 경제와 정치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그동안 1명에 불과하던 여성의원들이 5명으로 늘어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여성들이 의회에 입성할 경우 학연·지연으로부터 남성들보다 자유로워 투명하고 깨끗한 의정활동을 펼 수 있는데다, 지역살림을 챙기고 해결하는 생활정치를 실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지방자치의 본래 목적이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볼 때 여성들의 의회 진출은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 그러나 5명이라는 숫자는 과거보다 대폭 증가한 것이지만 객관적으로는 더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그리고 ‘비례대표=돈’ 이라는 관행을 깨고 각 당에서 여성들을 1순위로 배정해 비례대표 도의원 3명이 나온 것도 이번 선거의 성과다. 과거에는 누가 ‘몇 억을 내고 들어갔다’는 식의 소문들이 많았으나 이번에는 당에서 여성계의 강력한 요구를 받아들여 여성들에게 1위, 혹은 1·2위까지 줌으로써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역민들은 앞으로 여성 당선자들이 의회에서 ‘꽃’ 역할을 하는게 아니라 주민들의 아픈 곳을 살펴 해결해주는 든든한 ‘해결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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